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이 시가 왜 좋은지 설명하기에는 내 실력이 너무 짧다. 썼다간 감상에 더욱 방해가 되고 김수영 아저씨께 심히 죄송스러워 질 것 같았다. 봄만 되면 난 이 시가 생각난다. 며칠전 내친구 민양은 헌책방에서 조병화 시집 보다가 울 뻔 했다는데, 그것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 '시'는 내가 범잡할 수 없는 문학 분야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현대문학이나 창작과 비평 같은데 실린 요즘 시를 봐도 전혀 감흥을 못 느끼겠다. 왜 좋다는거야? 라고 생각하여 혹시나 하고 시 평론을 봐도 전혀 이해가 안간단 말이다. 이해가 안가는 이유는 내가 시를 많이 안읽고 무식해서도 있겠지만, 진짜 잘 쓴 시라면 나같은 사람이 읽어도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봄 밤' 이라는 시처럼. 그리고 '봄 밤' 이라는 이 제목 자체도 설레지 않는가? 봄 밤!!!! 최고로 설레이는 한글자 단어 두 개 아닌가.
한가지 더 말하자면 요즘의 나는 조금씩 지쳐가는 것 같다. 회사일도 더 바빴음 바빴지 여유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이것 때문에 피곤하니까 평일에는 뭘해도 기쁘지 않다. 이 지쳐가는 마음을 뭘로 위로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회사에 들어와서 강하게 드는 느낌은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간다는 느낌. 하루 때우면 그만이다. 드디어 하루 지나갔다. 오늘도 하루 끝났구나. 오늘도 무사했구나. 이런 생각들 뿐이다. 하루가 너무 길다. 그러면서도 세월은 또 너무 빠르다.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김수영님 말대로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아야하는데. 힘들다.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