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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하고 원통하다.

일상 2008. 6. 2. 17:07
지금 날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 솔직히 내가 이러고 있을때냐? 죽어라고 취업사이트 보면서 한장이라도 더 이력서를 찔러 넣어야 할 이 시점에 뭐하는 짓인가 싶다.

6월 20일이 디데이다. 그때 내가 여기 계속 남느냐 다른 부서로 가느냐 결판나는데 회사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아 진짜. 19일날 말해줄 예정인가? 독촉을 해도 소용이 없다. 말을 해줘야 나도 내 살길을 찾지. 솔직히 회사에서야 나 관둘 거 예상하고 있는 것 같고 관둔다고 해도 회사에선 별 할말 없을거다. 나 또한 별 미련이 없다. 회사에선 뭐 이런 건가? 말 나오는 즉시 내가 관둘 건 뻔하고 그래서 하루라도 더 부려먹고자 하는 모양인건가? 그래 니들 알아서 해 봐. 흥.

몇개월간의 구직활동으로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봤다. 요즘 세상에 나정도 실력으론 뭐 아무데도 쓰잘데 없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하지만, 당신들이 한번 요즘 구직활동 해봐. 말처럼 쉬운가. 취업사이트 통해서 이력서 쓰는 건 만분의 1만큼의 확률도 안되는 것도 알고 있고, (지금 들어온 회사도 학교 과 사무실 통해서 들어온거지 취업사이트 보고 무한경쟁을 해서 붙은 회사도 아니니까, 주변에 취직한 사람도 다 아는 사람 소개 통해 들어갔지 취직사이트 통해 들어간 사람 한명도 못봤다.공대제외.) 1년이 넘도록 실업자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다지도 아무 미련이 없는 거 보면 이 자리가 싫기는 징그럽게 싫은 모양이다. 이미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달까. 남들이 다 뭐라 해도 내 상황 되기 전까진 나한테 뭐라 쉽게 말 못한다 이거다. 그리고 뭐.. 저번에 급하게 그냥 취직 자체를 하고 싶어서 원치 않는 자리에 와서 이렇게 고생해본 이상 또 똑같은 짓 하기는 싫고 그렇다 하기엔 보잘 것 없는 내 과거와 현재도 있고. 아 제길 총체적 난국이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거다. 이 결론에는 변함이 없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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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까지는 어제 쓴거고 오늘은 6월 3일이다. 오늘은 루꼴라가 사무실에 없다. 조용하고 좋구나.
어제 퇴근하기 전에 통보를 받았다. 나 그냥 여기 있으랜다. 이미 다 결정났다고. ;; 허허허. 부장님께 마지막 사정을 하면서 부서변경 안해주면 그냥 관둘까 생각 중이라고 반협박을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어디갈지 결정하고 나가야 되는 거 아니냐 이거였다. 크크큭. 뭐 말 듣고서는 90%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나한테 말 한마디도 없이 이미 다 결정났다 라고 말하니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관두려고는 하는데 왠지 쫓겨나는 느낌이 되는 건 뭐지? 아니 애초에 이럴 계획이면 빨리 알려주지 내가 몇개월동안 개고생한 건 뭐냐고.

옆에 선배는 여기서 1년동안 일하다가 관두고 나갔다. 그렇다. 사실 여기서 1년이상을 연속으로 일하는 건 많이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 그리고선 1년 쉬고 회사에서 쉬는동안의 경력을 다 인정해줘서 다시 여기서 일하면서 어제부터 대리가 되었다. 그러니까 뭐 1년 일하고 쉬고 1년 쉬고 1년 일하고 이렇게 하다가 도합 2년 일한걸로 대리되면서 플러스로 이 그지같은 곳에서 벗어나기까지 하는건데. 선배가 부서를 변경한 이유도 루꼴라 때문이고 일이 맘에 안든다는 거였댄다. 나로선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이미 1년 루꼴라랑 일하면서 루꼴라가 보통 인간이 아닌 걸 알았을 거 아닌가. 또 일 싫어서 나갔으면서 어떻게 다시 또 똑같은 자리에 재입사를 하며 그렇게 회사에서 편의를 봐줬음에도 어떻게 어떻게!!!! 그래. 될 사람은 다 되는건가? 난 안 될 사람이냐고. (절규) 아 제기랄~~~!!! 6월 21일에 결혼하고 2주동안 유럽으로 신혼여행도 간다던데. 그렇게 옆에 선배가 대단한가? 내가 몇개월동안 옆에서 일하면서 본 바로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야 이 회사야. 니네 판단 잘못한거라고! 내가 옆에 선배 몸 약한 것 때문에 매주 목요일마다 무거운 박스도 맨날 혼자 다 날랐어. 알고 있냐고. 아. 진짜. 이거 뿐 아니야. 정말 거짓말 아니란 말이야.

이력서를 쓰면서 항목을 보니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 쓰랜다. 글자수도 친절하게 정해져있다. 각각 항목을 본다. 죽도록 쓰기싫다.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걸 쓰면 100% 떨어뜨리겠지. 최대한 진취적으로 난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해야겠지. 이미 마음속에서는 이거 쓰는게 되겠냐? 곽미영? 이런 회의감과 패배감이 교차한다. 요즘들어 살도 엄청 빠졌다. 오. 이 추세라면 23살 때 몸무게로 복귀도 가능할 듯 싶다.
 
어제는 전철을 타자마자 비가 미친듯이 오고 천둥번개가 쳤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TV에서 해주는 주성치의 파괴지왕 보면서 킥킥대다가 자려고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왜 내가 이런 배신감을 느끼는지 이유도 명확치 않은데 눈물이 흘렀다. 아. 분하다. 분한데 내가 이렇게 분하고 불안하고 처량해지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은 돌아가고 내가 어딘가서 잡일이나 하면서 내 청춘을 허비해도 이 일을 아는 어느 누구도 날 동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무진장 불쌍한 기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