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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 특강

일상 2011. 6. 21. 11:19

  큰 확신도 없이 그렇다고 열심히도 아니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바로 심리학이다. 심리학을 배울수록 내가 이 모양인데 누가 누구 심리를 공부한다는 거야 싶고 그렇다.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것이 다 그렇듯 나는 강의가 엄청 밀렸고, 시험은 오픈북으로 봤다. 대학교 때 이러닝 듣던 효과가 있는 것인지, 한정 된 시간 내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찾는 데는 도가 튼 거 같다. 공부 하나도 안하고 그렇게만 시험 봐서 78점 맞았다고 좋아했는데 78점이 하위 10% 이내였다.  4과목을 이번학기 수강했는데 그 중 1과목은 최악이었다. 그 이외 것은 외우면서 공부하진 않아도 교과서 한번은 읽어봤으니 잘했다고 치기로 했다.
  사이버대 오프라인 캠퍼스가 우리집에서 2시간 넘게 걸리는 데라 주말에 특강을 한다고 해도 통 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학기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범죄심리학 특강에 갔다. 그날 특강한 여자는 31살에 경찰대 교수가 된 초엘리트였다. 불과 나보다 2살 많은 언니였다. 근데 경찰대 교수야. 세상엔 참 잘난 사람들이 많다. 하긴 나 지금 일하는 대학도 보면 교수보다 나이 많은 대학원생들도 있으니까. 그러면서 교수된 사람한테 형이라고 그러는 사람도 봤다. 35살 훌쩍 넘기고도 하루종일 풀타임으로 대학원 박사과정 다니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난 대학 때도 사투리 쓰거나 목소리 작은 교수 수업을 정말 싫어했는데, 그날 특강한 교수님은 어찌나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고 발음이 좋은지, 듣기 편했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내 얼굴은 계속 찡그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번에 알게 된 건데 유영철이 무려 21명을 죽였다. 난 그냥 유영철은 사람을 "많이" 죽였어.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세상에 21명이다. 21명.
  강호순, 유영철 같은 성적살인자(sexual murderer) 에 대해 들었는데, (특강 교수가 그 분야 연구를 많이 했음) 세상에 악마가 있다면 바로 그런 사람들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 난 잘 모르겠다. 이전까지는 난 태어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특강을 들으니 만들어지는 것 같다. 분명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흔한 계기는 어렸을 때 지속적으로 받았던 학대, 자신이 직접 동물학대를 했던 경험 정도가 될 것이다.
  대학시절 들은 부모교육론 에서도 가장 괴로웠던 챕터는 "아동학대" 챕터였다.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냥 아동학대에 대해 기술되어 있는 교과서를 읽는 것 만으로도 너무 괴로웠다.  당시 교수가 말하길 강호순, 유영철 같은 사건이 있으면 기자들이 와서 "어렸을 때 학대를 받고 자란 사람은 커서도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고 인터뷰 해달라고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은 그런 인터뷰는 절대 안한다고 했다. 그건 그런 아이들에게 넌 미래의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는 거 밖에 더 되냐는 말을 덧붙이면서.
  학대를 받은 아동이 자라나 사회 암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러 연구를 통해 나왔다 하더라도, 학대 받았던 많은 사람 중 몇 사람은 이겨내고 평생 그 고통과 괴로움과 싸우면서 자신을 다스리면서 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세상에 천사람이 있으면 천가지 삶이 있는 거니까.
  모르겠다. 범죄심리학 이라는 게 요즘 영화 같은데서 많이 나오는 프로파일러랑 관련된 거고,  범인을 잡는게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그 사람을 잡으면 뭐할 것이냐 이말이다. 그 사람을 잡는다고 이 세상에 아동학대가 사라지지도 않고, 아동 성폭행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집이랑 친하게 지내는 어떤 할머니 손녀가 매일 엄마아빠 일하는데 놀러오는데 나도 한번 걔를 밨다. 이제 6살이고 얼굴도 이쁘장하게 생겼고, 아버지가 없는 애라 그런지 우리 아빠를 엄청 따른다. 난 조금 친해진 그 여자애가 범죄심리학 특강 시간에 들은 그런 끔찍한 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돌고 그렇다.
 참 세상에는 어두운 면이 많고, 그 어두운 면을 고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사람의 힘으로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종교가 생겨났겠지만. 결국엔 사람들이 죽어라 아동학 심리학 공부하고 연구해도 이 세상을 바꾸는데 전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게 좀 허무하고 슬프다. 나에게 향했던 가학은 반드시 바깥에도 향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그런 의미에서 고통에 둔감해지는 사람이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남의 고통이든 나의 고통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