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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안도

일상 2011. 3. 15. 10:10

난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쓸쓸함을 느낀다. 난 얘네들과 그렇게 많이 친하지 않은데 간담상조 하는 양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는게 불편하다. 그렇다고 아예 말을 안하고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르는 사람과도 참 말을 잘 하는 편이다. 친해지기도 잘 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명 정도 이다. 그 이외에는 불편하다.
머리가 큰 다음부터는 정말 친해지는 게 어려운 것일까? 하지만 난 알고 지낸 세월이 친밀도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만나는 사람의 수가 적다는게 문제겠지. 
저번 주에는 회사 때 친했던 동료(?) 들이 놀러왔다. 어찌되었든 서울에서부터 인천까지 와 준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생각보다 엄청 먼 길이임을 나도 아니까. 동료들은 내가 싫다고 때려친 곳에서 아직도 무사히 일하고 아직도 무사히 돈을 벌고 그리고 또 무사히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반가워서 우렁쌈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난 견디지 못했는데 걔네들은 잘 견디고 있었다. 알지못할 열등감 같은 게 느껴졌다. 내 처지가 지금 이래서 그런 것 보다도 난 사회 부적응자 인데 얘네들은 이런 사회에서 꿋꿋이 살고 있는 걸 보면서 난 왜 이리 못난나. 하는 생각 때문에.
한때는 내가 좀 특이해서 내가 좀 예민해서 내가 좀 정직해서 내가 좀 유별나서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좀 못난 것 뿐이었다.
그 친구들이 인천까지 온 이유는 날 보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용하다는 사주카페에 가기 위해서 온 것도 있었는데, 뭐 그런데에서 말하는 건 믿을게 못되지만, 어느 정도의 고민 해소 역할은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술인 말을 다 믿으란 뜻은 아니고, 어쨌든 그 역술인들은 상담 받고 있는 사람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 그렇기 때문에 상황 고려치 않고 단언 하기 쉽지 않은가. 사업을 할까요. 말까요. 해. 하지마. 둘 중 하나로 말해도 그건 그 역술인 탓이 아니니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대부분의 고민은 쉽게 맘을 못 정해서인데 자신의 발언에 대하여 전혀 책임질 필요 없는 역술인들은 인생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결정을 내려줄 수 있다.
블로그를 하면서는 이렇게 합리적으로 생각을 하지만 사실 난 참 귀가 얇아서 그런데 쫓아가면 나도 안보고는 못 배긴다. (이러면서 엊그제 교회는 또 다녀옴) 나보고는 재수를 왜 안했느냐 부터 시작해서 33살 때 까지는 아무것도 안되는 인생이라는 답이 또 되돌아왔다. 그때는 좀 심각했다가 이틀 밤 자고 일어나니 풋 하고 웃음이 난다. 내가 뭘 얻자고 또 그따위 짓에 돈을 들였나 싶고. 차라리 거기에 만 오천원 내느니 손톱 관리 한번 받는게 오히려 돈이 덜 아까울 뻔 했다.
돈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 역술인 아줌마 때문에 하나 시작한 게 있긴 하다. 어제 태어나서 처음으로 헬쓰를 끊었으니까 말이다. 그 아줌마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겟지만! 나보고 게으르고 집중력 부족에 체력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못한댄다. 참내! 100% 그 아줌마 때문에 헬쓰를 하기로 맘 먹은 건 아니고, 정말 요즘 되도 않는 체력으로 여러가지 하려고 하다보니 힘에 부쳐서 좀 건강해지려고 운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다고 타고난 내 체질이 개선이 될 지는 의문이다. 여하튼 오늘은 가서 런닝 좀 해봐야지.
 (근데 내가 끊은 헬쓰 시립 체육관인데 너무 후져서 사물함도 없다.; 맨날 운동화 츄리닝 들고 다녀야돼. 으흑)

요즘 인터넷으로 수업 들으면서 교과서에서 본 말 중에 과거 때문에 현재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현재가 불행하기 때문에 과거도 불행한 거라는 말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 요즘 나를 보면 딱 그렇다. 과거가 날 결정한 게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불행하게 계속 강요하는 느낌이다. 너무 비관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