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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12 석회화건염에 걸린 요즘. 8

1. 석회화건염
토요일에 직전회사에서 친했던 대리님이랑 송도에서 맛있는 걸 먹기로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침에 왼쪽 손목이 참을 수 없이 아픈거다. 너무 아파서 전혀 움직일 수 없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눈물이 핑 돌았다. 약속을 취소하고 급히 송도의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으니 의사가 심드렁하게 석회화건염이라고 했다. (정말 별 이상한 병도 다 있지. 왜 관절에 석회가 생기는 건지.)
이틀동안 극심한 통증때문에 지옥을 경험하고, 월요일 아침에 정식 진찰시간보다 빨리 대학병원에가서 진료를 기다렸지만, 손목전문의가 없다고 1년차 어린 의사는 나에게 그 어떤 처치도 해주지 않았다. 뭔 놈의 병원이 의사 출근날을 가려 환자를 받나 싶었다. 결국 화요일에 다시 가서 특진으로 5만원 넘게 돈을 지불한 뒤 진료를 받았고 왼팔에 반깁스를 했다.
사실 토요일에 비하면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깁스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엄마는 이틀이나 휴가 냈으니 아픈 척 해야한다면서 그냥 깁스를 하고 출근하라고 하셨다. 올해 두번째 깁스다.
하는 수 없이 깁스를 하고 오늘 하루종일 독수리타법으로 키보드를 치며 일했다.

2. 왼손과 오른손
4일간 왼손을 못쓰면서 느낀 건 오른손잡이인 나의 오른손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왼손 못써도 밥도 먹고 샤워도 할 수 있고 글씨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왼손을 못쓰니 내 머리카락을 내 손으로 묶을 수가 없고, 화장실에서 한 손으로 바지를 올리고 내려야 했다.
저번에 어깨뼈가 세조각나서 재활하던 언니가 아직도 머리 혼자 못 묶는다며 한탄했는데, 그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머리를 묶는게 보통 복잡한 행위가 아니다. 한손으로 절대 못 묶는다.

3. 전쟁드라마
휴가기간동안 손목이 아파서 신경질적이 되고, 바깥에 나갈 수 없으니 집에서 티비보다 책보다만 했다. 그러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Band of brothers 를 봤다. (거금 9천원을 결제했다)
철저하게 승자 관점에서 서술된 드라마였다. 드라마 내내 독일군의 입장은 거의 나오지 않고, 미군들은 그 치열한 전투를 겪었음에도 정신적으로 거의 아무 이상도 없다. 대부분 화에 전투신이 나오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끝이 없겠지만, 엄청 재밌긴 하다. 또 보고 싶을 정도. 올레티비의 시리즈는 부상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줘서 좋았다.

나는 생긴 것과 전혀 어울리지않게 전쟁 영화를 좋아했는데 한동안 시들하다가 워호스 본 뒤로 전쟁 영화에 대한 나의 사랑에 다시 불이 붙었다.
요즘 읽는 책도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이다. 화기와 비행기, 전차의 나라별 모델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아서 막 재밌진 않지만 꽤 읽을만 하다.
The pacific 이 Band of brothers 의 후속이라는데 선뜻 볼 용기가 안난다.
Thin red line 이라는 태평양전쟁을 다룬 영화를 어렸을 때 봤는데, 정말 충격이 컸다.
한국인과 생김새가 비슷한 일본군이 나오니 유럽전선을 다룬 여타 영화에 비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잘은 몰라도 홀로코스트를 제외하면 전투 중 잔인하고 끔찍했던 건 태평양전선이 유럽전선보다 더했음 더했지 덜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모든 전쟁이 악마적인 건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의 모든 걸 혐오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걔네들한텐 정이 안간다. 오키나와와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보고 들을 때 마다 치가 떨린다.

4. 송년회식 장소
회사에서 송년회 때문에 죽을 맛이다. 내가 예약을 맡았는데 어딜 정해도 100% 만족은 없을테니 제발 그냥 내가 정하는대로 따라와줬으면 좋겠다. 장소 때문에 거의 3주째 갈팡질팡 중 이다.

5. 볼 영화들
007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 영화 두개다 보고싶다. 마션은 결국 티비로 보게 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돌아가시면 슬퍼서 울 것 같다. 그의 모든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내가 본 모든 그의 영화는 모두 지극히도 영화적 이었다. 존경한다. 또 워호스 얘기를 하게 되지만 그 누가 말의 시각으로 유치하지 않게 전쟁 영화를 그렇게 감동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