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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30 긴 연휴 이후 4

긴 연휴 이후

일상 2015. 9. 30. 19:05

1. 내 우산
오늘 아침에 제일 좋아하는 우산을 잃어버렸다. 난 수동장우산이 좋다. 자동우산은 고장도 잘나고 우산이 접히는데까지 당기는 게 가끔 힘들게 느껴져서 싫다.
어렸을 때는 수동 우산의 얇은 철심같은 걸쇠를 여린 엄지로 누르는 게 두려워서 집까지 우산을 펼쳐들고 올 때도 있었는데…
오늘 잃어버린 우산은 우리집에 유일하게 남은 수동장우산이었고, (작년에 수동장우산 1개를 극장에서 잃어버렸기에) 키 작은 내가 손잡이를 잡아도 우산의 끝이 땅에 끌리지 않았다. 색도 회색빛도는 베이지색으로 무늬도 고급스러웠다.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전화까지 했지만, 접수된 게 없다고 한다.
오늘 7:09 동인천발 용산급행 7-2번칸에서 잃어버린 내 우산이 다른 주인의 비를 충실히 막아주길.
이제 집에는 비가 쏟아져 급히 산 장우산과 보험사에서 준 못생긴 2단 우산만 남았다.

2. 연휴동안
동생이 추석때문에 거의 한분기만에 집에 왔다. 동생은 인천에 올때마다 투덜댄다. 미세먼지가 많아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난댄다. 부모님께서는 동생 직장도 내 직장도 가까운 성남으로 하루라도 빨리​옮겨 다시 4명이 모여 살았으면 하시지만, 우리동네 집값으론 성남으로 갈 수 없으니 하는 수 없이 인천에 사신다.
나역시 지금 월급으론 독립은 언감생심이고.
동생은 인천 싫다고 투덜댔지만 가까이 생긴 아울렛에서 엄청싸게 신발 옷 등을 잔뜩 사갔다. 미세먼지 흡입한 댓가치곤 꽤 많았으니까 위안이 됐겠지.

추석당일에는 이모댁에 갔다. 시흥 이모댁에 간 김에 가까운 생태공원에 갔는데 나중에 꼭 다시 와야겠다 생각했다. 넓고 황량한 공원에서 큰 한가위달을 보았다.

친척들이 날보면 할 말은 왜 결혼 못하냐는 거 밖에 없기 때문에 죄인마냥 만나서도 여기저기로 막 피해다녔다. 결혼 못한 게 죄는 아니건만…

3. 신도림발 2호선
연휴동안 만난 부천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사촌동생이 신도림에서 출발하여 대림방향으로 출발하는 열차를 타면 출근시간에 앉아갈 수 있다고 하여 오늘 그 열차를 타고 출근하였다.
보통 나는 문래방향으로 그냥 2호선을 타지만 앉아갈 수 있다하여 한강 이남 라인을 시도했건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출근시간 신도림역에서 거의 1분간격으로 오는 외선순환을 포기하고 10분간격으로 오는 신도림출발 열차를 택한 자들의 유일한 목표는 좌석이기 때문에 줄 서 있을 때 부터 좌석 경쟁이 치열하다. 자리에 앉고 말겠다는 기가 나한테까지 느껴져 열차가 들어올 땐 출발점의 육상선수 마냥 심장이 뛰었다.
다행히 앉았지만 옆의 여자 둘이 너무 떠들어서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앉아서 자면 덜 피곤할 것 같아서 선택했지만 남은 것은 피곤 뿐.
한강 이남 2호선 경로는 한강 이북 2호선 경로보다 3정거장이 긴데, 이 3정거장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길었다. 정거장 사이도 그렇고.
결국 난 오늘 평소 출근 소요시간인 1시간 45분 보다 훨씬 긴 2시간 만에 사무실에 왔는데 9월의 마지막 날이라 안그래도 바쁜데, 아침부터 피곤하기까지 하여 지금 서있기도 엄청 힘들다.

4. 피하고 싶은 아이
작년 학원에서 알게된 현재 대학생인 남자애가 자꾸 연락을 하고 보자고 하는데 정말 얘가 왜 이럴까 싶고 부담스러워 미칠 것 같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후에는 어린 애들만 만나면 뭔가 해줘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곤 한다.
처음 봤을 때 부터 듣기좋은 말만 좌르르 늘어놓았던 아이가 자꾸 자기네 집과 우리 회사가 가깝다고 하는데 고민 중 이다.
두달째 거의 매일 오는 카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번 만나야할까 하다가도 계속 피하는 이유는 사실 최근 걔가 보험회사에 취업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어서 날 보자고 하는걸까 싶다가도 영업이 목적이면 어쩌지 싶고.
휴. 얘야 너는 참 나에게 불편한 존재로구나. 미션을 해치우듯 한번 봐야하는 존재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