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빅쇼트

교육적으로 유익한 영화였다.

스티브 카렐 아저씨는 어엿한 대배우가 되신 것 같다. 신경질적이고, 양심있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종사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셨다. 스티브 카렐 아저씨가 유명해진 영화가 브루스 올마이티긴 하지만, 웃음기 전혀 없이 진지하게 연기하신 리틀 미스 선샤인에서 게이 삼촌 역할이 정말 잘 어울렸다. 그 영화에서 조카에게 프루스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본 후 쭉 아저씨의 팬이다. 스티브 카렐은 웃긴 역할을 할 때 조차 이상하게 약간 처연한 느낌이 나고 가만히 계실 때에는 엄청나게 내성적인 얼굴이라 마음이 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얻는 자가 있으면 잃는 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밑바닥에 있다고 해도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영화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도 좀 말이 안된단 생각도 자주한다. 극진한 대접은 훌륭한 사람이 받아야지, 돈 많은 사람이 받아야 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영화 보기 전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 영화를 보고 완전히 이해했다. 모 평론가 말대로 우리나라에서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영화였다. 우리나라 IMF 를 다룬 영화들과 이 영화를 비교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개인 vs 개인 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좀 더 크게,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훌륭한 영화였다.


2. 스파이 브릿지

스티븐 스필버그 팬을 자처하면서도 극장에서 못봤던 영화를 IPTV로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제 무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로 만든 거의 모든 영화가 훌륭하다. 정말 흠잡을 데 없이 미끈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감동적으로 만드시는 능력은 정말 최강이시다.

냉전 시대 미국과 독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특히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하기 위해 베를린 장벽을 오르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과 뉴욕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벽에 오르는 장면을 비교하여 찍은 장면이 인상깊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사람의 생명이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지 쉽고 재밌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통해 일깨워 준다.

러시아 스파이 역할을 한 배우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순 없었고, 자기의 신념을 지키며 주변의 냉대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한 제임스 도노반 역할에 톰 행크스도 적역이었다.

스파이 브릿지를 보면서 또 느낀 게 역시 영화는 영화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 음악, 카메라, 배우들의 연기 등등 모든 것이 좋았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코엔형제가 썼다는 사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중간 중간 웃긴 장면도 꽤 된다. 난 공무원이 전화 잘못 받는 장면이 너무 웃겨서 깔깔깔 웃었다. 정말 별 거 아닌데 엄청 웃겨서 경외감 까지 들었다.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터뷰를 봤는데 기자가 스티븐에게 쉬는 날 뭐하냐고 물어보니 극장가서 영화 본다고 답했다고 한다. 보통 영화계 종사자면 쉬는 날에는 영화 안보고 쉴 법도 한데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 자신이 영화의 엄청난 팬이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감독 중 한 명이 된 거다. 정말 멋진 분이다. 오래 오래 사셨으면..


금요일마다 기분 나쁜일이 발생하고 있다. 금요일 휴가 낸 이후로 이 징크스가 뚝 끊겨거버리길 기도했으나, 저번주 금요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친구는 저번부터 "나 이제 매주 로또 한다." 이러더니, "이제 교회 다니기 시작했다." 라면서 금요일 밤에 교회에 가서 공부하기로 했다는거다. "이젠 교회까지 다니냐!!! " 라고 말은 했지만 신앙생활을 하는 친구한테 교회 가지말고 나랑 놀아줘! 라고 할 순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간절히 원하는 거 있음 한달에 한번정도 아주 드물게 교회 간다.;; 하지만 금요일 토요일엔 안가는데!)
민양한테도 전화를 해봤는데 전화 목소리를 들으니 감기에 제대로 걸린 것 같았다.
두명한테 전화하고보니 놀아달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고 앞으로도 금요일마다 기분 나쁜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 자구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작 생각한 것이 '영화보기' 다. 회사와 가장 가까운 극장은 대한극장과 명보극장인데 퇴근 후 회사 근처에 머무르는 것도 싫고, 끝나고 집으로 오려면 또 너무 길고 해서 포인트도 쌓을 겸 용산 CGV 에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CGV 포인트가 벌써 15000점이다. 더 모으면 이제 2명이서 공짜로 영화도 볼 수 있다. 근데.. 또 혼자서 볼 것 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작년 11월에 극장가서 영화본 이후로 2008년 들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처음을 혼자 보는 것으로 시작하다니! 어찌되었든 그 비참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 미우나 고우나 나 보면서 저녁을 먹을 순 없었다.
기계에서 발권을 하려고 체크카드를 읽히니 안되어서 엔화 환전하러 갔다가 김계장의 90도 인사에 괜히 송구스러워서 만든 신용카드를 기계에 읽혔다. 친절한 메세지. 영화를 선택하고 시간을 선택하니 이젠 좌석을 선택하랜다. 난 G열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오른쪽 맨 끝자리를 선택했다. 내 앞의 E열, F열도 다 오른쪽 맨 끝자리만 남아있었다. '오호. 내 앞의 두 자리에 누군가가 앉는다면 걔네들도 나와 같은 신세로군!' 이라고 생각하며 눈여겨 보기로 하고 혼자서 밥을 먹어도 민망하지 않을 음식점은 과연 어디인고~ 라고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결국 롯데리아에 갔다. 그리고 그날따라 더럽게도 맛 없었던 불고기버거를 간신히 먹고 일찍 상영관에 들어갔다.
내가 본 영화는 Dan in Love (원제 : Dan in Real Life) 라는 매우 사랑스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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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인러브는 저저번주 일요일 늦게만큼 일어나서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예고를 봤는데 은근 재밌을 것 같아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스티브 카렐 도 좋아해서 말이다. 브루스 올 마이티에서도 최고로 웃긴 장면은 당연 스티브 카렐이 뉴스에서 엄마 나 똥 쌌어~(오줌이었나?? ;; 뭐 통역이 제대로 안되었을 것 같긴 하지만) 라고 말하는 장면 아니던가. 크크크크.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에서 봤던 충격적 털의 추억 까지. (에반 올 마이티는 아직 못봤다. 이것도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하다가 결국 못본 것)
상영관에 앉아서 아까 눈여겨 보려던 E열, F열을 보니 오오. 두자리 모두 꽃다운 나이의 대학생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나야 이제 꺽인 20대라지만, 그대들은 왜 혼자서 이런 '사랑스러운' 영화를 혼자 보는고? 라고 묻고 싶다고 생각만 했다. 의외로 영화 혼자 보는 사람 많구나.. 라는 희망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영화의 성격상 연인 사이 많을 수 밖에 없었나보다. 좌우 앞 뒤 다 모두 연인들 뿐이었다. 흥!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전개 구조에 결말이지만, 꽤 웃기다! 난 스티브 카렐이 돌 집어 던지는 장면에서 (비록 혼자지만) 깔깔 대고 웃었다. 아.. 역시 난 뭘 보고 나서 말하는 것엔 잼병인가 보다. 3번이상 반복해서 안보면 난 단 한줄의 영화 평 밖에는 쓸 수 없어 스티브 카렐은 웃기다. 라는 마지막 단평만 남기고 이 영화에 대한 평은 끝내겠다.;; 이 얘기를 쓰는 의도도 역시 난 금요일에 혼자 영화보면서 놀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 거니까.

영화가 끝나고 동인천역에 도착하니 거의 11시 였다. 우리 엄마는 아주 쪼끔 극성이라, 내가 11시 넘어도 귀가하지 않으면 버스 정류장 까지 마중을 나온다. 그날 역시 엄마가 마중을 나와 있는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24시간 일하는 김밥천국에서 나오시는 게 아닌가. 알고보니 우리 엄마보다 적어도 10살은 어려보이는 술취한 놈이 " 야 너 나랑 잘래?" 이랬다는거다. 어이쿠. 참나. 그 얘기 듣고 이 동네가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요일에 영화보려면 시간 잘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저번주부터 엄마까지 합세하여 보기 시작한 프로젝트 런웨이를 다 봤는데 낯선 사람한테 문자가 와 있었다. 소개팅 하기로 한 남자랜다. 엇? 응?? 하고 생각을 해보니 일주일정도 전에 회사 선배가 미영씨 소개팅 할래요? 라고 물어보길래 아 네 뭐 해도 상관없어요~ 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남자가 교육 받느라 연락처 받고 너무 오래 지나서 연락했댄다.
요즘 소개팅은 주선자가 서로 연락처 가르쳐 주고 둘이 전화하여 약속을 잡는다. 앞선 두번의 소개팅 역시 그랬다. 그런데 보통 이럴 땐 전화 해서 네 그럼 언제 어디서 봐요. 하고 연락 안하다가 만나는 당일 되면 어디신가요? 해서 만나지 않나? 그런데 이 남자분 소개팅 하기도 전부터 너무 적극적이다. 아. 마음속에서 부담의 파도가 밀려왔다. 그날도 무슨 처음 전화해선 40분이나 전화하고 어제도 씻고 책 펴놓고 스트레칭 하고 있는데 전화해선 또 한 40분 통화했다. 아아아아. 안그래도 요즘 신경쓸 거 많은데 왜 무식하게 아무 생각없이 소개팅 한다고 그랬나 후회했다.
아. 근데 한가지 신기한 건 이번에 소개팅 하기로 한 남자 내가 전에 사귀던 남자랑 똑같은 고등학교 나왔댄다. 인천의 S남고 출신인데 이 S남고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잠깐 다녔던 인천의 M여고 바로 길건너, 심지어 문 열면 걔네 교실까지 다 보이는 그 고등학교가 아니던가. 걔네 하복은 거의 인권유린이라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흉측한 초록색 바진데 이 때문에 우리학교애들은 걔네 학교 남자애들 모두를 싸잡아서 피터팬이라고 놀렸더랬다. 흐흐. 반갑기도 하고 새삼 세상이 좁단 생각에 죄짓고 살지 말자고 결심했다. (뜬금없는 결론임)
아.. 소개팅은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후회된다. 왜 한다고 했지? 왜왜왜!!! (왜 그러긴 외로워서 그랬지)
 
P.S 오늘 또 불안하게 한가하다. 그래서 포스팅을 두번이나 했지만, 이런 한가함 진짜 옳지 않다. 내게 제발 일을 평균적으로 분배해줘. 제발~~~~아 그리고 또 실망스러운 소식. 우리 회사는 총선에도 일한다. 그럴 줄 알았지만 그래도 1% 정도는 기대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