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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2 4월 20일 친구네 집 다녀오기. 2

맥주를 마시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 서로 그닥 새로울 것 없는 사이라 얘기도 유치하게 드라마 보면서 연예인 얘기가 주였다. 맥주랑 포도 먹으면서 친구에게 오른쪽 눈썹 부분에 난 여드름이 너무 아프다고 엄살을 좀 부렸더니 친구가 피부과에서 처방 받아서 주는 연고라고 발라줬는데 신기하게도 그 다음날 여드름이 완전 쏙 들어갔다. 이래서 피부에 돈을 들이는구나 싶었다.
기차를 장시간 타서 그런지 난 엄청 피곤했고, 친구네 집에서 손님왔다고 보일러를 아낌없이 가동시켜 주신 덕분에 등 따숩게 잘 잤다. 친구는 잘 못잤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같이 TV 좀 보다가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씻었다. 그릇도 이쁜 것만 꺼내주시고, 반찬도 엄청 신경 쓰신 것 같아서 송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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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어디갈까 궁리를 하다가 친구가 가기로 한 곳은 산림박물관. 가만히 보면 친구도 특이하다. 많은 장소 중 왜 산림 박물관이었을까. 정읍에는 벚나무가 많은데 저기 위에 보이는 길은 내가 고등학교 때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길로 버스타고 지나가다보면 별안간 외로워지고 내 신세가 처량해지고 그랬다. 내가 온 날 비바람이 많이 불어서 꽃이 많이 떨어졌지만, 사진으로 찍어놓으니 볼만한 걸.
순창에 있는 산림박물관으로 내장산을 삥삥 둘러 올라가는데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산림박물관에 도착했는데 무서울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도시에 있으면서 그 정도의 정적을 느낄 일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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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박물관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아... 내가 참 아는 게 많았으면 이 박물관이 더 재밌었겠지 싶지만, 그때 뿐이다. 저 산림박물관도 우리나라에 있는 산과 산맥 그리고 식물 등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유익하고 재밌었다. 식물에 관한 내용을 보니까 중학교 때 배웠던 게 생각나면서 다시 중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아주 잠깐 했다. 기대 안하고 갔지만 산림 박물관에서 "한지" 제조 과정도 봤는데 오 완전 몰입해서 봤다. 백두대간과 다른 산맥을 표시한 대한민국 지도를 (엄청 크게 되어 있어서 알기 좋았음) 보면서 내가 참 무식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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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 오후 3시쯤 배고파서 간 중국집은 참 한가했다. 이런 시골에서 이렇게 큰 중국집 운영하면서 생계유지가 가능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급스러운 중국집이었다. 짜장이랑 짬뽕안에 들어간 재료들도 매우 충실했다. 그런데 난 짜장면을 급히 먹다가 폭풍설사를 작렬했다. (아 드러 -_-) 어쨌든 먹을 때는 맛있었으니까. 양이 너무 많아서 남기긴 했지만.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기차역에서 기차를 한시간 정도 기다리면서 아픈 속을 두유로 달랬다. 맞는 시간대에 무궁화가 없어서 올 때는 무리해서 KTX 를 탔다. KTX  안에는 무궁화 열차에서 내 앞에 앉아있던 무지하게 무식하고 목소리 커서 귀고막이 터질 것 같은 아저씨 같은 사람은 없어서 좋았다. 그리고 1시간 이상 빠르고. 친구가 좀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온 맥스봉을 먹으며 난 용산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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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고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집에와서 씻고 그날 밤에 난 많이 울었다. 아무리 내 친구의 어머니지만 그냥 내 친구 어머니가 너무 가여웠다. 자세히 말하면 친구네 집 상황을 너무 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집에 오니까 참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서 누워서 많이 울었다. 친구도 그렇고 친구 어머니도 그렇고 참 인생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었다. 그 때 다른 친구가 잘 지내는 문자를 절묘하게 보내서 답장 보내다가 간신히 울음을 멈추고 잠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는 몸살이 나서 조금 고생했다. 지금은 완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