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엄마에게 함께 남이섬에 가자고 말했지만 덥고 비올 것 같다고 거절당했다. 난 좀 섭섭했다. 원래 외국을 가려다가 국내 체류로 휴가 계획을 바꾼 나는 국내 체류로 여유 있어진 돈으로 옷을 구입하기로 했다.
거의 최저생계비에 가까운 내 월급으로는 솔직히 옷이나 구두 사기가 쉽지 않다. 내가 다른 걸 안하면 모르는데 저질러놓은 사이버대 등록금 때문에. (1학점당 8만원이나 해 으앙)
거의 1년 만에 옷을 사러 백화점으로 갔는데 가는길 오는길 모두 내가 운전을 했다. 차선을 못 바꿔서 이상한 길로 돌아왔고, 내가 운전을 하면 까무리치게 놀라며 옆에서 계속 뭐라고 하는 엄마 때문에 신경 쓰였고, 아빠는 주변 차들에게 필요이상으로 화를 내서 당장 차에서 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백화점에서 반바지만 4개 샀다. 반바지에 한 맺혔나.; 똑같은 디자인으로 2개 2개씩 사고, 블라우스 하나 사고 티셔츠 하나 사고. 블라우스는 가을 신상품이라고 세일을 하나도 안해서 바지 2개 값 주고 샀다. 뭐 나머지는 다 싸게 구입했다. 역시 합리적 쇼핑을 위해선 엄마와 함께.
2번의 교통사고 위험을 넘기고(그래도 백화점 주차장에서 후방주차는 잘했어. 그걸로 위안삼자) 집에 도착해서는 바로 경기도 시흥의 이모댁으로 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남동생을 보며 난 언제 저렇게 하나 싶었다. 가만 보면 내동생이 어렸을 때 부터 공부 빼곤 뭐든지 나보다 잘한단 말이야.
이모댁에 가면 가까운 셋째 외삼촌댁 까지 친한 사촌들이 5명이나 있는데 저녁 먹으면서 신나게 얘기했다. 그러다 나와 동갑이라 항상 비교의 대상이었던 둘째 외삼촌 집의 딸이 이번 해 12월에 시집을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고등학교 때 걔보다 공부 잘했고 대학도 더 좋은데 왔는데, 걔는 2년 넘게 영국으로 어학연수 다녀와서 돈잘벌고 잘나가는데 난 이러고 있다. 물론 어학연수 가서 걔도 열심히 공부했겠지만, 걔 살고 있는 얘기 들으면 "나도 연수갈꺼야. 으헝"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가고 싶다. 제길.
우리집은 친가쪽 가면 찬바람이 쌩쌩 분다. 그만큼 안 친하다는 뜻. 그런데 그게 더 좋을 때도 있다. 왜냐면 그냥 친가쪽은 도움도 안주고 도움도 안받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외가집에 가면 사촌들끼리 친해서 즐거운데 다른 집안은 다 우리 외갓집 같은 분위기를 설 이나 추석 때 연출하는 것인가? 음.
고등학교 때 이모댁에 얹혀 살았던 적이 있어서 마음속에 항상 이모와 이종사촌 언니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짐을 지고 사는데, 평소 때 연락 한번 못하고 은혜를 못 갚고 있어서 속상했다. 이번에 가서 좀 재밌게 놀다왔다는 거 하나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휴가 때 아니면 장시간 이모댁에서 놀다올 엄두도 못내니까. (가까운 시흥이면서도 이런다)

백화점은 고행길.

일상 2010. 7. 11. 23:36
친구가 여름휴가를 처음으로 해외로 간다고 하여 백화점에 같이 쇼핑을 갔다.
난 물건을 살 때 가는 매장이 한 5개로 압축되는데, 물건을 사는데 정말 한시간도 안걸린다.
물건을 산답시고 여러 매장 돌아다녀봤자 결국에는 처음에 이뻤던 거 다시 가서 사게 되서 그냥 처음 봐서 이거다 싶으면 산다. 그래서 엄마와 난 백화점을 정말 오래 돌아다녀도 2시간 이내다.
오늘 친구가 살 물건이 워낙 많기도 했지만 난 오늘 롯데백화점 3층,4층,5층,6층을 다섯번 이상 왔다갔다 하고 친구는 옷을 6벌 이상 입었다 벗었다 했다.
백화점에서 그나마 편한 매장은 남성복 매장이라고 한다. 특히 나이 좀 드신 남자분들은 들어와서 옷 입어보면 거의 다 바로 구매로 이어진다고. 난 탈의실에서 옷을 벗었다 입었다 하는 걸 엄청 귀찮아 해서, 웬만하면 안 입어본다. 저번 겨울에 원피스 하나 사겠다고 원피스를 2번 입어봤는데 옷 입고 벗고 하다가 죽는 줄 알았다. (한겨울인데도 땀이 뻘뻘나)
아 갑자기 원피스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데 저번에 백화점 행사장에서 옷을 보고 있는데 어떤 남자와 여자가 옷을 사러 왔다. 여자는 가슴이 무지하게 컸다. 원래 가슴이 큰 것보다 살 + 가슴 이 함께이기 때문에 가슴이 큰 케이스였다.
원피스를 입어본다고 하고 나왔는데 원피스 옆에 지퍼가 가슴까지 안 올라가서 그 여자는 그냥 속옷이 훤히 보이는 체로 나왔다. 지퍼가 안 올라가면 그냥 다시 원래 옷 입고 나와서 다른 사이즈를 입어볼 것이지 그렇게 속옷 훤히 보이는 체로 도대체 왜 탈의실 바깥으로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남자 표정이 더 웃겼다. 내 여자친구 가슴 크지? 하는 완전 자랑스러운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워 죽으려 하는 표정. 엄마와 난 열라 비웃었다.
친구 덕분에 요즘 백화점 매장에 파는 옷을 엄청 많이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사고 싶지 않아서 놀랬다. 회사 다녔음 오늘 옷 한두개는 사왔을지도 모르는데. 친구와 백화점을 엄청나게 돌아다니면서 남자들이 쇼핑 정말 싫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나마 친구가 롯데백화점 안에서 다 끝내준 게 고마웠다. 신세계도 가볼까? 하는데 거기는 사람 더 많아서 여기보다 옷 별로 없다고 거의 애원을 했다. 신세계까지 안가서 정말 다행이었다. 신세계까지 갔으면 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버스에 내려서 횡단보도를 걸어오는데 머리가 핑~ 하고 돌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너 혼자 골라라 나 쉼터에 앉아있을께 할 수도 없었다. 아이고 다리야.
앞으로도 난 그냥 사야할 아이템을 확실히 정하고 내가 즐겨입는 브랜드 매장가서 그냥 거기서 다 사기로 했다. 쇼핑은 못할 짓이다. 너무 힘들다. 오늘은 빨리 자야겠다.

할부가 쌓이네.

일상 2009. 1. 26. 18:22
우리회사가 2009년 1월 들어 자꾸 안한던 짓을 하여 1월에 다른 때 보다 월급도 더 많이 받고 심지어 이번 설연휴때 28일도 붙여서 쉬게 해주었다. 우리 회사 갑자기 미친 거 아닐까?
아 그리고 난 정말 싫어하는데 퇴직금도 중간정산하여 줬기 때문에 2009년 1월은 태어나서 돈을 최고로 많이 벌어봤다. 혹자들은 목돈 들어와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반기지만 이건 조삼모사 아닌가? 관둘 때 결국 한 푼도 못받는 거 아냐. 아 치사해.
오늘 친척 오빠한테 들은 건데 조만간 회사 퇴직금도 회사관리가 아니고 금융기관 관리로 넘어가는 법이 추진중이랜다. 이거 완전 반길일 아닌가? 퇴직연금 형식으로 간다는데, 더 좋을지 아닐지는 두고봐야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런 치사한 중간정산은 없어지지 않을까?

입사하여 2009년 1월을 제외하고는 월급은 매달 1원 단위까지 같았고 (때문에 월급여 명세서는 아예 확인도 안함) 창립기념일, 선거일 조차 쉬지 않았던 회사에서 돈이 더 나오고 28일까지 붙여서 쉬게 해주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닌가!
원래 회사 게시판은 전혀 방문하지도 않고 공지사항도 관심갖지 않는 나는 절대 사실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웬걸?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말할 때도 설마 하고 아예 기대도 안했다. 그래서 기쁨 두배)
그런데 돈을 조금 더 받으면 뭐하나  인센티브는 1원 한푼도 남지 않고 치과로 다 들어가는데. 퇴직금은 치과에 모자라거 조금 남겨놓고는 다 그냥 예금으로 넣어버렸다.(나 좀 잘한거? 크크크)

잠깐 내 치과 치료에 대해 말하자면 내 어금니는 다 금으로 때웠는데 그 금으로 때운 것도 잘못되어 결국에는 오른쪽 왼쪽 끝에서 두번째 어금니는 그냥 금으로 씌워야 하고, 앞니 씌운 건 너무 오래되서 교체해야 된댄다. 거의 한 3월까지는 치과를 다녀야 할 듯 싶은데 근무시간 중에 치과가는 걸 어찌나 눈치를 주든지 치사하고 드러워서 그냥 퇴근후에 가고 있다. 그래서 피곤하다. 치과 간다고 얘기하면 아무도 대답을 안해. 뭐 어쩌라고. 에휴. 이렇게 일해야 되나 싶고. 돈 드는 것도 서러운데 피곤한 몸 이끌고 밥도 못먹고 치과가서 누워서 마취주사 맞고 있다보면 인생무상인데 요즘에는 일하는 거 보다 차라리 마취주사 맞고 금니 뜯어내는 게 더 좋아지려고 한다.

예전에 대학생때 블로그 할 때는 사람들이 뭐 샀다고 자랑해놓는 포스팅 볼 때마다 참나 재수없어. 하고 욕 했는데 어느 새 나도 뭐 샀다고 자랑질 하는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그냥 돈 쓴 거 자랑한다고 욕하던 대학생때가 나았다. 그렇다고 대학생 때가 마냥 행복했던 건 또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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쨌든 들뜬 마음으로 지른 물건들이 요즘 완전 많은데, 사진으로 찍지 못한 것으로는 아빠 잠바가 있다. 엄마 옷도 사주고 싶었는데 그건 못했고, 동생은 1박2일 외박 나왔는데 그냥 돈으로 줬다. 엄마 옷은 봄 되면 사드리겠다. 저번 가을 때 하나 사드렸으니.. 그리고 이거 가지고 언급하면 나 정말 나쁜 딸 되는데 생활비도 요즘은 꽤 드리니; 헐. 이러다 마이너스 될 듯.
아 그리고 위 사진에 없는 것이 또 있는데 어제 백화점 가서 겨울 코트랑 치마를 샀다. 난 체구에 비해서는 골반과 허벅지가 꽤 굵은데 이건 단지 체구에 비해서인 건지 결국 어제도 나한테  딱 맞는 치마는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나이 들어서 이제 옷 고르기도 귀찮아서 맨날 가는 매장만 간다) 조금 큰 거 입고 거울 보니 서글퍼지기도 하고 무슨 품의 방정한 초등학교 선생님 같았다. 쳇. 그리고 어제 산 코트에서는 크게 아주 크게 무리를 해서 그것도 결국 3개월 할부로 샀다. 대신 살 안찌워서 그 옷을 죽을 때 까지 입겠다.;
결국 난 어제 백화점에서 단숨에 적립금이 엄청 쌓여버렸다. 그 정도나 돈 썼는데 백화점에서는 고작 키친타올4개 줬다. 아 근데 어제 내가 간 중 백화점에 사람이 최고 없더라. 다 귀향했나보다.

저번주에 연말정산 때문에 국세청에서 내 카드사용내역을 뽑아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봉에 비해 쓴 돈이 엄청나서 나 이번에도 꽤 환급받을 듯. 헐. 아 쉬고 가면 연말정산도 해야 하는데 많이 귀찮다. 어차피 연휴내내 할 일도 없는데 그거나 계산해봐야지.

Off day.

일상 2008. 4. 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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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너무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잤던 휴가. 민양과 내가 한일은 결국 서울시청에서 만나서 밥 먹고 청계천 좀 구경하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기. 난 스타벅스가 좋다거나 거기 커피 아니면 안마신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어찌된 일인지 서울에서 놀기만 하면 스타벅스 혹은 커피빈에 가게 된다. 그냥 뭐 마시면서 수다 떨고 싶은데 일반 카페는 담배피는 사람이 너무 많고, 원래 가던 습관도 있고 해서 결국에는 그런 다국적인 별다방 콩다방에 가게 되는 것. 회사 다니면서 뭘 제일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다면 세계 일주, 애인만들기(애인 만드는 게 언제부터 거창한 게 되버렸다냐) 같은 거창한 건 말 안할거다. 그냥 하고 싶은 건 쉬기, 사람없는 평일 낮에 친구랑 만나서 얘기하기 정도다. 이렇게 소박한 소원인데 그게 참 힘들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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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민양이 핸드폰이 없다보니 민양한테 가끔 집에 전화를 하면 이상하게 그럴때마다 민양이 집에 없다. 그래서 맨날 민양 어머님하고 전화를 하는데 우리가 하도 자주 만나니까 민양 어머님이 우리보고 사귀냐고까지 물어보셨다. 그래도 시간 날 때 자주 그리고 오래 만나주는 친구가 있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친구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애인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친구랑 아무리 친해도 애인이 있어야 한다지만 난 아직 그 단계까진 당도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친구 만나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가 풀린다. 아 저기 사진에 있던 스탬프 세트는 결국 나도 따라 구입했다. 이제까지 이쁜 스탬프 봐도 꾹꾹 참고 있었던 이유는 한번 사기 시작하면 계속 살까봐 였는데 이건 꽤 여러개 들어있어서 추가로 안사도 될 것 같다. 4월 들어서 다이어리에 스탬프 엄청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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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하도 무료해서 친구한테 뭐하냐 물어봤더니 지금 일어났다고 해서 우리 백화점이라도 갈까. 하고 만나서 진짜 백화점에 갔다. 4월 12일에는 원래 아는 언니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는데 몸살기가 있어서 미안하다고하고 약속을 취소했다. 어찌나 미안했든지. 토요일 하루 푹 쉬었더니 몸이 원상복귀가 되고, 엄마 아빠는 큰아빠 농장에 가셨고 집에 혼자 TV만 보고 있자니 무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같이 만난 친구랑 같이 산 옷은 이제까지 거의 성공을 해서 이번에도 같이 가서 이거 저거 구경을 하면서 여성스러운 옷을 살 것인가 그냥 맨날 입는 청바지를 살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청바지를 샀다. 취직하고 얼마간은 이제 나도 직장인~ 이러면서 꽤 여성스러운 블라우스나 치마 같은 거 샀는데 결국 한달에 한번 입을까 말까 한 옷이 되어버리더라. 그리고 우리 회사 그냥 청바지 입고 다녀도 되니까. (심지어 난 구두도 안 신음)
세일이라고 해서 백화점 가서는 세일 안하는 바지를 샀는데, 그 바지 입고 나왔을 때 '야 난 민망해서 이거 도저히 못 입을 것 같다. 어떻게 입어~' 이랬는데 친구 말로는 그보다 더 심한것도 잘만 입고 다닌다고 강권 하는거다. 결국 귀 얇은 나는 10만원이 훌쩍넘는 돈을 주고 그 바지를 사버렸다. 대학 다닐 때는 돈이 없어서 그냥 1~2만원짜리 청바지 입었다. 근데 입는 바지마다 다 허벅지하고 엉덩이는 맞는데 허리는 남아도는 난감한 모습이 되는거다. 내 체형이 이상한 줄 알고 그냥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서야 내 체형에 딱 맞는 바지 브랜드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런가 계속 사입게 되네. (이번이 3번째)
다른 얘기로, 난 이번 봄에도 결국 벚꽃놀이를 못갔다. 예전 대학 다닐 때는 학교 안에 벚꽃이 많아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벚꽃을 실컷 볼 수 있었다.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때는 항상 시험기간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밤에 혼자 집에 들어가면서 밤, 4월, 가로등, 벚꽃 등이 만들어내는 쓸쓸한 분위기 때문에 감상적이 되선 '아 오늘밤도 새야 하나' 라고 한숨 쉬곤 했는데. 난 왜 매해 4월은 이렇게 혼자인 것 같은지. 예전 남자친구도 벚꽃피기 전에 입대했고, 걔랑 사귀는 동안에도 벚꽃핀 길을 걸을 땐 항상 혼자였던 것 같다. 유난히 외로운 4월 같으니라고.
대전에서 살던 저층 아파트 화단에는 목련이 엄청 많았다. 사람들은 목련 떨어지면 지저분해서 싫대지만, 벚꽃을 생각하면 맨날 밤에 혼자 터덜터덜 걸어왔던 게 생각나고 목련을 생각하면 중학생이었던 나와 그때 친구들이 생각나서 난 목련이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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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 팔자 좋게 휴가를 냈다고 할 지 모르지만 저번주는 너무 지치고 지쳤던 한 주였다. 결국 눈치 엄청 보면서 저 금요일에 쉬겠다고 하고 쉬었다. 몸이 안좋아서 쉬기로한 것이니만큼 별다른 약속은 잡지 않았다. 단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건 CGV 포인트 쓰기.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모두 이번 4월 30일 날짜로 포인트가 다 소멸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만육백점이나 되는데 영화를 보려고 봤더니 보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저번 포인트 쓸 때는 보고 싶은 게 없었음에도 포인트 쓰는 마지막날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메종 드 히미코' 를 봤는데 재미 없었다. 이 영화 좋았던 사람들 도대체 어느 점이 좋았는지요? 난 진짜 재미없어 죽는 줄 알았다.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될 것 같아 직원한테 이 포인트로 그냥 영화관람권이나 상품으로 주시면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작년 12월을 끝으로 그런건 없어지고 포인트는 현장 발권만 된다는거다. 결국 목적 달성 못하고 오후 5시경에 친구랑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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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45번 버스를 탄 나는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그래서 그냥 종점인 월미도까지 가기로 했다. 그날에서야 안 건데 인천역을 지나서 월미도 가는 길 주변에 피어 있는 나무가 알고보니 다 벚나무였다. 월미도 가는 길에는 남항 입구가 있어서 컨테이너 박스도 산처럼 쌓여있고, 대한제분, 무지개 사료, 대한제당 등 무지막지하게 크고 삭막한 공장들이 즐비하고 바퀴 10개이상 달린 트럭들도 쌩쌩 달리는데 그런 길에 피어 있는 벚꽃이라. 이색적이고 멋질 것 같은데 이미 다 지고 바닥에 그나마 남은 벚꽃잎들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놓쳐버린 것이 원통하기까지 했다.
난 원래 부터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니다 보니 이젠 혼자가 편해진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내년에 제분공장 옆 벚꽃을 또 혼자와서 구경하더라도 별 상관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