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탈락.

일상 2010. 7. 16. 00:54
저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난 예전 회사 경력을 이용하여 다른 일을 할 계획은 없다. 회사를 관둘 때 다시 정상적인 직장인으로 편입은 영원히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거 정도는 각오했기 때문에 요즘 내가 이렇게 고용보험 가입자가 아닌 상태로 놀고 있는 것에 조바심도 두려움도 없다.
그래서 과외나 하나더 늘려볼까 하고 나름의 영업활동을 펼쳤는데 그것도 뭐 그닥 잘 되질 않고. (엊그제도 집 가까운데 사는 애 하나 하는건가 싶었는데 별안간 다 취소되고)  
일전에 내가 송도에 간 이유는 이력서 때문이었다.
취업에 목숨 건 사람처럼 하루 종일 구직 사이트 들여다보고 이력서 쓰는 게 하루 일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끔 집에서 가까운 괜찮은 자리가 있으면 하나씩 그냥 넣어보고는 있다. 그 중 하나가 송도에 있는 거기였는데 평생 계약직이긴 했지만 가깝고 무슨 일 하는지 대충 알겠는거라 이력서를 넣었다.
한달이 넘도록 아무 연락이 없어서 또 서류 탈락이구나 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그냥 과외 하면서 당분간은 돈벌자 하고 한건데 저번주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유령도시 송도에 다시 갔는데, 생각보다 경쟁자가 너무 많았다.
한 3명 면접 보는 줄 알았더니 무려 5명.
예전 대학 졸업 후 면접 보러 다니면서 떨어진 면접 같은 경우는 느낌이 딱 오더니 역시나 그 예감이 딱 맞았다. 내가 면접실에 들어가자마자 거기 면접관들이 나한테 관심없는게 대번에 느껴져서 이러려면 날 도대체 왜 뽑았니 싶었다.
경력직으로 다시 취직하는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이렇게 아예 신입 뽑을 때 처럼 여러 명 면접도 안보고 나름 대접해주면서 하는 거 같던데 다시 이런 취급(?)을 받다보니 새롭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다.
부모님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는데, 난 보기좋게 떨어져버렸다.
역시 사람한테든 회사한테든 거부당하는 느낌은 좋지 않구나.
과외를 두 집 하고 있는데 한 집 애는 다행히 머리가 나쁘지 않은 애라 성적이 꽤 올랐다. 뭐 중간고사 성적이 50점 이었으니 거기서 더 떨어지기도 어려웠을 터. 그리고 다른 한 집 애는 수업을 하면서 얘는 수학에 아예 관심이 없구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30점이나 떨어졌다.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30점이나 떨어진 집 갈 때는 껄끄롭고 그렇다. 그리고 그 30점 떨어진 집에서 7월이 중순인데 아직까지도 과외비를 안주고 있다.; 달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런데 그 30점 떨어진 애는 내가 일차방정식의 활용 부분에서 소금물의 농도, 속도 속력 부분을 너무 못해서 내가 똑같은 문제유형으로만 한 30문제 풀어준 것 같은데, 그래도 전혀 한문제도 못 풀고 과외 시간에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중간 중간 문제만 읽어봐도 아는 질문을 해도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아...다음 중간고사 때도 점수 떨어지면 왠지 짤릴 거 같다.
돈도 없고 비도 오고 면접에서 떨어지고 해서 갑자기 좀 우울해졌다.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 인생.

요즘 과외하면서 그냥 저냥 지내고 있지만, 진짜 괜찮은 자리가 나오면 그래도 이력서라도 넣어봐야지 하고 몇군데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한 군데 진짜 괜찮은 곳을 썼지만 난 떨어졌다. 그 이력서 때문에 송도에 한번 가봤는데 가보고 정말 놀랬다. 완전히 망한 스멜이다. 내가 보기엔 송도가 겁나 고급 아파트들 많이 들어와서 분양 되면 대성공일 거 같다. 국제 업무지구? 풋. 그나마도 아파트까지 다 지어서 복작대려면 20년은 족히 걸리게 생겼던데.
그리고 송도에 가면서 난 또 한번 느꼈다. 인천이 무지하게 크다는 것을. 우리집은 그나마 바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도 1시간을 꼬빡 갔다. 참 멀었다. 서울도 크다고 느꼈지만 서울은 서울 안에 지하철이라도 잘되어 있지 인천은 이거 버스도 무지하게 돌고 인천 지하철 역도 몇 개 없고.

송도를 가는데 어렸을 때 교회에서 억지로 끌려갔던 송도유원지가 보였다. 1박2일 인가로 갔던 거 같은데 비오는 추운 날씨에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 그리고 6살이었던 동생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잤다. 잘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심약한 체질의 나와 동생은 교회에서 물속에 들어가라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물속에 들어가기도 했다. 물은 또 어찌 그렇게 똥물이었는지. 결국 나와 동생은 그 수련회를 다녀오자마 앓아 누웠고, 그 똥물이 귀에 들어간 뒤로 내 오른쪽 귀에서는 누런 고름이 줄줄 나왔다. 그때 귀가 아파서 어찌나 고생했는지. 아무래도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수련회나 수학여행 같은 거 싫어하게 된 계기도 교회에서 끌려간 그 수련회의 영향이 큰 거 같다.

저번에 미즈키님도 말했지만 이력서 쓰다보면 정말 황당한 거 적어내라는 회사들이 많은데 키와 몸무게 혈액형은 예사고 아버지 출신 학교 아버지 직업쓰라는 회사도 꽤 된다. 면접 가서도 아버지 뭐하시냐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근데 이건 모든 어른들의 공통질문인 거 같다) 그리고 대학 졸업 직 후 썼던 어떤 이력서에는 지인 중 영향력 있는 사람을 3명 이상적어서 내라는 곳도 있었다. (회사랑 직급 쓰는 란 까지 있었다.) 드럽고 치사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나마 내가 아는 사람 중 좀 잘나가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어서 적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회사에 그렇게 적어냈나 싶지만 뭐 나름 처절했기 때문에.

몇 군데 면접을 갔을 때 한 곳은 공고에는 시청역 근무라고 되어 있었는데 알고보니 시청역 근무가 아니었고, 한 군데는 그 때 당시 뽀록으로 나온 내 토익점수를 보고 미국 사람들이랑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일을 하라는데 저 정말 영어 못해요. 라고 말을 했음에도 나보다 토익 점수 낮은 사람도 다 잘한다고 그래서 황당했다.(뭐 나보도 토익 낮은 애들도 기본으로 다 어학연수는 다녀왔으니까 그렇겠지만 난 솔직히 말하면 학교 수업 이외에 외국인이랑 대화해 본 경험이 지금까지도 전혀 없다)  그회사가 더 황당했던 건 미국 업무시간에 맞춰서 일하라고 했다는 거다. 미국 업무시간을 계산해보니 대략 새벽3시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길래 됐습니다 하고 나왔다.

대학 다닐 때 혹시나 하고 써냈던 이력서 후로 아무 연락이 없어서 역시나 이번에도 떨어졌구나 했는데 겨울방학이 되서야 면접보러 오라고 해서 7호선 학동역까지 어떤 건설업체를 간 적이 있었다. 가기 전에 그 건설업체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 좀 이상한 회사 같아서 망설이다가 면접을 갈까말까 고민하는데 엄마가 그 회사가 좋건 나쁘건 넌 꼭 취직을 해야만 한다고 무조건 가라고 내 등을 떠미는 바람에 빈정이 상해서 학동역에 내렸는데 맙소사 학동역까지도 1시간 40분 가량 걸리고, 학동역에서 내려서 마을버스까지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총 소요시간 2시간 10분) 여기는 만약에 와서 다니라고 해도 못다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면접에서 물어보는 이야기가 여기서 일하려면 남자직원들한테 커피 타야 한다. 왜 이렇게 전학을 많이 다녔냐? 아버지 성격이 이상하신가보다. 하나 같이 내 자존심을 긁는 소리만 했다. 집으로 와서 그 회사 진짜 미친 회사라고 욕을 하는데 우리 엄마는 그래도 가라고 해서 더 열이 크게 받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난 엄마가 돈 벌어오라는 성화에 못이겨서 바로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다고 여의도까지 아르바이트를 다녔다.

대학 때 유명한 회사 인사담당 직원들이 와서 말하는 면접 비법 이런 거를 한번 들을 일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개소리였다.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건 면접 갔을 때 왜 면접관들이 자존심 상하는 질문을 하는지 아냐. 그건 지원자가 얼마나 마인드 컨트롤이 되는지 보려고 그러는 거다. 라고 강의 하더라. 그걸 들으면서 난 속으로 비웃었다. 그 유명 회사 인사담당 사람의 얼굴에 "오만함" 이 가득했다. 

쓰다 보니 난 정말 이 사회에 불신이 가득한 거 맞는 거 같다. 예전에 내가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싶어 학교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소에 가서 상담을 한 번 받았는데 어떤 테스트를 하더니 사회에 대한 불신감 수치가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사람들 만큼 높다고 나한테 엄청 겁을 줬었다. 난 아직까지도 나름 전문가였던 그 아저씨가 계속 내가 상담받게 만들려고 조금 과장해서 말한 거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별 거 아닌 것도 큰 의미를 둬서 말을 하는 부분도 꽤 있으니까.
새벽이 되어 뻘소리가 길었다. 내일 수영을 가야 쓰겄는가 말아야 쓰겄는가 고민 중이다. 술도 안마셨는데 술취해서 쓴 거 같은 이 포스팅을 내일 아침에 본다면 무척 쪽팔리겠지만, 그래도 포스팅 하고 이제 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