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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4 [YES24블로그축제] 문 -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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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향연


그 후, 산시로, 문 까지 3부작 다 읽었다. '문'은 '그 후' 의 다음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인데 생각보다 너무 불행해서 속상했다.
소설 '그 후' 에서 다이스케 보면서 부럽고 질투나고 심지어 화까지 났지만 '문' 에서는 불쌍했다.
소설 주인공은 소스케 인데, 오요네와 서로 의지하며 도쿄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친구의 아내를 동생인 줄 알고 본의 아니게 빼앗아버린 소스케는 3번의 유산 역시 하늘이 내려주는 벌이라고 생각할만큼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고 있다.
'그 후 에서는 친구의 아내인 줄 알면서도 미치요와 다이스케가 도망치지만, '문' 에서의 소스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님에도 왜 그렇게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라고 소개한 야스이가 더 잘못 아닌가.
나 때문에 남이 불행해졌다는 느낌을 아직 받아본 적은 없다. 나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나 때문에 남이 불행해졌다는 그 죄책감은 어떤 느낌일까?
소스케처럼 그 어떤 불행이 오더라도 다 예전의 나 때문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일까? 죄책감은 어차피 다가올 수 밖에 없었던 불행까지도 과거의 일과 인과 관계를 억지로 만들 수 밖에는 없는 것일까.

한 때는 그 비슷한 생각을 한 적 있었다.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로 불행하게 만든 적은 없고, 없다고 믿고 있지만, 아주 잠시 한 2년동안 나에게 닥친 불행이 다 과거 내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무척, 괴로운 느낌이긴 했다. 후회해도 되돌릴 수 있는 건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괴로움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으니 우울할 수 밖에는 없다.
3부작을 주인공의 나이순으로 배열해보면 산시로-그 후-문 이 순서가 되는데 날씨 역시 봄 여름-여름 초가을-가을 겨울 순으로 되어 있다. 사랑에 빠지는 봄,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마는 여름, 그에 대한 댓가를 치루는 겨울.
'산시로' 읽을 땐 기분이 좋았고, '그 후'는 흥미진진 했는데 '문'은 읽는 것 만으로도 괴로워 지는 책 이었다. 그만큼 나쓰메 소세키가 잘 썼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못된 숙모 말이다. 완전한 악역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악인 인 거 같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르게 아닌 척 나쁜 짓 하는 못된 사람 말이다.
요즘 드라마 유행은 악인한테 한방에 복수하는 거 던데, 이렇게 복수 하는 거 왠지 품위 떨어지는 거 같다. 읽기 괴롭고 화나도 그냥 아무말 못하고 당하는 사람 심리나 모습 보여주는 게 공감이 가기 마련이다. 실제로 그렇게 당하고만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기도 하고 말이다. 소스케도 결국 끝까지 당하고 산다.
 
소스케와 오요네는 겨울을 지나 봄을 맞지만, 소스케는 다시 겨울이 오겠지. 라고 말을 한다. 결국 소스케와 오요네는 평생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 일까? 나쓰메 소세키는 아무래도 이 부부를 끝까지 용서해줄 생각이 없었나보다.
아 당분간은 재밌는 소설 읽어야지. 우울해지는 소설은 그만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