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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비극

일상 2012. 2. 6. 23:51
오늘은 회사에서 좀 일이 있었다. 우울한 일, 비극적인 일.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면서 매학기 시간표 매학기 수강신청 때마다 이렇게 시달려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내 머릿속을 가득채우고 있는 이 비극적인 사건은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일로 날 도우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나 혼자 고스란히 떠안으면 끝인 이 일은 정말 같잖고 하찮아서 더 비참하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냥 직장생활만 해서는 도저히 사람으로서 살 수 없을 것만 같다. 지금 침대 위에 작은 상을 펴고 노트북 올려놓고 전기장판을 켜놓고 무릎담요를 덮고 fourplay 의 magic carpet ride 를 듣고 있다. 이 곡 정말 좋아서 링크하고 싶은데 유튜브에도 들을만한 음질의 동영상이 없다. 
아아 난 이렇게 하루하루 아둥바둥 기도하는 기분으로 사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성격 상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계획을 세우는 일을 못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렇게 하루하루 죽여가는 기분으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마흔이 넘으면 난 뭔가가 되어 있을 수 있을까?
가끔 가는 교회에서도 기도시간에 난 항상 다음주를 위해서 기도를 한다. 다음주 아무일도 없이 지나가게 해주세요. 나쁜 일 없이 지나가게 해주세요. 누군가를 좋아했을 땐 한가지 기도도 더 덧붙였다. 그런데 그 역시 그 사람에게 다음 주에 나쁜일 생기지 않게 해주세요. 이거였다. 더 뭐가 필요한가. (아 그러고보니 고모를 위해 기도한다고 해놓고 못했네)
평생을 가도 친해질 수 없는 부류로, 교회활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지만, 내 태생의 종교는 기독교다. 아니 예수님 하나님을 믿어서 기도를 한다기보다는 기도를 하면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악몽을 꾸다가 일어나도 혼자 이불 속에서 기도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종교는 딱 이정도 수준이면 된다. 평생동안 성경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도 없고 한달에 한번정도 가는 교회에서도 제대로 읽지 않지만, 종교의 의미는 딱 이정도가 아닐까. 
말이 길었지만, 난 오늘 우울했다. 그런데 예전 회사에서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려고 해도 그게 잘 안된다. 사람은 간사하다. 간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