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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30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과 시리어스 맨

 


 

 

1.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고등학생 때 이 영화를 봤다. 요즘 들어 자꾸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다시 한번 봤다.

  정확한 스토리는 기억 안나지만, 마지막 장면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이제까지 본 모든 영화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뽑으라면 이 장면을 다섯손가락 안에 넣을 것 같다. 이 영화정도면 "사랑에 관해서" 라는 실로 거창한 타이틀을 붙일 자격이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없다고 믿는 30대 화가인 마그다와 그 여자를 매일 밤마다 3년동안 망원경으로 훔쳐본 이제 갓 성인이 된 도메크.  마그다는 도메크의 마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결국 그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준다. 이에 도메크는 크게 상심해 자살을 기도하고, 그제서야 마그다는 도메크가 자신에게 준 것이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과거에 혼자 울던 장면에 도메크가 등장하여 마그다를 위로해주는 장면을 현재의 마그다가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도록 연출한 마지막 장면은 다시 봐도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 정도면 사랑에 관하여 라는 제목을 붙일 자격이 있다. 정말.... 이 영화를 봤다는 것이 내 인생 전체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인지 모르겠다.  

 

2. 시리어스 맨

  몇 개월 전 컴퓨터로 다운받아 보려다가 노트북 화면이 싫어서 못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IPTV에서 서비스를 하여 어제 다시 처음부터 봤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강사 래리는 정교수 임명을 앞두고 있고, 평생 나쁜짓 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유태인이다. 하지만, 그에게 갑자기 모든 악재가 겹치게 되고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던 래리는 랍비들을 찾아가 불행의 이유와 원인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자 한다.

  바람난 주제에 남편을 모텔로 내쫓는 아내와 내연남, 하는 것이라곤 마리화나 피우는 것 밖에 없는 아들, 매일같이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만 부리는 딸, 직업도 없이 얹혀 살면서 매춘에 남색, 도박까지 하는 남동생, F 를 면하게 해달라고 뇌물을 책상에 놓고간 뒤, 성적을 고쳐주지 않으면 뇌물 수수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한국인 학생과 그의 부모, 매번 래리의 앞마당을 침범하는 험상궂은 이웃, 정교수를 앞두고 있는 래리에 대한 온갖 나쁜 평가를 적은 편지 배달까지.

  래리는 억울할 뿐이다. 그리고 미칠 지경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랍비들을 찾아가지만, 어느 누구하나 제대로 된 대답을 주지 않고, 심지어 래리의 고통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 어찌저찌 하루 하루 살아내다 보니 문제들도 해결 기미를 보이고, 래리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지만, 마지막에 더 큰 재앙을 예고하며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 정말 특이하다. 재밌는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고나면 뒷통수를 한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래도 난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코엔형제는 대단하다. 이 영화 감독 했을 뿐 아니라, 각본까지 썼다는데, 어떻게 보면 참 간단한 스토리다. (어렸을 때 자신들이 살던 동네에 유태인이 있었는데 그 유태인을 보며 언젠가는 꼭 영화로 만들어야지 결심했다고.) 하지만, 주는 메세지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생의 모든 불행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오는 거다. 그 불행의 이유와 원인을 찾는 건 무의미할 뿐이다. 하나님이 있다고 해도 우리의 불행을 거둬 주실 생각도 없고, 그 불행을 통해 우리에게 더 큰 무언가를 주실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재수가 더럽게 없을 뿐이라는 거다. 하나님은 전혀 공평하지도 않다.

   이 영화는 런닝타임도 1시간 45분 정도 밖에 안되는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집안이 4대째 교회에 다니는) 나 조차도 순식간에 무신론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 그리고 이 영화 역시 마지막 장면이 주는 충격이 만만치가 않다.

 

아래는 영화와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Jefferson Airplane 의 Somebody to love. (영화보다가 노래가 좋아서 눈이 번뜩 뜨였다) 이 영화는 이 노래가 나왔을 쯤을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그때 모습도 정교하게 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