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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17 'Brideshead Revisited' 를 보고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은 작품이지만, 오로지 잘생긴 매튜 구드에 대한 팬심하나로 이 영화를 찾아 봤다. 어둠의 경로로 영화를 볼 때마다, 번역과 자막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낀다. 이번에도 품위없는 자막에 고통받았다.

  개봉한 영화가 아니라 정보가 거의 없으니 줄거리를 좀 자세히 쓰겠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본 이 영화는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더군다나 에블린 워가 쓴 동명의 소설은 아직 한국에 번역 출간되지 않아서 영화에서 풀리지 않았던 내 궁금증을 풀 수도 없으니, 아.. 정말 다시 생각해도 아쉬워 죽겠다. 해리포터도 원문으로 읽다 포기한 내가, 이런 심오한 소설을 원문으로 읽을 수 있을리가 만무하니 원문을 읽을 수도 없다. 내용만 봐서는 너무 읽고 싶은 주제인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블린 워 책을 출간한 민음사에 메일 보내서 제발 이 책 좀 번역해 달라고 사정해봐야하나 고민했다.

  방대한 스토리를 영화로 옮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여러가지를 생략하기 마련인데, 내 생각에 주제를 위해 꽤 중요한 몇가지 이야기가 영화에 드러나지 않아, 완벽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단, 첫번째로 세바스찬과 줄리아가 어머니의 종교적 억압에 평생 괴로워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신적 학대가 어느 정도 였는지 영화로는 짐작할 수 없다. 저택 안에 거대하고 화려한 예배실이 있고, 매일 매일 가족 미사를 드리지만, 그것만으로는 플라이트 부인의 종교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중반 쯤 세바스찬이 엄마 앞에서 야단맞는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플라이트 부인이 기독교 교리의 핵심인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부터 죄인이라는 '원죄' 개념을 주입시키며 남매에게 정신적 학대를 했을 거라 나 혼자 추측만 했는데, 과연 내 추측이 맞았는지 궁금하다. 세바스찬이 단지 찰스를 여동생에게 뺏겨서 그렇게 폐인이 되고, 치료 의지도 상실한 채 모나코에서 죽어갔을까? 그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찰스와 줄리아에 대한 배신감과 도저히 집에 머무를 수 없을만한 다른 종교적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아아... 결론은 어서 책이 출간되어야 되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찰스 라이더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찰스가 군인으로 다시 브라이즈헤드를 찾았을 때, 내가 가진 건 죄책감 뿐이라고 말한다. 찰스는 세바스찬이 폐인으로 죽은 이유 중 자기가 가장 큰 이유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고, 줄리아 역시 브라이즈헤드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랑한 면이 없지않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이런 내용을 알 수 있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맨 첫장면에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독백 하나로 말하기엔 너무 중요한 내용인 것 같은데 말이다. 음.. 어쩌면 소설에서도 찰스 본인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어 방황을 하거나 혼란스러워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그 조차도 나오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또 선상 전시회에서 찰스와 줄리아가 재회했을 때, 둘은 행복해 하며 하루밤을 보낸다. 난 근데 줄리아와 찰스가 다시 만나서 마냥 좋아만 하는 게 정서적으로 납득이 안됐다. 줄리아에게 친오빠이자 찰스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였던 세바스찬이 먼 타국에서 거지 꼴을 하고 비참하게 죽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둘이 마냥  좋기만 할 수 있느냔 말이다!!! 영화의 베드신도 둘이 키스하고 벗고 껴앉고 침대에 눕는데 갑자기 흘러나오는 느린 피아노 소리가 좀 촌스러웠다. 뭐 어떤 사람에겐 그 장면이 아름답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애초에 다시 만났다고 그저 서로 좋아만 하는 게 너무 이해가 안가는 상태였기 때문에 불만이 더 컸다. 찰스가 진짜 세바스찬을 친구로 생각은 한걸까? 줄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긴 했던걸까!! 너무 궁금하다. 아... 결국 원작 소설을 읽고 싶다는 마음만 더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건 영화로 알 수 없는 점이라기 보단 한 편의 영화로서 나에게 제일 아쉽게 느껴졌던 점인데 바로 캐스팅이다. 영화에서 플라이트 부인 역을 맡은 엠마톰슨 외 등장인물들이 너무 역할에 안 어울린다. 심지어 내가 사랑하는 매튜 구드도 찰스 역할에 안 어울린다. 영국에서 80년대 초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동명 5부작 드라마에서는 찰스 역을 '제레미 아이언스' 가 맡았다고 한다. 젊은 제레미 아이언스는 찰스 역에 잘 어울렸을 것 같다. 못봤지만. 이 찰스라는 남자는 남매 모두에게 사랑받는 넘치는 매력의 소유자면서 야망도 있고 또 이기적인 면도 있는 남자다. 그런데 나의 매튜는 여전히 잘생겼지만, 찰스가 느끼는 혼란, 죄책감, 무신론자로서의 신념 등을 잘 표현했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제일 심각한 건 바로 줄리아다. 그 배우 이름도 모르긴 하지만 너무 매력이 없었다. 아니 어떻게 레고머리 같은 끔찍한 단발머리에 매튜보다 더 넓은 어깨와 뭉뚱한 코를 가진 여배우를  줄리아 역에 캐스팅할 수 있단 말인가!!! 벤 위쇼는 세 인물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연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특별히 뛰어나다는 생각도 안든다. 역시 이 영화에서는 줄리아가 최악이었다. 줄리아역 맡은 여배우 때문에 국내 정식 개봉이 안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다.


   아쉬운 점만 며칠간 쓸 정도인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길고 긴 리뷰를 쓰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사진출처-Daum 영화 (여기 적힌 별점은 제 개인 의견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