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에 같이 여행간 친구가 여행가서 사진 하나도 안 찍고 딩가 딩가 놀다가 돌아와선
니가 찍은 사진 다 나도 공유해주면 안돼?
라고 말을 하면 어떨 것 같나?
(참고로 그 친구는 카메라를 한시도 손에서 안놓고 거의 모든 곳의 모든 사진을 다 찍었다.)

내 주변 몇명한테 물어봤더니 다들 아무 상관 없댄다. 나라면?? 흠... 친구랑 여행가본 적이 이번이 처음인데 난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데. (진심임)
 
휴가 때 큐슈를 잘 다녀오긴 했는데 저번 오사카 여행 때 처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뒤로 매는 가방을 매서 손은 편했지만, 카메라를 넣고 빼기가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사카 갔을 땐 동생이 짐꾼역할 해서 좋았는데. 이번엔 그것도 안되었으니.
또 내 사진기가 너무 후진대다가 밧데리까지 살짝 맛이 간 것을 모르고 그냥 가져가서 오전에 사진 찍음 이미 밧데리가 다 닳고 없었다.
물론 물론 다 핑계거리 맞다.

진짜 이유는 그냥 사진 찍기가 귀찮았다.

저번 오사카 여행가서 사진 찍느라고 정작 봐야할 것도 별로 못보고 즐길 것도 별로 못 즐긴 감이 없지않아 있어서 이번에는 사진 찍을 시간에 그냥 한 걸음이라도 더 걷고 보자는 생각으로 안 찍어봤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거 이제와서 후회가 되는거다. 물론 편하긴 했다. 뒤로 매는 배낭에 그냥 씩씩하게 팔 휘두르면서 걸을 수 있었으니까.

흠.. 새로 산 내 친구 디카 속에는 내 인물사진도 꽤 있었는데 친구가 사진 보냈다고 해서 메일함을 열어보니 진짜로 딱 내 인물사진 밖에 안 들어 있었다.
이럴 경우 친구가 얘는 인물 사진 이외에는 필요로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이걸 다 편집해서 보낸 것인가?
아니 근데 1기가 정도 되는 메모리를 풀로 다 채운 친구인데 그 사진을 하나하나 골라냈다는 게 더 놀랍잖아. 난 그 수고도 수고라 생각하기도 했고 공짜로 배경 사진도 좀 얻을 요량으로 그냥 메모리 전체 다 보내달라고 말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내 인물사진만 보내줬단 말이다.

우와... 이거 내 일기 블로그이긴 하지만 이런 고민까지 쓰게 되다니.

여하튼 나의 소심한 고민거리는 과연 내가 동행한 친구한테 니 사진 다 보내달라고 말하면 얘는 싫어할까? 하는 이것이다. 크크크. 아 진짜 캐소심.
근데 이런 고민을 하면서 한가지 깨달은 바는 이번에 같이 동행한 내 친구는 나랑 진짜로 친한 친구가 아니구나 하는 거. 진짜로 친한 친구 (지금 머리속에 떠오르는 두세명) 같았으면 이런 고민 할 게 뭐있나. 하긴 진짜 친한 친구 같았음 아마 내가 말하기도 전에 그냥 사진 다 보내줬을거야. 아. 근데 진짜 친한 친구들은 다 나랑 성격이 비슷해서 사진도 안 찍었겠구나. 왜 나랑 진짜로 친한 친구들은 다 돈을 안벌고 있지. 흑. 같이 여행가고 싶은데.-잠깐 골룸처럼 혼잣말과 정신병자 모드.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아마 안면불수하고 친구한테 사진 다 보내달라고 말할 거다.;;

이번 여행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저번에 미즈키님 블로그에서도 말했지만, 여행가서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 전혀 없는 나와 여행가면 맛집을 꼭 찾아가야 한다는 내친구와의 가치관 충돌이었다. 나는 배가 고프면 그곳이 설령 전세계가 표준화된 맛을 자랑하는 맥도널드라 하더라도 들어가서 음식물을 섭취해줘야 하는데 친구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책에 나와있는 맛집을 찾아서 1시간 이고 2시간 이고 찾아야하니. 추후에는 혼자 오는 것도 괜찮단 생각도 들었다.
오사카 여행 때는 5박 6일 내내 쓰미마셍, 아리가또 를 각각 2번씩 일본어를 딱 4번 밖에 안했고, 의사소통이 안되면 그러면 그런가보다. 이러면 이런가보다 하고 지냈는데 친구가 일어를 잘하니 이것저것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있고 길 찾기도 쉽고 그거 하나는 좋았다.

내 디카에 있는 사진은 고작해야 몇십장 정도인데 그마저도 정리를 못했다. 아아악.
그래도 다 잊기 전에 여행기는 조금씩 남기겠다. 벌써 여행이 아주 머나먼 예전 일 같다. 8월 20일 조금만 있으면 나의 여름도 끝이나고...

P.S 일본 여행가서 2번씩이나 회사관련 꿈을 꿨다. 첫번째 꿈은 너무 생생해서 꿈이야 생시야 했는데 내용도 최악이어서 회사에 일 터졌으니까 당장 회사로 복귀하란 내용이었다. 으악.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