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비빔면

일상 2010. 6. 18. 15:30
어렸을 때 쫄면 먹고 체한거랑 설사가 같이 와서 엄청 고생한 적이 있어서 그런 빨간 면들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래서 28살이 되도록 팔도비빔면을 단 한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며칠전 한번 팔도비빔면을 먹고 나서 하루에 한번씩 먹고 있다. 자극적인 팔도비빔면에 커피까지 마시고 나면 원래도 장이 안 좋아서 좀 쓰린 느낌이지만, 이제 하루에 한번 팔도비빔면을 안 먹으면 서운하다.
어제도 간식으로 팔도비빔면을 먹고 엄마 생신이라 치즈케익을 먹었더니 바로 속이 안좋아서 식은땀 좀 흘렸다. 내 위장은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위장에서 바로 신호가 와서 밀가루를 멀리하게 되서 다행이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시립인데 뭐 수영장 물이 깨끗해봤자 얼마나 깨끗하겠냐만 거기를 다닌 후로 피부와 머리결이 완전 거칠거칠 해졌다. 아까도 1시간 연습하고 왔는데 이제 발은 뜨는데 호흡이 안된다. 뭐 이것도 한 일주일 연습하면 되겠지 설마;
집에만 있다보니까 인터넷 등을 통해 나같은 류의 사람을 많이 보게 되는데 초조해하는 사람, 사회적 잣대로 볼 때 잉여가 되어가는 느낌에 우울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난 어떤 편인지 모르겠다. 난 오락가락 한다. 아 졸라 불안해. 하고 취업 사이트 기웃거리는 시간도 있고, 아 좀있다가 과외 가야 하는데 이러면서 중학교 수학을 진지하게 풀이할 때도 있고, 한자 공부해야 하는데 하면서 한자 쓰기를 한글자당 10번씩 쓸때도 있고. 여하튼 이러나 저러나 시간은 참 잘간다. 이렇게 난 29살이 되고 30살이 되고 점점 위너들과는 동떨어진 루저가 되어간다고 해도 만약에 내 마음속이 평안하다면 그럭저럭 잘 살 수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난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미련이 많아서 그런지 꿈속에서 자꾸 중학생이 되거나 고등학생이 되는데 오늘 밤에도난 중학생이 되었다. 그런데 같은 반 학생들이 예전에 회사에서 내가 싫어하던 대리들 이었다. 거기 대리들이 날 엄청 따돌렸다.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이었는데 내가 목말라서 물 한모금만 달라고 했는데도 안줬다. 난 쿨한 척 하면서 혼자 잘 돌아다녔는데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만년필로 노트에 외롭다고 일기를 썼다. (꿈속에서까지 찌질함) 그리고 두번째 꿈이 이어졌는데 방글라데시 같은데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가 배경이었다. 내가 아무래도 외국인 노동자 신세였나보다. 그런데 그 숙소 한 가운데서 폭탄이 터졌다. 생존자는 나 포함 8명 이었는데, 어떤 일인지 난 그 폭파된 숙소에서 절대 나갈 수 없는 신세여서 그 더러운 숙소 중에서 가장 깨끗한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었다. 크크크크. 이건 무슨 꿈인지 나원 참.
과외로 내 용돈 정도는 벌고 있는데 의외로 이 생활이 그렇게 싫지 않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걸까. 여하튼 내가 과외하는 애들이 다 너무 귀여워죽겠다.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예전에 과외하는 애들 이야기 들어보면 못된 애들디 종종 있던데, 진짜 착하디 착한 애들이 걸려서 편하게 과외하고 싶다. 가끔 볼에 뽀뽀해주고 싶다. (중1,중2 여자애랑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애-이 애기한테 두자릿수 덧셈 가르치고 있는데 중학생 수학 가르치기보다 더 힘들다)
있다가 올시즌 처음으로 기아 경기 보러 문학 가는데 설마 표가 없진 않겠지?

수영배우기.

일상 2010. 6. 15. 00:08
회사를 관두고 해야할 일 중 거의 첫번째 중에 하나가 수영 배우기 였다. 평소 때 물을 좀 무서워 하기도 하고 이렇게 쉬는 때 아니면 절대 앞으로 수영 배울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수모도 사고, 수경도 사고, 수영복도 사고 가까운 수영장에 한달치 등록을 했다. 그런데 강습 첫날 바로 생리를 시작하는 날 이었다. 그래서 난 하는 수 없이 못갔다. 화, 목이 수영 강습 받는 날인데, 난 목요일까지도 못갔다. 그 다음 주 화요일, 두번 빠졌지만, 그래도 가야지. 하고 가는 중에 깨달았다. 수강증을 놓고 왔다는 걸. (수강증이 없으면 입장이 불가) 그래서 결국 집까지 되돌아갔다.
처음 수영장에 가는거라 씻는것도 어리버리하고 그 수영장 시스템도 제대로 모르고 첫째 둘째 강습 빼먹고 세번째 수업을 들어갔는데 다들 키판 잡고 발 굴러서 앞으로 가고 있는게 아닌가.
난 물이 너무 무서워서 내가 지금 목까지만 내놓고 물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 조차 두근거리고 떨리는데 사람들은 머리를 물에 박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수강 듣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수영 강사가 나한테도 해보라고 하는데 난 소심하게 "오늘 처음왔는데요.." 라고 말하니 나보고 물속에 들어가서 '음파' 하고 숨쉬는 운동부터 하라고 했다. (물속에 들어가서 코로 물방울이 나와야 한다며)
난 그래서 뒤에가서 혼자 숨쉬기만 죽어라 했다. 물 안에 들어가서 숨을 쉬니까 물고문 당하는 느낌이 나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꾹 참고 했다.발차기를 하라고 해서 발차기를 하는데, 평소 근력 제로인 내 다리와 몸으로 물살을 가르면서 발차기를 하니까 뒷골이 땡겨서 쓰러질 거 같았다.
그러다가 이제 물에서 떠서 발차기를 해야하는 순간이 왔는데 여기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수영 강사도 나보고 큰일 났다고 그러고 연습 많이 하라는데 일단 발까지 뜨지가 않는다. 내가 발까지 뜨지 않는 이유는 겁이 많아서 몸에 힘을 못 빼기 때문이기도 하고 떠서 앞으로 나가려면 발차기 할 때 발을 물 바깥으로 까지 올려야 하는데 힘이 부족해서 그것도 되지 않고 있다. 아... 그래도 물속에 빠지면 목숨 부지할 정도는 되야할텐데, 백수 때 목표 중 하나가 수영이었기 때문에 하긴 해야겠는데 지금 벌써 한 56% 정도는 그만하자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다.
어려서부터 뭘 배우려면 남들의 한 3배정도 걸리는 몸치였다. 그래도 어렸을 때 배워둘걸. (근데 배울 기회가 없기도 했다. 나 어릴 때 살던 동네에서 수영 배우는 애들은 다 잘사는 집 애들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