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계

일상 2012. 10. 19. 11:58

2010년에 입사 첫 월급으로 산 시계를 전철 안에서 잃어버렸다. 그 시계는 CK 시계였는데 가격에 비해서 형편없이 후진 유리를 써서 기스가 장난 아니게 많았었지.
백수가 된 직후에 잃어버려서 시계를 새로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길가다가 2만9천원짜리 시계를 사서 대충 차고 다녔는데 시계 이용도가 워낙 높은 나로서는 약간 불만이었다.
더군다나 동생에게 백화점에서 생일선물로 20만원짜리 시계를 사주고 나니, 대학생도 20만원 짜리 쓰는데 난 뭐냐 싶어서 40% 세일하는 Gc 인가 하는 브랜드의 시계를 사기로 결심을 했었다.
그 후 좀 비싼 시계를 사려 한다! 고 선포를 했는데 돈 모으라며 엄마의 옛날 시계를 선뜻 주셨다. 약 29년 정도 됐고 내년 4월 되면 만 30 년이 되는 오메가 시계. 우리 엄마는 아껴서 사용하시던 시계인데 나는 매일 매일 주구장창 쓰고 있다.
원래는 시계줄이 저 줄이 아니고 바느질선 없는 검정 스웨이드 줄이었다고. 저기 보이는 줄도 한 20년 된 줄인데 좀 비싼 줄이었는지, 멀쩡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죽줄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가죽줄은 물 닿으면 귀찮아지니깐. 그냥 차야지.


새벽 3시에 갑자기 예전에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등이 생각나서, 책상서랍을 뒤졌는데 없었다. 예전 블로그 할 때 올리느라고 스캔해놓았던 거 같아서 사진을 보다가, 입사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찍어놓았던 사진들까지 나왔다.
그나저나 그 폴라로이드 사진 내 인생에서 찍은 사진 중 최고 잘나온 사진이었는데 완전히 없어져 버렸잖아. 아깝다.  스캔한 거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첫월급을 타고 산 건 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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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비싼 시계는 아니지만.


회사 관두고 싶으면 첫 월급때 받은 시계를 보며, 전의를 다지자는 의도로 시계를 샀다. 지금도 저 시계를 맨날 차고 다니는데 유리에 기스가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20만원 아래 시계라지만, 이렇게 기스가 나는 건 좀 심하지 싶다. CK 시계 다른 사람들은 안 샀으면 좋겠다. 저번에 유리랑 약이랑 교체했더니 교체비용만도 총 합쳐 5만원이었고.
저 시계 사진을 보니 생각 나는데, 내 신체 부위 중 가장 자신 있는 곳은 "손등" 이다. 손등과 더불어 뒷통수. 가끔 난 뒷통수 미녀라고 말하고 다닌다.  (두상이 이쁜 편임) 이 바로 전에 쓴 포스팅에 말한 남자친구랑 싸우면 전화하는 친구는 전체적으로 엄청 이쁜 스타일인데 손하고 발이 컴플렉스다. 난 전체적으로는 별론데 손하고 발만 보면 또 괜찮다. 내 외모 중 유일하게 괜찮은 데가 손등이다 보니 난 내 손등에 꽤 큰 자부심이 있다. 크크크크. (별게다)
회사 관두는 마당에 회사 처음 들어왔을 때 사진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저때로 돌아간다면 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사실 선택의 자유도 없기는 했지만... 저 때만 해도 내가 어렸는데 그때 난 내가 엄청나게 나이가 많은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