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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해야 할 문제

일상 2007. 12. 20. 09:37
난 몸을 엄청나게 사리는 사람이라 어제 밤에 11시에 누웠는데 2시간 넘게 잠을 못 이루며
아.씨. 이러면 내일 진짜 피곤한데!!!!
라면서 끝끝내 누워서 뒤척였다. 누워서 피로라도 풀자 싶어서.
어제는 아빠 생신이었다. 주말에 이미 선물을 드렸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원주에서 보셨다던 '왕이 되려고 했던 사나이' DVD를 추가 선물로 드렸다.
엄마가 맘먹고 갈비를 하셔서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케익까지 아구아구 집어 먹었더니 배가 살살 아팠다.
TV에는 온통 대선특집방송만 하는 중 이었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아서 여론조사는 다 조작한거라고 라고 믿고 있었다.
난 정동영이 흔히 말하는 사표를 찍었다. 그렇다고 이회창을 찍은 건 아니었다.
난 이명박이 싫다.
어디서 봤듯 경제회생이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 되는 것 자체가 비극 아닌가.

어제 누워서는 또 우울한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겐 나 좀 불쌍하지 않어? 라고 말을 했지만, 어제 느꼈던 감정은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찌질한 나 자신에 대한 동정심은 아니었다.
그냥 기분이 계속 좀 나쁘네. 이것도 거짓말이다. 기분 나쁜 것과는 다른 감정이다.
이 생각 자체를 우울한 생각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좀 웃기다.

어제밤에 누워서 2007년에 나에게 어떤 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나.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렇다. 난 사실 7월에 벌어졌던 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난 비겁했다. 그렇다. 완전히 비겁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나는 훨씬 더 심하게 모욕하고 비방하고 경멸했을 거다.
그래 이전의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 이후의 그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전혀 생각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새삼 깨닫고 있다.
아직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나서 괴롭다.
난 아직도 궁금한 것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할 당시 오랜시간 그 말을 기억하면서 괴로워하라는 의도로 그런걸까. 아니면 홧김에 그런 말을 한 걸까.
어떤 의도에서든 나는 당분간은 그 말때문에 괴로워할 수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될 말을 하면서 이 사람이 내가 한 말 때문에 얼마나 긴 시간을 괴로워할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었나.
그래.. 솔직히 말하면 한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
내가 이렇게만 말하면 이 상황을 끝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쏟아낸 말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비겁하고 상대방에게 부담과 민폐만을 주는 인물이었다고 해도,
난 진심을 다해 많이 좋아했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든 사정이 있을 거라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애썼다. 아니 애쓰지 않아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그게 그냥 너무 슬픈거다.
난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그 사람은 내 일기를 보면서 나에 대하여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살까 생각했다는 것이.
나는 그 사람에게 있어 끝끝내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고 말도 안되는 불만만을 쏟아내는 여자였다는 것이.
그런 중에도 그래도 내가 그 사람에게 아주 큰 의미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의미있는 사람이겠지.
내가 가끔은 위로가 되는 사람이겠지.
라는 어리석은 착각에 빠져서 전화 한통에 울고 웃었다는 것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많은 이유들 때문에
7월이후로 난 말로는 다 못할 만큼 가슴이 쓰리다는 거다.
흠. 그래. 뭐 이것조차도 그 사람의 의도와는 완전히 벗어난 말도 안되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겠지만.

2007년이 끝나고 2008년이 쨍하고 밝으면 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순전히 감정적인 문제라 누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난 상대방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여자라는 생각에서 언제쯤 자유로워 질 수 있을지.
극복하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