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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01 절망적인 신년 운세 2

백수 시절 과외하던 집에서 두달치 과외값을 못 받았었다. 난 그냥 거기 사람들이랑 더 부딪치기가 싫어서 안받고 말까 하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는데 동생이 더 열불을 내면서 그건 우리집과 누나에 대한 모독이라며 날뛰더니만 결국 그 아줌마에게 전화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했고 그 아줌마는 전화를 끊자마자 나에게 전화하여 화를 냈다. 그래서 내가 죄송하다(이런거 보면 나도 참 병신같다. 내가 왜 죄송해) 말하고 언제 보자고 해놓고 어제 찾아가기로 약속을 햇다.
오전 11시 40분쯤 집앞까지 갔는데 또 전화가 왔다. 집에 자기 남편이 있어서 못나가겠다고. 갑자기 화가 확 솟구쳤지만, 돈을 받기 전까지는 이 인간들과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화를 애써 누르며 그럼 계좌번호 부를테니까 2시반까지 입금하라고 그러고 난 인하대병원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인하대병원에 간 이유는 요즘 쓰려는 회사 제출 서류 중 건강검진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들어 계약직의 슬픔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물론 난 2년 동안은 내가 정말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은 계속 일할 수 있긴 하지만, 왠지 계약직인 이상 정규직으로 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 회사 채용신체검사서류 최근 3개월꺼로 내라고 해놨더만, 아니 그런건 붙고 나서 하는건데 그걸 다 왜 벌써 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한번 하는데 4만원씩이나 하는데... 그래서 난 그냥 지금 학교 취직하면서 했던 채용신체검사서를 재발급 받았다.
그리고 나서 미용실로 향했다. 27일날 발급된 파마 50%할인 쿠폰으로 파마를 할 작정이었다. 아주 뜨거운 바람으로 단시간에 모발건조 하는 걸 선호하는 나의 머리결이 개털이라 파마를 안하고 있었지만, 내 머리는 2% 정도 곱슬기가 있는 그냥 자연의 상태로 놓아두면 이건 봐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맨날 묶기도 귀찮고 결국 개털이 되든말든 하고 파마를 하기로 했다. 50%니까 싸겠지? 하고 갔는데 내 머리결을 보더니 영양을 꼭 넣어야 되겠다고 해서 5만원짜리 영양도 넣었더니 결국 10만원이 넘어버렸다.
너무 약하게 되서 내일 머리 감으면 지나치게 자연스러워 질 거 같기도 한데, 그래도 기분 전환되고 기분 좋았다.
점심을 안먹고 파마를 해서 배가 너무 고파서 바로 밑에 층에 있던 롯데리아에서 한우 레이디 버거를 허겁지겁 먹고 (근데 롯데리아와 맥도날드의 햄버거 맛은 천지차이. 롯데리아는 왜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 같은 버거를 못만드는가!!!) 나오는데 "신년운세" 라고 써져 있는 작은 부스가 눈에 뛰는것이 아닌가. 평소 본격적으로 점을 보는 3만원 이상의 점집은 안가지만, 길가다 작게 있는 타로카드나 사주 보는 건 좋아하는 편이라, 또 못지나치고 결국 들어가서 점을 봤는데 나보고 2010년에는 직장 때문에 많이 힘들지 않았냐고 하는거다. 그리고 애인이 18~22살 사이에 있었고, 8~12살 사이는 아버지 때문에 집안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거의 다 맞아서 신기했다.
그런데 그 아줌마가 나보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년 안 좋고 뭘해도 안좋으니 그냥 마음을 비우란다. 2012년까지는 애인도 없고 회사도 별로고 모든게 별로랜다. 아. 웬만해선 그정도까지 말 안하는데 너무 한다. 정말. 흑. 결국 31살 되야 내 인생에 그나마 빛이 든다는건데, 그 나이 때 빛 들어서 뭐하나 싶고 그 아줌마 때문에 지금 이력서 쓰는데도 부질 없는 거 같고, 내일 만나기로 한 소개팅남도 별로 인 거 같고 그렇다.
그 소개팅남은 나보다 한 살 많은데 끝끝내 존댓말을 해서 어제 파마하고 나서 말 놓으라고 내가 먼저 말했다. 이제 오빠라고 해야하나? 생각하니 좀 눈앞이 깜깜한데, 내일 해야지 뭐 어떡하겠나 내가 놓자고 했는데.
아아... 믿고 싶지 않지만 올해도 작년같고 내년도 올해같다니 이거 참 얼마나 절망스러운 운세냐.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