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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depression?

일상 2017. 4. 16. 23:24


  며칠 전 이 동영상을 봤다. 이 동영상을 보니, 나도 심하진 않지만 약한 우울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들고, 집중력이 저하되고, 평소 좋아하던 것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무기력하고, 자살을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좀 해당되는 것 같다.

  난 자살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자주 한다. 또 내가 죽은 뒤 내 장례식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누구 누구를 부를 것인지, 그 사람들이 내 장례식에 와서 슬퍼해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웃긴 생각이지만, 20살 때부터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평생을 괴롭혀온 우울한 감정을 타파하기 위해선 뭐라도 할 수 있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뭔가'를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막연하지만 간절한 기대를 언제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건 순서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우울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뭘 해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힘겹지만, 이건 내가 이겨내야할 몫이다. 조금만 더 혼자 노력을 해보고 도저히 안될 것 같으면 병원을 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우울한 건 죄가 아니니, 필요 이상으로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조금은 솔직하게 살기로 했다. 정말 가까운 친구에게는 털어놓고 조언도 구하고, 낙심한 모습도 보이고. 

  나는 유별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유별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도도 하고, 우울이 나를 파멸로 이끌도록 손 놓고 지켜보고 싶지는 않다. 죽고 싶다는 건 거짓말이다. 눈 앞에 죽음이 닥치면 아마 미친듯이 살고 싶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유별난 게 죄가 아니다. 누구나 유별날 수 있으니.



  이 동영상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 오프닝 이다. 신문에서 보니 이 영화 만들 때 라스 폰 트리에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고, 이 동영상을 보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한다. 이런 창작 활동도 어쩌면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데, 이런 몸부림이 아름다운 예술이 되기도 하니, 어떻게 보면 사람이 가진 힘이란 참 위대하다.

  극장에서 이 부분 보면서 울었는데...지금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난 특출난 재능은 없지만, 지금 이렇게 우울해진 게 언젠가는 내 삶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멋지게 극복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항상 너그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