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3 때 까지 나에겐 수첩이 하나 있었다. 학창시절의  어린 마음이 아니면 절대 작성할 수 없을 법한 "보고 싶은 영화 목록" 수첩이었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라디오를 듣다가 혹은 신문을 보다가 보고 싶은 영화가 생각나면 적어놓는 수첩이었고 그 수첩 리스트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100 개 넘게 적혀 있었다. 학창시절 나의 취미는 영화기사 스크랩이었고 실제로 그 양은 엄청 방대했는데 아마 다 버렸을 거다.  
영화기사 스크랩이라는 고상한 취미는 이미 버린지 오래. 하지만 내 마음과 형성과 감수성이 형성되는 시기에 영화를 좋아하게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막판에는 갑자기 영화보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서 꽤나 많은시청을 했고 다시 다이어리에 볼 영화 목록을 쓰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그때 처럼 간단한 영화평이나 한번 써보려고 한다. 지금이라도 내 고상한 취미와 취향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1. 메가마인드


- 한줄 영화 평 : 마이클잭슨의 bad 가 나오는 장면만 봐도 무방할 것 같다. 
- 평점 : 10점만점에 4점
- 이 영화 봤을 때 얘기 블로그에 쓴 것 같은데...태그검색에 메가마인드 치면 나온다. (잘생긴 흑인 옆에서 본 영화 후기)
난 웬만한 애니메이션은 다 재밌게 보는 편이라 이것도 지루하지 않게 봤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나에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흥미진진하지가 않았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토이스토리'나 '니모를 찾아서' '햇지' 가 얼마나 잘된 애니메이션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 성우 브래드피트 였던 거 같은데 의식해서 듣진 않았지만, 목소리 들으면서 브래드피트 얼굴을 떠올리니 어찌나 귀엽든지.   

2.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한줄 영화평 : 한심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 평점 : 10점 만점에 6점
- 명품만 밝히는 여자들의 얘기일 줄 알았는데,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의외로 집중해서 재밌게 봤다. 돈 벌기 위해서 예전의 꿈을 다 잊고 현실에 안주해가면서 만족하는 모습이 공감이 되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외계인처럼 생겼는데 이상하게 품격 있는 앤 헤서웨이 얼굴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람은 닥치면 뭐든지 다 하게 되어있다. 그냥 그걸 참고 계속 닥치는 대로 하느냐, 아니면 용기있게 관둬보든지 해야 하는데.. 근데 뭐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나는 결정권조차 없긴 하다.

3. 빌리 엘리어트

- 한줄 감상평 : 난 이영화가 진짜 좋다. 최고다!

- 평점 : 10점 만점에 100점

- 이 영화  고등학생 때 보고 다시 봤는데도 난 이번에 또 울었다. 작년에 아예 OST 도 구입하였는데, 컴플레이션 앨범처럼 곡만 들어가 있는게 아니라 정말로 영화 속 대사가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OST 산 보람이 있었다.

 

 

T-rex 의 childreon of the revolution 노래가 나올 때 장면이 뭐냐면 빌리엘리어트랑 발레선생님 딸인 데비가 신나게 베게 싸움을 하는 장면이다. 둘이 깃털 날리면서 베게 싸움을 하다가, 데비가 빌리 밑에 누워 있는 (아 이 사진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구글까지 찾았는데) 상황에서  데비가 " 보여줄까? " 라고 도발하는데 빌리는 단번에 "no" 라고 대답한다.

캬. 빌리 너 정말 쿨하고 멋진 남자구나? (나이 서른에 주책없이 좀 떨렸다)

게이가 되는 친구 마이클이나, 다시보니 완전 멋있게 생긴 다혈질 빌리 형이나, 캐릭터들도 다 사랑스럽다. 이 영화는 진짜 내가 좋아하는 영화 5위 안에 넣고 싶다. 어린 제이미 벨의 웃는 표정도 좋고, 팔다리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해피엔딩이라 좋다.

 

4. 뜨거운 녀석들

 

- 한줄 감상평 : 내 인생 최고의 고품격 병맛 무비

- 평점 : 10점 만점에 8점

- 이 영화는 이동진기자의 블로그에서 별 다섯개 만점에 별 네개반인 걸 보고, 어렵게 찾아서 본 영화다. 일요일 낮에 아빠랑 함께 시청했는데, 중간 중간 토나올 것 같이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 좀 괴로웠지만, 이 영화 때문에 한 며칠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개그가 등장하는데, 특히 시종일관 진지한 주인공이 바보를 흉내내며 얄프~ 날프~ 라고 대답하며 무전을 보내는 장면에서는 진짜 뒤집어졌다. 저 금발 주인공 아저씨 꽤 떴는지 미션임파서블에도 등장하시던데, 반했다.

특히 저 아저씨가 마트에서 뒤돌아보면서 IDEA~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잘생긴 외모가 아닌데도 간지가 작살난다. 

아빠 역시 나처럼 잔인한 장면을 무지 싫어하시는데도, 이 영화가 나름의 철학이 있는 영화라고 평하셨다. 심하게 평화로운 건 잘못된 거라는 말씀. 사람이 모여 살면 평화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분명히.

몇 개의 잔인한 장면을 제외한다면 정말로 강추하고 싶다. 이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좋아하게 될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싫어하게 될 것이다.

 

5. 컨트롤러

 

- 한줄 감상평 : 용두사미 그 자체. 진짜 흥미롭게 시작 했다가 결국 그 시나리오를 감독도 감당못하고 급하게 마무리.

- 평점 : 10점 만점에 4점

- 이 영화를 보면 다크시티가 떠오른다. 만화같은 설정에 말도 안되고 유치한 비주얼의 외계인들이 머리에 주사를 놓아서 기억을 없앤다는 설정의 다크시티는  갑자기 주인공이 초인이 되고 장풍을 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고 재밌었다. 그런데 이놈의 컨트롤러라는 영화는 내 인생을 누군가가 조정하고 있다는 흥미롭고 겁내 재밌어 보이는 주제를 가지고 이정도 밖에 못만드냐. 에라이.. 도대체 왜 조정을 하고 있는지 이유도 안나오고, 갑자기 둘이 진정으로 사랑하니까 니네 운명을 바꿔주겠다니. 황당 그 자체다. 여자주인공인 에밀리 블런트라는 여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원래 있던 비서로 나오는 심술궂어 보이는 인상의 여자인데, 저 영화에서는 매력 발산 제대로 했다. 춤추는 여자의 몸매가 유일한 볼거리.

 

더 남아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여러 후기

일상 2011. 3. 2. 00:36

1. 잘생긴 흑인 본 후기
: 3일천하로 끝난 분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메가마인드가 되어버렸다. 원래 애니메이션이라면 환장하는지라, 꽤 재밌게 봤다. 타임스퀘어 CGV에서 봤는데 옆에 흑인 커플이 앉았다. 이제까지 용산 등지에서 봤던 흑인은 뭔가 덩치가 엄청 크고 무서운 흑인이었는데, 그때 본 흑인은 완전 늘씬한 젊은 흑인이었다. 그 흑인이 영화 전에 나오는 지오다노 광고에 ain't no sunshine 노래가 나왔는데 그 노래를 큰소리로 맛깔지게 불러 재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풋. 하고 웃음이 났는데 메가마인드에서 나오는 마이클잭슨 bad 도 음음음음음음~이러면서 따라부르고 영화내내 큰 리액션을 보였다. (와~~우 를 남발) 그래도 잘생겨서 봐줬다. 내가 그 흑인 긴 다리에 내 가방이 걸릴까봐 바닥에 있었던 내 가방을 치워줬는데 그 흑인이 자기가 발로 건드려서 그런줄 알고 나한테 "오 쏴리~" 이랬는데 그냥 난 손만 흔들고 말았다. 거기에 대고 아임파인땡큐 이럴수도 없고. 날이 갈수록 내 무식함을 깨닫고 있다. 정말 영어 한마디 못하겠다.

2. 셀틱FC vs 레인져스FC 관전 후기
: 저번에 말한 방송 모니터 때문에 축구도 보고 있는데, 내가 봐야 하는 건 분데스리가 지만 분데스리가랑 EPL 이랑 비교해 달라고 그래서 가끔 EPL 도 본다. 저번에는 내가 볼 수 있는 시간대에 EPL 이 안하길래 SPL (스코티시 프리미어 리그) 를 봤는데 이제까지 본 축구 경기 중에 제일 재밌었다. 뭐 올드펌 더비다 뭐다 해서 스코틀랜드에서 꽤나 유명한 매치인거 같던데 몇년전에 봤던 트래인 스포팅에서 이완 맥그리거가 얘기했던 축구클럽이 어느 클럽인지 갑자기 궁금했다. 거기서 이완 맥그리거가 응원했던 팀이 스코틀랜드 팀이었던 거 같은데 아닌가.
그거와 더불어 함부르크 vs 베르더브레멘 경기도 봤는데 MBC SPORTS+에서 손흥민 선발출전이라고 팀 꾸려서 함부르크까지 날아갔는데 손흥민은 한골도 못 넣었다. 이런 안타까운일이. 케이블 팀에서 현지 생중계 하는게 보통일이 아닐텐데. 손흥민 92년생이던데 완전 귀염둥이. 기성용보다 팀에서 위치도 괜찮은 거 같고. 분데스리가도 생각보다 재밌던데. 난 나중에 유럽 여행가면 다른거 다 안봐도 축구 보고싶은데 그게 되려나. 미국가선 메이져리그 보고 일본서도 야구 한번 보고 싶은데.

3. 할아버지 기일 후기
: 매년 3월 1일은 우리집이 안산으로 가는 날이다. 안산에 큰아버지댁이 있기 때문이고 삼일절이 우리 친 할아버지 기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친가 친척들은 추석 설 때도 안보는 특징이 있는데 이 점은 나로서는 매우 감사한 점이다. 친척끼리 너무 사이가 가까운 것도 내 성격엔 맞지도 않고, 덕분에 연휴내내 푹쉬고. (회사 다닐때도 사람들이 다 부러워했으니까) 대신 일년에 딱 한번 모이는데 그게 바로 3월 1일 이다. 오늘 아주 먼 친척뻘 되는 8살 먹은 애가 왔는데 나랑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는 몰라도, 나보고 언니라고 해줬다. (아줌마라고 안했어 만세!) 걔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아무리 어린 애라고 해도 초상권은 있는 것이니 올리지 않겠다. 내 친척이지만 요 근래 본 여자애 중 최고의 미모를 자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이뻐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8살 인데도 풍기는 비련한 분위기 때문에 놀랬고, 걔가 지금 고모댁에서 살고 있는 연유를 듣고 나니 더 안쓰럽고 잘해주고 싶고 그랬다. 내년에 또보자!

4. 독일 친척 본 후기
: 또 먼 친척 중 한명이 독일 남편을 얻어서 오래전부터 독일에서 살고 있는데 정말로 추웠던 시기에 독일에서 한국으로 한 달동안 여행을 왔다. 영어가 전혀 안되는 나는 물어보고 싶은 게 엄청 많았는데 못물어봤다. 난 독일 사람들은 다 거구인 줄 알았는데 그 분은 남부 프랑스계 출신이라 체구가 작댄다. 놀러간다고하면 갈 수 있지만, 먼저 그 곳에 갔다온 다른 사촌동생이 영어 안되니까 너무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아.. 그래도 난 적극적으로 바디랭귀지 잘 할 수 있는데 그 분도 축구 광팬이라는데 나 좀 분데스리가 경기 보게 해주면 안되나.

5. 드라마 짝패 
: 엄청 재밌다. 난 드라마 별로 안 보는 편인데, 서울의 달 작가가 쓴다고 해서 챙겨본다. 동녀 캐릭터보다 달이 캐릭터가 훨씬 맘에 들고, 지금 아역 중에서 귀동이 역할로 나오는 애가 참 귀엽게 생겼다. 다음주부터 성인이 되서 나오던데 기대 만발 흥미진진이다. 언제 귀동이랑 천둥이가 바뀐 거라는게 밝혀질까. 사람들은 천정명이 미스캐스팅이라고 하던데, 난 나름 잘 어울린던데. 지금 천둥이 아역이랑 천정명이랑 묘하게 닮기도 했고. 너무 귀여운 인상이라 거친 캐릭터에 안 어울릴거 같기도 하지만, 그건 봐야 아는거고. 빨리 다음주 되서 또 보고싶다~

6. 졸업식 후기
: 일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졸업식이라고 아르바이트를 하루 쓰게 해준다고해서 학생회에 부탁해서 도와주는 남자 애가 왔는데 엄청 잘생긴 애가 와서 놀랬다. 근데 그 잘생긴 애가 좀 허술하게 일해서 졸업 가운 하나를 분실했다. 어떡하지. 이거 물어내라고 하면. 걔 일당에서 까는 건 너무 가혹하고. 원래 1장 덜 왔다고 거짓말 해볼까 생각 중이다. 에잇! 잘생기기만 하면 뭐해! 일을 잘해야지. 

7. 편입 후기
: 가끔 생각해보면 내 취미는 공부 인거 같다. 크크크크크. 웃기는 말이지만, 난 솔직히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 공부는 좋아한다. 퇴근 후에도 책 보면서 공부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으로 사이버대에 편입했다. 전공은 심리학. 원래 좀 공부해보기도 했고, 여기 공부해서 하고 싶은 앞으로 좀 관심있어 하는 일도 있고. 인터넷으로 배우는 거라 뭐 얼마나 심도있게 배우기야 하겠냐만, 지금 일하는 학교도 개강. 나도 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