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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열심히 살았다.

일상 2012. 1. 25. 21:31
여러가지로 조바심이 나는 요즘이다. 서른이 된지 얼마 안되서 그런건지 꽁무니에 불붙은 거 마냥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 내 모습에 짜증이 나서 혼자 낙담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사실 속이 말이 아닌 요즘 친구 문자를 받고 갑자기 울컥했다.


난 게으르고 잘난 것도 없지만, 친구 말대로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하루하루를  채우면서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뭔가가 되어 있을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마음이 뻥 뚫린 것 처럼 공허하고 슬프고 내일이 없었으면 좋겠는 이 기분.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못할 짓인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어서 못하겠다.
지금 내가 말하는 분들을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몇년 뒤 대학교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우리 엄마에게 문자 보내는 화장품 방문판매원 아줌마처럼 되거나, 식당에서 소일거리를 하거나, 백화점 매대에서 온갖 옷먼지를 다 뒤집어 쓰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게 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태 아닌가.
더 억울한 건 내가 20대에 방탕하게 산 것도 아니고, 폐인생활을 한 것도 아니라는거다.
아... 이 세상에서 단 한명만이 인정해주는 나름 열심히 산 내 20대도 그냥 훅 지나가버리고, 서른 살이 된 지금 아무런 위안도 성과도 없단 게 억울하고 내 머리를 땅에 묻고 싶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한명이라도 이렇게 말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가족들에게 괜찮은 회사 때려친 철없는 딸, 의지할 남자 한명 없어서 깝깝한 느낌이 드는 딸 대접을 받고 있지만, 난 엄마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날 무시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살았다.
그 점은 좀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아마 그냥 계속 이렇게 살다가 늙기밖에 더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