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이 리틀 자이언트 

로알드 달, 스티븐 스필버그, 디즈니.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 3가지의 조합이라 기대를 많이 했지만, 영화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가 지루하다니!!!!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 영화의 원작을 쓴 로알드 달이 손녀 소피(실제 손녀 이름이 '소피 달' 임. 원작동화 주인공 이름도 '소피') 에게 BFG 같은 착한 거인이 되어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쓴 동화일 것고, 그 부분은 감동적인 부분이나, 일단 재미가 없다.

주인공 여자애가 어마어마하게 귀엽지만 그게 유일한 이 영화의 미덕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팬으로서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다.

아마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중 최악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어흑. 스필버그 감독님, 왜 그러셨어요...)



2. 프랑켄 위니

오랜만에 옛날 팀버튼 영화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긍정적 의미로) 괴상한 애니메이션이었다. 좀처럼 웃지 않으며 언제나 다크서클 진하게 내려와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흑백 애니메이션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저번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이 세상은 나쁜 사람보다 이상한 사람을 더 못견디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을 싫어하면서도 감히 그들을 괴롭힐 생각은 못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에게는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이상하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그들을 마음껏 조롱한다. 아마도 나쁜 사람들에게는 악(惡) 이라는 힘이 있지만, 이상한 사람들은 그마저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내가 지금 말하는 것에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주인공 빅터의 이웃집 소녀, 학교에서 쫓겨나는 과학 선생님, 따돌림을 당하는 학교 친구 등을 통해 특이한 사람들에 대한 팀버튼의 애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예전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나 '유령신부' 그리고 이번에 '프랑켄 위니' 까지 딱봐도 팀버튼이 창조했음을 알 수 있는 캐릭터들의 동작, 눈빛, 표정, 인체 비례 등은 하나같이 묘하게 깜찍해서 좋다.

팀버튼은 감독이 되기 전에 이미 애니메이터였으니까, 앞으로도 종종 애니메이션 작품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Daum 영화


P.S 윈도우즈 기본 어플 중에 캡처 도구로 화면을 캡처하고 바로 Ctrl+V 하면 티스토리에 그대로 붙여지는 거 오늘 처음 알았다. ㅜㅜ 이제까지 다시 그림파일 저장하고 업로드 하는 거 귀찮아서 영화평 쓸 때 글만 쓴 거였는데... (원통!)


1. 빅쇼트

교육적으로 유익한 영화였다.

스티브 카렐 아저씨는 어엿한 대배우가 되신 것 같다. 신경질적이고, 양심있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종사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셨다. 스티브 카렐 아저씨가 유명해진 영화가 브루스 올마이티긴 하지만, 웃음기 전혀 없이 진지하게 연기하신 리틀 미스 선샤인에서 게이 삼촌 역할이 정말 잘 어울렸다. 그 영화에서 조카에게 프루스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본 후 쭉 아저씨의 팬이다. 스티브 카렐은 웃긴 역할을 할 때 조차 이상하게 약간 처연한 느낌이 나고 가만히 계실 때에는 엄청나게 내성적인 얼굴이라 마음이 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얻는 자가 있으면 잃는 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밑바닥에 있다고 해도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영화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도 좀 말이 안된단 생각도 자주한다. 극진한 대접은 훌륭한 사람이 받아야지, 돈 많은 사람이 받아야 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영화 보기 전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 영화를 보고 완전히 이해했다. 모 평론가 말대로 우리나라에서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영화였다. 우리나라 IMF 를 다룬 영화들과 이 영화를 비교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개인 vs 개인 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좀 더 크게,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훌륭한 영화였다.


2. 스파이 브릿지

스티븐 스필버그 팬을 자처하면서도 극장에서 못봤던 영화를 IPTV로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제 무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로 만든 거의 모든 영화가 훌륭하다. 정말 흠잡을 데 없이 미끈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만드시는 능력은 정말 최강이시다.

냉전 시대 미국과 독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특히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하기 위해 베를린 장벽을 오르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과 뉴욕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벽에 오르는 장면을 비교하여 찍은 장면이 인상깊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사람의 생명이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지 쉽고 재밌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통해 일깨워 준다.

러시아 스파이 역할을 한 배우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순 없었고, 자기의 신념을 지키며 주변의 냉대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한 제임스 도노반 역할에 톰 행크스도 적역이었다.

스파이 브릿지를 보면서 또 느낀 게 역시 영화는 영화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 음악, 카메라, 배우들의 연기 등등 모든 것이 좋았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코엔형제가 썼다는 사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중간 중간 웃긴 장면도 꽤 된다. 난 공무원이 전화 잘못 받는 장면이 너무 웃겨서 깔깔깔 웃었다. 정말 별 거 아닌데 엄청 웃겨서 경외감 까지 들었다.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터뷰를 봤는데 기자가 스티븐에게 쉬는 날 뭐하냐고 물어보니 극장가서 영화 본다고 답했다고 한다. 보통 영화계 종사자면 쉬는 날에는 영화 안보고 쉴 법도 한데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 자신이 영화의 엄청난 팬이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감독 중 한 명이 된 거다. 정말 멋진 분이다. 오래 오래 사셨으면..


1. 석회화건염
토요일에 직전회사에서 친했던 대리님이랑 송도에서 맛있는 걸 먹기로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침에 왼쪽 손목이 참을 수 없이 아픈거다. 너무 아파서 전혀 움직일 수 없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눈물이 핑 돌았다. 약속을 취소하고 급히 송도의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으니 의사가 심드렁하게 석회화건염이라고 했다. (정말 별 이상한 병도 다 있지. 왜 관절에 석회가 생기는 건지.)
이틀동안 극심한 통증때문에 지옥을 경험하고, 월요일 아침에 정식 진찰시간보다 빨리 대학병원에가서 진료를 기다렸지만, 손목전문의가 없다고 1년차 어린 의사는 나에게 그 어떤 처치도 해주지 않았다. 뭔 놈의 병원이 의사 출근날을 가려 환자를 받나 싶었다. 결국 화요일에 다시 가서 특진으로 5만원 넘게 돈을 지불한 뒤 진료를 받았고 왼팔에 반깁스를 했다.
사실 토요일에 비하면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깁스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엄마는 이틀이나 휴가 냈으니 아픈 척 해야한다면서 그냥 깁스를 하고 출근하라고 하셨다. 올해 두번째 깁스다.
하는 수 없이 깁스를 하고 오늘 하루종일 독수리타법으로 키보드를 치며 일했다.

2. 왼손과 오른손
4일간 왼손을 못쓰면서 느낀 건 오른손잡이인 나의 오른손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왼손 못써도 밥도 먹고 샤워도 할 수 있고 글씨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왼손을 못쓰니 내 머리카락을 내 손으로 묶을 수가 없고, 화장실에서 한 손으로 바지를 올리고 내려야 했다.
저번에 어깨뼈가 세조각나서 재활하던 언니가 아직도 머리 혼자 못 묶는다며 한탄했는데, 그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머리를 묶는게 보통 복잡한 행위가 아니다. 한손으로 절대 못 묶는다.

3. 전쟁드라마
휴가기간동안 손목이 아파서 신경질적이 되고, 바깥에 나갈 수 없으니 집에서 티비보다 책보다만 했다. 그러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Band of brothers 를 봤다. (거금 9천원을 결제했다)
철저하게 승자 관점에서 서술된 드라마였다. 드라마 내내 독일군의 입장은 거의 나오지 않고, 미군들은 그 치열한 전투를 겪었음에도 정신적으로 거의 아무 이상도 없다. 대부분 화에 전투신이 나오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끝이 없겠지만, 엄청 재밌긴 하다. 또 보고 싶을 정도. 올레티비의 시리즈는 부상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줘서 좋았다.

나는 생긴 것과 전혀 어울리지않게 전쟁 영화를 좋아했는데 한동안 시들하다가 워호스 본 뒤로 전쟁 영화에 대한 나의 사랑에 다시 불이 붙었다.
요즘 읽는 책도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이다. 화기와 비행기, 전차의 나라별 모델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아서 막 재밌진 않지만 꽤 읽을만 하다.
The pacific 이 Band of brothers 의 후속이라는데 선뜻 볼 용기가 안난다.
Thin red line 이라는 태평양전쟁을 다룬 영화를 어렸을 때 봤는데, 정말 충격이 컸다.
한국인과 생김새가 비슷한 일본군이 나오니 유럽전선을 다룬 여타 영화에 비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잘은 몰라도 홀로코스트를 제외하면 전투 중 잔인하고 끔찍했던 건 태평양전선이 유럽전선보다 더했음 더했지 덜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모든 전쟁이 악마적인 건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의 모든 걸 혐오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걔네들한텐 정이 안간다. 오키나와와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보고 들을 때 마다 치가 떨린다.

4. 송년회식 장소
회사에서 송년회 때문에 죽을 맛이다. 내가 예약을 맡았는데 어딜 정해도 100% 만족은 없을테니 제발 그냥 내가 정하는대로 따라와줬으면 좋겠다. 장소 때문에 거의 3주째 갈팡질팡 중 이다.

5. 볼 영화들
007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 영화 두개다 보고싶다. 마션은 결국 티비로 보게 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돌아가시면 슬퍼서 울 것 같다. 그의 모든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내가 본 모든 그의 영화는 모두 지극히도 영화적 이었다. 존경한다. 또 워호스 얘기를 하게 되지만 그 누가 말의 시각으로 유치하지 않게 전쟁 영화를 그렇게 감동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