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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5 4월 19일 친구네 집 다녀오기. 2

퇴직이후로 자유인이 된 것을 만끽하며 살았다. 이제 겨우 2주일 되었을 뿐인데 예전부터 집에서 놀았던 사람처럼 살고 있다. 지금 뭐 하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말이 없는 소속없는 인생에 아직 마땅한 대책없이 지내고 있지만, 꽤 바쁘다.
4월 19일부터 20일까지는 정읍에 간 친구를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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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너무 늦장을 부리다가 원래 타려던 기차를 놓치고 다른 기차를 탔는데 거기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난 영등포역에서 별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일부러 더 먼 용산으로 표 끊었는데, 영등포로 했으면 안 늦었는데.
용산에서 무궁화를 타고 자려고 하는데 앞에 앉은 무식하게 목소리만 큰 아저씨가 기차 타고 가는 내내 시끄럽게 해서 죽는 줄 알았다. 근데 워낙 질 나쁜 아저씨 같아서, 꾹 참고 자는 척 하고 신경도 안쓰이는 척 했다. 힘들었다. KTX 타면 2시간 10분인데 무궁화를 타니까 3시간 30분 이었다. 용산까지 가는데 우리집에서 1시간 걸리니까 총 4시간 30분이 걸렸다. 친구는 다음부터 기차말고 버스로 오라고 했지만, 버스는 더 피곤하고 기차타 버릇했더니 버스는 꼴도보 기싫어졌다. 평일에도 무궁화 열차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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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 니가 엄마아빠보다 낫다고 말했던 게 내가 정읍에 가면 친구가 차를 끌고 마중을 나와준다. 정읍역에 5시쯤 도착하여 보니 비가 꽤 많이 오고 있었다. 뛰어가서 차를 타니 친구 어머니가 시장 가서 뻥튀기 튀긴다고 같이 타고 계셨다. 인사를 하고 시골 시장으로 가서 뻥튀기를 튀겼다. 어렸을 때 그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심장이 떨어질 것 같고 가슴이 터질 것 같더니, 커서 들으니 그렇게 무서운 소리도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멀리서 뻥튀기 차 보이면 그 가까이로 지나가지도 못했는데... (난 큰 소리에 굉장히 취약해서 풍선 터지는 소리 운동회때 총소리를 엄청나게 무서워했다)
뻥튀기를 튀기고, 친구 어머니가 팥칼국수를 사 주셨다. 시장 안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역시 본토의 맛!! 고등학교 때 잠깐 전라도에 살면서 제일 좋았던 건 주말마다 먹던 팥칼국수. 서울에서 한다는 집에서 먹어봤지만, 본토의 맛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저 양 많은 게 단돈 3500원. 김치는 또 어찌나 맛있든지.
배터지게 팥칼국수를 먹고, 친구가 너 진짜 쌍화차가 뭔지 아냐고 물어봐서 모른다고 했더니 데려가 준 전통찻집. 드라마에서 나오는 진짜 맛없게 생긴데다가 계란 노른자 풀어먹는 차가 아니고, 진짜 한약재 많이 들어가고, 안에는 밤 알갱이, 대추 알갱이 등이 가득 들어간 맛있는 차 였다. 젊은 애들은 한약 같다고 못 먹는대지만 난 쌍화차 마시니까 소화가 쑥 되는 느낌나고 기분이 한 껏 좋아졌었다. 바깥에는 비바람 불고 따뜻한 찻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회포를 풀었더니 무궁화호 열차안에서 느꼈던 피곤이 다 가시고 즐거웠다.
롯데마트 들러서 친구랑 밤에 먹을 포도랑 맥스봉소세지(사랑합니다 맥스봉), 맥주 등을 사서 처음 친구네 집에 갔다. 손님 왔다고 보일러도 많이 틀어주시고, 자리까지 깔아놓아주셔서 진짜 감사했다.
친구가 밤에 생리통때문에 토하느라 왔다갔다하고.. 내가 날을 잘못잡은 것 같았다.
 
작년 1월 벌써 1년이 훨씬 넘은 일이지만, 내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친구가 어려운 결심을 해서 시골로 내려갔다. 난 가까이에서 살던 가장 친한 친구가 곁을 떠난거라 많이 심심하고 외로웠지만, 친구네 집에 가보니 거기에 내 친구가 없으면 정말로 친구 어머니가 너무 가여워서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내친구도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대단한 결심히고 친구의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난 솔직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꾹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