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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1 여름부터 본 애니메이션 3편

원래 오늘부터 일이 많아질 예정이었는데 일이 안 넘어오고 있다. 이러다가 또 마감쯤 되서 미친듯이 바쁘겠지. 이건 직장인의 숙명인 것인가.
불안하면서 한가로운 이 시간에 오랜만에 이제까지 본 만화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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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섬머워즈
: 섬머워즈를 보면서 깨달은 건데 내가 애니메이션에게 기대하는 바는 역시 스케일 큰 모험 인가보다. 예전 피아노의 숲을 보며 약간 2%부족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그런 요소가 부족해서 인 거 같다. (난 막 장풍 쏘고 날아다니고 서로 싸우고 위험에 빠지고 이러는게 좋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이) 예쁜 그림체 보는 재미는 있지만, 사이버 세계의 싸움을 고스톱으로 물리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 거기에 난 고스톱 룰을 전혀 모르니 이해가 안될 수 밖에. 지극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스러운 완벽한 나츠키 선배와 소심한 수학천재 겐지가 주요 주인공이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약간 밋밋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꽤 재밌게 봤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감독 작품이라는데 그보다는 못하다.

2. 토이스토리3
: 3D 인 줄도 모르고 예매했는데 가서 보니 3D여서 처음으로 3D 체험을 했다. 난 아바타도 안봤으니까. (아바타를 안보는 건 나우시카를 좋아하는 팬으로서의 자존심 으흐흐) 토이스토리1 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난 내가 당연히 토이스토리 2도 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토이스토리2를 안봤다. 전편을 안봐도 무난하게 즐길 있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었음. 토이스토리3  마지막에 앤디랑 이별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찔끔 났다. (마지막에 앤디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보미는 너무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토이스토리3를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여 보니, 나도 인형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 재밌었던 거 같다. 혼자서도 쫑알쫑알 대면서 나름 인형마다 역할 부여해서 잘 놀았는데.. (아직도 생각나는 건 내가 목욕할 때마다 가지고 놀았던 노란색에 분홍 모자 쓴 고래 인형이다. 바다 동물 친구들이 여러명 있었는데 목욕하면서도 항상 계속 가지고 놀았다) 겉으로는 장난감들의 모험 이야기지만, 더 크게 보면 아이에서 어른으로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슬픔 아련함 같은게 느껴지는 수작이다. 극장에서 나오는데 내 뒤에 있는 23살 남짓 된 남자애가 자기 여자친구한테 "야. 나 울었어." 이러는데 혼자 피식하고 웃었다. (동생이랑 같이 봤는데 동생은 마지막 헤어지는 장면보다 불구덩이에 들어가기 직전에 서로 손잡는 장면이 더 슬펐다고)

3. 마루 밑 아리에티
: 포뇨에서 최고로 멋있는 물고기 파도(?)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터가 감독까지 맡아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나 스토리는 대실망이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내가 좋아하는 스팩터클한 맛이 없고, 너무 잔잔하여 심심했다. 과외 했던 아이랑 함께 가서 봤는데 걔는 영화보다가 푹 자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색감이 아름답고 섬세하고 주인공 아리에티도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인공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예뻐서 그림 보는 재미로 한 번은 볼 만하다 .(심약한 소년 쇼유는 보너스) 마지막에 아리에티와 쇼우가 헤어지면서 쇼우가 아리에티에게 너는 내 심장이야. 할 때는 으잉? 아니 갑자기 왜! 하는 생각이 들 긴 했지만.
내가 좋아했던 감독들이 젊었을 때 만들었던 영화보다 훨씬 못한 작품을 만들면 난 좀 서글프고 그렇다. 고등학생 때 대학 초기 때 좋아하는 감독 이라고 말하면 마틴 스콜세지 라고 말했지만, 마틴 스콜세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좋은 친구들 이랑 taxi driver 를 좋아하는 것 뿐이다. 에비에이터나 갱스오브뉴욕은 아예 구미가 안 땡겨서 안봤다.  밴드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좋아했던 밴드라고 해도 3집이 지나가면 내가 생각했던 감성도 음악도 아니라 실망하게 되고, 뭐니뭐니해도 데뷔앨범만큼 좋은 앨범을 만드는 밴드가 그닥 없는 걸 보면 뭐든 젊었을 때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25~30살 쯤 데뷔를 한다고 하면 데뷔작은 거의 30년을 집대성 해서 만드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걸까? (영화도 가만 보면 명작이라 하는 건 거의 다 데뷔작이니까)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만 해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 포뇨는 나우시카나 라퓨타 같은 젊었을 적 작품에 비한다면 재미가 훨씬 덜 하단 느낌이 들어 슬프기 때문이다. 뭐 아리에티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리고 참여한 건 아니라고 해도 지브리가 센과 치히로 이후로 최대박 애니메이션을 못 만들고 있는 거 같아서 아쉽다. 뭐 일본 가보니 여기저기 포뇨 판이라 포뇨는 성공한 것 같지만, 그 애니메이션 역시 너무 5세 유아용 이었다고. 으흑. (그러면서도 포뇨 핸드폰 고리는 죽어도 달고 다니고 있는 나, 포뇨는 상업성 측면에서 보면 토토로 이후 최강이긴 하지. 으흠. 너무 귀엽게 생겼어)

다 쓰고 읽어보니 이 포스팅에 괄호를 너무 남발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