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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타기 싫은 이유

일상 2011. 3. 28. 13:46
택시는 참 편리하지만, 난 택시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워낙 택시에 관한 흉흉한 소문을 많이 들어서 불안하기도 하고 딱기 멀리 다닐 일도 없고.
예전 회사는 인천-서울 출퇴근이라 택시타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지금은 택시타면 한 5000원 나오는 거리라 가끔 택시를 타는데, 남자들은 보통 기사 옆자리 앉는대지만,  난 택시 타면 무조건 조수석 바로 뒷자리에 앉는다.
앉으면 난 그냥 목적지에 갈 때가지 나 혼자 음악들으면서 조용히 가고 싶은데, 보통 기사들이 말을 건다. 예전에는 영업용 택시를 탔는데 자기 바로 앞에 택시를 타는 사람이 자꾸 새차를 안하고 차를 넘겨주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고, 애인 만나러 가는거냐 물어보고, 몇 살이냐 물어보고, 뭐 전에는 맨하탄에서 일하는 자기 아들이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내 딸도 거기 졸업해서 지금 마흔살이다 등등.
난 사회성 결여에 약간 모난 성격이긴 하지만 나한테 말을 걸면 아예 무시는 못하는 성격이라 대답은 또 하는데, 택시 탔을 때 계속 말을 걸면 내리고 싶은 생각 밖에 안든다. 택시기사 비위 못 맞춰주면 또 뭐라고 할까봐 겁나기도 하고.
저번 금요일에는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회식을 하러 갔는데, 여자들 밖에 없어서 그런지 굳이 또 택시를 타고 멀리까지 뷔페로 갔다. (근데 난 뷔페가서 2접시 이상 도저히 못먹겠다. 그냥 메뉴 한가지 나오는 곳이 더 좋아) 가기 싫은 회식 간 거 치곤 음식도 괜찮고 웃긴 얘기도 들어서 보람찼지만, 갈 때 택시를 탔는데 또 아저씨가 말을 계속 거는 거다. 난 한마디도 안하고 앉아 있는데 또 적극적으로 거기에 대답 잘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신기했다. 보통 보면 남자애들은 이런 택시기사의 말에 참 대답 잘 하던데 그런건 다 군대에서 배우는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 경계심이 많은 건가?
어찌됐든 난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말을 안 걸었으면 좋겠다. 길 물어보는 거 빼고. 사실 길 물어보는 것도 그렇게 좋진 않은데, 내가 워낙 길치라 길을 많이 물어보는 편이기 때문에 차마 이거까지는 뭐라 못하겠고.

저번에 사이버대 입학식 때문에 서울에 있는 모 대학에 갔는데 사이버대 안에서도 여러 동아리가 있고, 오프라인 모임도 많이 하고 그런 모양이었다. 공부도 같이 하고 정보교류도 하고 친하게 지내자고 여러 권유를 받았는데 도무지 내키지를 않았다. 그런 거 보면 참 신기하다. 다들 나만큼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렵지 않은가보다 하는 생각에. 난 낯선 사람들 가운데서도 말 잘하고 친한 척 잘하긴 하지만, 그냥 아는 사람들하고 지내고 싶지 각종 동호회, 회식 등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1g 도 들지가 않는데, 안그런 사람들은 주말에 사람 만나고 처음 보는 사람이랑 이야기 하고 밥 먹고 이러는게 즐거운 것일까? 왜 꼭 만나서 같이 공부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왜 꼭 1박2일로 놀러를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사교적인 사람들은 상대방도 당연히 사교적일거라는 확신을 갖는 경향이 있어서 피하게 된다. 자신이 사람 만나는게 좋고 유익하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그와 정 반대일 수도 있는 건데.

택시 이야기 하다가 괜한 곳으로 빠졌는데, 왠지 사교적인 사람들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말 걸어도 공감하면서 잘 얘기해줄 것 같고, 식당가서도 이모님 이라고 불러서 메뉴 시킬 것 같고 그렇다. 한마디로 나랑 다 정반대일 것 같단 이야기.
(이번 포스팅 제목 "~한 이유" 은 저질 스포츠 찌라시 기사들 흉내를 좀 내 보았다. 프로야구 시작  D-5 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