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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21 연휴 기간 영화 두편 단상

1. 빅쇼트

교육적으로 유익한 영화였다.

스티브 카렐 아저씨는 어엿한 대배우가 되신 것 같다. 신경질적이고, 양심있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종사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셨다. 스티브 카렐 아저씨가 유명해진 영화가 브루스 올마이티긴 하지만, 웃음기 전혀 없이 진지하게 연기하신 리틀 미스 선샤인에서 게이 삼촌 역할이 정말 잘 어울렸다. 그 영화에서 조카에게 프루스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본 후 쭉 아저씨의 팬이다. 스티브 카렐은 웃긴 역할을 할 때 조차 이상하게 약간 처연한 느낌이 나고 가만히 계실 때에는 엄청나게 내성적인 얼굴이라 마음이 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얻는 자가 있으면 잃는 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밑바닥에 있다고 해도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영화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도 좀 말이 안된단 생각도 자주한다. 극진한 대접은 훌륭한 사람이 받아야지, 돈 많은 사람이 받아야 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영화 보기 전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 영화를 보고 완전히 이해했다. 모 평론가 말대로 우리나라에서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영화였다. 우리나라 IMF 를 다룬 영화들과 이 영화를 비교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개인 vs 개인 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좀 더 크게,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훌륭한 영화였다.


2. 스파이 브릿지

스티븐 스필버그 팬을 자처하면서도 극장에서 못봤던 영화를 IPTV로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제 무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로 만든 거의 모든 영화가 훌륭하다. 정말 흠잡을 데 없이 미끈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만드시는 능력은 정말 최강이시다.

냉전 시대 미국과 독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특히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하기 위해 베를린 장벽을 오르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과 뉴욕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벽에 오르는 장면을 비교하여 찍은 장면이 인상깊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사람의 생명이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지 쉽고 재밌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통해 일깨워 준다.

러시아 스파이 역할을 한 배우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순 없었고, 자기의 신념을 지키며 주변의 냉대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한 제임스 도노반 역할에 톰 행크스도 적역이었다.

스파이 브릿지를 보면서 또 느낀 게 역시 영화는 영화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 음악, 카메라, 배우들의 연기 등등 모든 것이 좋았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코엔형제가 썼다는 사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중간 중간 웃긴 장면도 꽤 된다. 난 공무원이 전화 잘못 받는 장면이 너무 웃겨서 깔깔깔 웃었다. 정말 별 거 아닌데 엄청 웃겨서 경외감 까지 들었다.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터뷰를 봤는데 기자가 스티븐에게 쉬는 날 뭐하냐고 물어보니 극장가서 영화 본다고 답했다고 한다. 보통 영화계 종사자면 쉬는 날에는 영화 안보고 쉴 법도 한데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 자신이 영화의 엄청난 팬이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감독 중 한 명이 된 거다. 정말 멋진 분이다. 오래 오래 사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