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댁에 가서.

일상 2010. 2. 17. 12:28
13일 토요일
- 우리 엄마랑 제일 친한 외삼촌이 집으로 오라고 해서 부천에 있는 외삼촌네 댁으로 갔다. 원래 이종사촌 언니들하고는 친해서 반갑게 해후를 하고 외삼촌네 집 딸하고도 친해서 공부하고 있는 그 동생이랑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엄마랑 별로 안친한 다른 외삼촌네 집 딸은 나랑 동갑이라 항상 나와는 비교 대상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나는 완전한 깡시골로 전학을 가고 걔는 의정부에서 공부 한 번 제대로 시킨다며, 서울로 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도 반장을 도맡아 한다느니, 고액과외를 받고 고려대 연세대 혹은 교대를 간다고 난리를 쳐서 안그래도 외로웠던 나에게 그 집은 큰 거부감이었다. 가끔 시골에서 만나도 은근히 날 무시하는 게 느껴지고, 그 집의 숙모님께서는 친척들이 미영이가 날씬하네~ 몸무게 얼마 안나가겠다.(그 땐 지금 키에 몸무게가 4키로 정도 적게 나갔으니;) 말하면 쟤는 키가 작잖아요. 키가. 하고 말하는 식으로 죽어도 날 칭찬하는 꼴은 못보는 분이었다. (나는 158cm , 걔는 167cm) 그래서 그 뒤로는 걔 얼굴을 꼴도 보기 싫었다.;  
난 공부 더 하기 싫어서 대충 점수 맞춰서 대학 가는 동안, 걔는 재수를 한다며, 교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걔는 재수를 했든데도 결국 나보다 안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솔직히 난 그걸 보면서 비용 대비 효용이 저질이라고 생각하며 쾌감을 느꼈다.
대학 졸업 이후 원하는 곳으로는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난 취직을 했고 걔는 학원 강사로 가면서 어떻게 보면 그때부터는 내가 걔보다 앞서가는 것 처럼 보였지만, 걔가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 본격적인 토익강사로 일하면서 부터는 다시 그 반대가 되었다. (쳇. 외국물 먹으면 만사오케이인 나쁜 세상) 솔직히 영국으로 걔가 유학 갔다는 말 듣고 엄청 부럽기도 했고.
여하튼 이런 이유들로 걔와 나와는 이제 더이상 친해질 수 없는 먼 사이가 되어버려서 이번 설에 가서도 한마디도 안했다. 엄마는 왜 걔를 그렇게 따돌리냐며 나무랐고, 생각해보니 내가 좀 심했나? 하고 죄책감도 들었지만, 걔와 나와 가까워 지기에는 이제 너무 멀어진 거 같다. 어렸을 때는 곧잘 놀았는데.

14일부터 15일까지는 방정리를 했는데 묵은 먼지 때문에 죽을 뻔 했다. 그 내용은 다음에 써야겠다. 오늘은 집에 좀 일찍 들어가야겠다. 설연휴 동안 체했는데 그 뒤부터 밥 먹은게 계속 얹힌다.

할부가 쌓이네.

일상 2009. 1. 26. 18:22
우리회사가 2009년 1월 들어 자꾸 안한던 짓을 하여 1월에 다른 때 보다 월급도 더 많이 받고 심지어 이번 설연휴때 28일도 붙여서 쉬게 해주었다. 우리 회사 갑자기 미친 거 아닐까?
아 그리고 난 정말 싫어하는데 퇴직금도 중간정산하여 줬기 때문에 2009년 1월은 태어나서 돈을 최고로 많이 벌어봤다. 혹자들은 목돈 들어와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반기지만 이건 조삼모사 아닌가? 관둘 때 결국 한 푼도 못받는 거 아냐. 아 치사해.
오늘 친척 오빠한테 들은 건데 조만간 회사 퇴직금도 회사관리가 아니고 금융기관 관리로 넘어가는 법이 추진중이랜다. 이거 완전 반길일 아닌가? 퇴직연금 형식으로 간다는데, 더 좋을지 아닐지는 두고봐야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런 치사한 중간정산은 없어지지 않을까?

입사하여 2009년 1월을 제외하고는 월급은 매달 1원 단위까지 같았고 (때문에 월급여 명세서는 아예 확인도 안함) 창립기념일, 선거일 조차 쉬지 않았던 회사에서 돈이 더 나오고 28일까지 붙여서 쉬게 해주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닌가!
원래 회사 게시판은 전혀 방문하지도 않고 공지사항도 관심갖지 않는 나는 절대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웬걸?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말할 때도 설마 하고 아예 기대도 안했다. 그래서 기쁨 두배)
그런데 돈을 조금 더 받으면 뭐하나  인센티브는 1원 한푼도 남지 않고 치과로 다 들어가는데. 퇴직금은 치과에 모자라거 조금 남겨놓고는 다 그냥 예금으로 넣어버렸다.(나 좀 잘한거? 크크크)

잠깐 내 치과 치료에 대해 말하자면 내 어금니는 다 금으로 때웠는데 그 금으로 때운 것도 잘못되어 결국에는 오른쪽 왼쪽 끝에서 두번째 어금니는 그냥 금으로 씌워야 하고, 앞니 씌운 건 너무 오래되서 교체해야 된댄다. 거의 한 3월까지는 치과를 다녀야 할 듯 싶은데 근무시간 중에 치과가는 걸 어찌나 눈치를 주든지 치사하고 드러워서 그냥 퇴근후에 가고 있다. 그래서 피곤하다. 치과 간다고 얘기하면 아무도 대답을 안해. 뭐 어쩌라고. 에휴. 이렇게 일해야 되나 싶고. 돈 드는 것도 서러운데 피곤한 몸 이끌고 밥도 못먹고 치과가서 누워서 마취주사 맞고 있다보면 인생무상인데 요즘에는 일하는 거 보다 차라리 마취주사 맞고 금니 뜯어내는 게 더 좋아지려고 한다.

예전에 대학생때 블로그 할 때는 사람들이 뭐 샀다고 자랑해놓는 포스팅 볼 때마다 참나 재수없어. 하고 욕 했는데 어느 새 나도 뭐 샀다고 자랑질 하는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그냥 돈 쓴 거 자랑한다고 욕하던 대학생때가 나았다. 그렇다고 대학생 때가 마냥 행복했던 건 또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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쨌든 들뜬 마음으로 지른 물건들이 요즘 완전 많은데, 사진으로 찍지 못한 것으로는 아빠 잠바가 있다. 엄마 옷도 사주고 싶었는데 그건 못했고, 동생은 1박2일 외박 나왔는데 그냥 돈으로 줬다. 엄마 옷은 봄 되면 사드리겠다. 저번 가을 때 하나 사드렸으니.. 그리고 이거 가지고 언급하면 나 정말 나쁜 딸 되는데 생활비도 요즘은 꽤 드리니; 헐. 이러다 마이너스 될 듯.
아 그리고 위 사진에 없는 것이 또 있는데 어제 백화점 가서 겨울 코트랑 치마를 샀다. 난 체구에 비해서는 골반과 허벅지가 꽤 굵은데 이건 단지 체구에 비해서인 건지 결국 어제도 나한테  딱 맞는 치마는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나이 들어서 이제 옷 고르기도 귀찮아서 맨날 가는 매장만 간다) 조금 큰 거 입고 거울 보니 서글퍼지기도 하고 무슨 품의 방정한 초등학교 선생님 같았다. 쳇. 그리고 어제 산 코트에서는 크게 아주 크게 무리를 해서 그것도 결국 3개월 할부로 샀다. 대신 살 안찌워서 그 옷을 죽을 때 까지 입겠다.;
결국 난 어제 백화점에서 단숨에 적립금이 엄청 쌓여버렸다. 그 정도나 돈 썼는데 백화점에서는 고작 키친타올4개 줬다. 아 근데 어제 내가 간 중 백화점에 사람이 최고 없더라. 다 귀향했나보다.

저번주에 연말정산 때문에 국세청에서 내 카드사용내역을 뽑아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봉에 비해 쓴 돈이 엄청나서 나 이번에도 꽤 환급받을 듯. 헐. 아 쉬고 가면 연말정산도 해야 하는데 많이 귀찮다. 어차피 연휴내내 할 일도 없는데 그거나 계산해봐야지.

이제서 새삼스럽게 올리기 좀 민망하지만 일본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우리가족은 그래도 명절인데 어디 가야하지 않겠냐 싶어서 예술의 전당에 갔다.

우리 친척들은(특히 친가) 명절이 되어도 가족들끼리 복작보작 모이거나 몇시간을 걸려서라도 귀향 하는 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들 성격이 비슷비슷해서 꺼려하는 분위기랄까? 혹시 만나도 딱 점심한끼 같이 하고 말지 그 집에서 자고 먹을 것 해먹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명절증후군도 없고 우리가족 역시 명절 연휴는 연휴 내내 늘어지게 잠자고 쉬고 그러는거다. 그렇다고 친척들이랑 원수지고 사는 것도 아니고 다만 성격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 엄마는 처음에 이런 게 다들 너무 차갑게들 지내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 했다는데, 솔직히 난 이게 훨씬 합리적이고 좋다고 생각한다. 20년 넘게 이런 집안 문화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친척들이 다 둘러앉아서 음식하고 TV 보고 얘기하고 하는게 왠지 끔찍하고 싫다. 얼마나 불편해.;;

우리가 갔던 날 예술의 전당에서는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 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칸딘스키라. 전시회 제목만 보면 칸딘스키 그림이 엄청 많을 것 같지만 그냥 러시아 거장전 이라고 하는 게 나을 뻔 했다. 다른 작가들 그림이 훨씬 많았다.

생전 처음 보는 러시아 그림을 보니 러시아에 한번 가고 싶어졌다. 여러 작가들이 각기 다른 그림을 그렸음에도 모든 그림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음침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고흐 그림처럼 태양이 작열하는 느낌이 나는 그림은 거의 없었다. 여름을 그리고 아무리 화려한 색을 썼어도 약간 어두워 보였다. 단순한 난 러시아 춥긴 진짜 추운가보다. 이런 생각을 했다.

저번에 미국애들이 러시아를 도저히 눈뜨고는 못봐줄 정도로 싫어하는 이유는 러시아한테 문화적 열등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작가로만 봐도 그렇다. 톨스토이, 푸쉬킨,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 안톤 체홉♡ 을 비롯한 러시아의 쟁쟁한 작가들과 비교해본다면 솔직히 뼈속까지 미국인이라 할 수 있는 굉장한 작가가 누가 있나. (그리고 미국애들은 '백경'을 굉장한 문학작품으로 포장하던데 난 읽으려다 너무 재미 없어서 포기했다) 음악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영화의 이해 같은 입문서를 펼쳐보면 러시아 감독이 많으니까. 거깃다 나 역시 러시아 하면 왠지 닥터 지바고 생각나고 왠지 낭만적일 거 같고 그런데 미국 하면 과장하기 좋아하는 놈들. 깊이 없는 놈들. 심지어 뿌리 없는 놈들. 이런 생각만 든단 말이다. (인디안이나 흑인 각 민족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볼 때)
아 미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미국 애들이 스타워즈에 죽고 못사는 것은 미국인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미국만의 설화나 이야기가 없고 그 자리를 스타워즈가 대체해서라는 주장도 어디서 봤다. 미국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그들만의 특이한 정서가 없기 때문아닐까? 또한 난 미국이 그렇게 죽고못사는 스타워즈도 재미가 하나도 없던데. 돈주고 보라고 그래도 시간 아까워서 보기 싫을 정도.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러시아의 정서가 고스란히 그림에 담겨져 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내가 가장 좋았던 그림은 바로 밑의 그림인데 이미 몇가지 색을 안 썼고 형태도 매우 간결하지만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허해지고 쓸쓸하고 그랬다. 그래서 엽서도 샀는데 불행히도 난 작가이름도 그림이름도 벌써 기억이 안난다. 집에서 블로그 하게 되면 작가명하고 이름도 붙여 놓겠다.;;겨울과 관련된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이 죽일놈의 아이큐)
그 전시장에서 봤던 인상적인 문구 는 (정확하진 않지만) '나쁜 평화가 뜻있는 전쟁보다 항상 낫다.'(러시아 속담) 라는 문구다. 전쟁 그림 위에 붙여져 있던 문구인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혹시 더 궁금하시다면 http://www.2007kandinsky.com 을 방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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