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오스왈드
국내도서
저자 : 로알드 달(Roald Dahl) / 정영목역
출판 : 도서출판강 200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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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출판 강에서 출판한 로알드 달의 소설 중 유일하게 안 읽은 소설이라, 이왕 읽은거 다 읽자는 의무감에 읽었다. 하지만, 이번 장편소설은 좀 별로 였다.

  일단, 이 책에 나오는 기술이 다 실현되었기 때문에 옛날에는 기발했을 얘기가 지금은 전혀 신선하지 않다.

  또 매력넘치는 주인공인 오스왈드와 야스민, 이 둘이 전 유럽을 돌며 유명인의 정자를 체취하는 작업이 티끌만한 위기 한번 없이 뚝딱 뚝딱 성공하기만 하니, 지루했다.

  당시 유럽의 명사들이 다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역시 '프로이트'. 세계정복도 가능할 미모의 야스민은 오스왈드가 수단에서 공수한 강력한 자연산 발정제인 흙가뢰를 프로이트에게 먹인다. 프로이트는 결국 흙가뢰의 힘으로 야스민과 미친듯 관계를 하게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이성을 완전히 놓아버리진 않는다. 그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자기의 증상을 놀라워하며  연구 노트에 증상을 자세히 기록한다. 이 에피소드는 프로이트 이미지랑 너무 부합하여 피식하고 웃었다.

  이외에 오스왈드와 백작부인의 목욕 에피소드도 웃기다. 오스왈드와 밀회를 즐기던 백작부인이 욕조 배수구 주변에 앉아 있던 오스왈드를 엿먹이기 위해 욕조 마게를 뽑아버린다. 무방비 상태에 있던 오스왈드의 (소설의 표현을 빌리면) 남자의 가장 약하고 소중한 것은 배수구로 물과 함께 빨려들어가고 결국 수박만하게 붓고 만다. 이 사건도 꽤 웃겼다. ㅋㅋㅋㅋㅋ(이거 혹시 로알드 달이 실제 당했던 거 아닐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시종일관 장난스럽고 위트있는 소설이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웃기는 에피소드가 나열되었을 뿐, 그의 단편소설에서 느꼈던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기발한 재미는 절대 없기 때문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국내도서
저자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 베스트트랜스역
출판 : 더클래식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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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좋아하는 동화책이 너덜너덜해지고 모든 문장을 다 외울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읽는 어린이였다. 그렇게 내가 좋아했던 동화 중에는 '오스카 와일드' 의  '행복한 왕자' 도 있었다. 아직도 그 동화의 삽화가 생생히 기억날 정도다. 어렸을 때 '행복한 왕자'를 좋아했던 어린이였고, '스미스' 의 모리세이가 오스카 와일드의 광팬이란 걸 어디서 들어서, '행복한 왕자' 외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젠간 그의 작품을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던 중 단돈 천원에 e-book 으로 이 책을 구입하여 읽었다.

  다 읽은 후 결론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올해 읽은 책 중 최악 1위 확정이다. e-book 으로만 산 게 천만 다행이다. 

  왜 그렇게 별로였는지 말하라면 열가지도 넘게 이유를 말할 수 있지만, 첫번째로 말하고 싶은 건 이 책의 주인공 중 하나인 헨리가 너무나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헨리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은 실제 자기의 모습,  도리언은 자기가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생전 오스카 와일드는 참으로 정나미 떨어지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헨리 이 사람은 인생의 모든 것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헨리는 대단한 통찰력으로 인생의 진리에 대해 멋진 말을 수도 없이 하며 유머 넘치는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나에겐 오히려 이런 모습이 꼰대같이 느껴졌다. (몇 개 문장은 좀 멋지긴 하지만) 자기가 대체 뭔데 인생에 대해 그리 쉽게 단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어휴 정말 재수없고 오만방자한 인물이다.

  그리고, 난 소설에서 작가나 주인공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열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에서는 도리언이 만지는 가구는 네덜란드에서 온 거고 작은 상자는 일본에서 가져온 거고, 뭐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무슨 도리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값진 물건들에 대한 묘사가 시도때도 없이 나온다. 헨리가 도리언에게 준 프랑스 책에 쓰여진 전세계의 사치품들과 진귀한 풍습들이 쭉 쓰여진 11장을 읽을 땐,  대체 이건 뭔가 싶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리언 그레이가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타락한 이유도 터무니 없고, 해설에는 이 소설이 겉모습만 중시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교훈이 있는 소설이라는데 글쎄 나에겐 '다른 거 다 필요없다, 젊고 예쁜 게 최고다.' 라는 것 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텅빈 소설이었다.

  나는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에서 쓰여진 소설에 대해 자국민들이 어마어마하게 과대평가하고 있단 생각을 가끔 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서 그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이런 소설에도 '유미주의'란 말을 붙여서 대단한 양 포장해주다니 너무 우스꽝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알프레드 경과의 동성애 사건으로 오스카 와일드의 말년은 참 딱했고, 그의 희곡과 단편소설은 꽤 훌륭한 편에 속한다지만, 당분간은 오스카 와일드 책은 안 읽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모리세이의 취향에도 실망했다면 너무 박한 평가일까.


  아래는 헨리의 말 중, 좀 멋지다 생각한 것들.


  "도리언, 결혼은 절대 하지 말아요. 남자들은 지쳐서 결혼하고 여자들은 호기심으로 결혼을 하죠. 여자든 남자든 결국에는 모두 실망해요."

-p.151/703


  "도리언, 건드리고 싶은 것만이 신성한 것예요. 왜 그리 화를 내는 건가요? 언젠가는 그녀는 당신의 것이 될테지요. 인간이란 사랑할 때 처음에는 언제나 자신을 속이는 법이에요. 그리고 사랑이 끝날 때는 상대방을 속이고 말이죠. 그걸 바로 로맨스라고 부르는 거예요. 어쨌든 당신은 그녀와 알고 지내는 거죠?"

-p.167/703


  "바질, 자네가 그렇게 얘기하면 도리언은 틀림없이 그 여자와 결혼을 하고야 말 거야. 분명히 그러고도 남을 친구야. 인간이 철저히 바보짓을 할 때는 항상 고귀한 동기가 있거든."

-P.231/703


P.S  e-book 으로만 산 거라 정확한 페이지를 표시하지 못해 e-book 으로 703 페이지 중 몇 페이지 인지 표시했다.


지난 화요일에는 회사에서 아주 중대한 나쁜 사건이 있었다. 그 일을 해결하려고 사장님과 면담하고 부장님과도 고민을 했지만, 아무래도 달라질 건 없는 것 같다.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 마다 왜 난 왜이렇게 운이 더럽게 없는가. 하는 생각과 아무래도 이 팔자가 내 인생의 전부인가 보다하는 생각, 이직하면 장 땡이다 라는 생각 등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을 압도할만큼 큰 감정은 바로 수치심이다. 남들은 다들 잘 이겨내는 일에 왜 난 이렇게 괴로워하는가. 난 왜이렇게 약해 빠졌나. 난 왜 충분히 좋은 직장에 가지 못했나.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수치심에 목요일에는 버스정류장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 수치심을 없앨 수만 있다면 뭐라도하고 싶었다.

다행히 이제까지 직장에서 겪었던 일들을 상기하며 이보다 더 심한 일들도 견뎌내고 지나갔다고 억지로라도 이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고 세뇌하며 정신 차렸다. 하지만 여전히 속상하다.

힘든 마음에 좋아하는 소설인 로알드 달의 카티나 를 다시 읽었다. 카티나가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그렇다. 카티나를 읽고 울지 않을 도리는 없다.

금요일에는 투병 중 인 친구에게 선물을 주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 친구도 나에게 아이섀도를 줬는데 색이 마음에 쏙 든다. 내가 선물 받을 입장이 아닌데, 너무 속없이 넙죽 받았나 싶다.

토요일에는 전 직장에서 제일 친했던 대리님의 결혼식에 갔다. 신랑신부 모두 행복해 보여서 흐믓하고 부러웠다. 싱글벙글한 신랑신부와 곱게 차려 입은 친척들까지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가끔 어떤 결혼식은 엄청 우울한 분위기 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결혼식 때문에 전 회사 사람들을 사장님 포함하여 잔뜩 만났다. 다들 나보고 얼굴이 훨씬 좋아졌다고 했다. 그런가…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뭐 그래도 다행이다. 날 욕보인 그 회사에 약한 모습 보인 건 아니니까.

오늘은 회사에서 실수 연발 이었고 말도 막 헛나왔다. 난 평소 실수 많이 안하는데 한번 하면 큰 실수인 경향이 있다. 다음부터 검토를 잘하는 것 밖에 별다른 수가 없지만, 오늘 또 나에게 실망했다. 역시 사람은 교만하면 망한다.


2008년 내내 읽은 책들 중에서 최고는 로알드 달의 소설집 들이었다.
다른 블로거들 처럼 정성스러운 서평은 1년에 한 번도 잘 못쓰는 나이지만, 로알드 달에 대해서는 진짜로 뭐라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소설이 다들 너무 너무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 재밌는 소설의 세계로 빠졌으면 하기 때문에.
아침에 로알드 달 소설 읽다가 두번씩이나 내려야할 서울역을 지나 시청역까지 갔었다.

저번 봄 휴가 때 나들이 나간 영풍문고 세일코너에 로알드 달의 "세계챔피언"과 "맛"이 있었는데 내 절친 민양이 이사람 책 진짜 진짜 재밌다고 둘다 너무 재밌다고 두권 다 사라고 적극 추천을 했더랬다. 그래도 한권만 골라줘봐 했더니 "맛" 을 골라줬었다. 결국엔 나중에 "세계챔피언"도 사고 "개조심"도 사고 "기상천외한 헨리슈거 이야기", "당신을 닮은 사람" 도 사버렸다. 기상천외한 헨리슈거 이야기와 당신을 닮은 사람은 아직 못 읽었다.(근데 당신을 닮은 사람은 앞 서 읽은 소설이 많이 중복되더라)
난 안톤 체호프 같이 간결하고 위트있고 뒤가 너무 궁금해서 빨리 이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서 안달나는 책을 좋아하는데 (이런 책 안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 안톤 체호프 책 이후 이렇게 재밌는 단편 소설집은 정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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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ld Dahl (1916.10.03 ~ 1990.11.23)

'에드가 앨런 포' 상을 두 차례.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세 차례 수상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한 사람. 1916년 사우스웨일스에서 태어나 영국의 랩턴 스쿨을 다녔다. 부모는 노르웨이 이민자들이었다. 재기와 상상력으로 충만한 꺽다리 소년이 억압적인 학교교육과 충돌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나가는 성장기 이야기는 그의 자전소설 [보이] 에 잘 그려져 있다. 랩턴 스쿨을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그가 선택한 진로는 석유회사 쉘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 공군에 지원하여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1942년 워싱턴 영국 대사관의 공군 무관으로 부임한 뒤, 정보국으로 옮겨 공군 중령으로 종전을 맞았다. 그의 작가적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한 게 바로 이 무렵이었다. 그는 전투기 조종사로서 전장의 경험을 담은 단편소설들을 미국의 유력 잡지에 발표하기 시작했고 기발한 이야기 솜씨는 단번에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첫 단편집 [개조심 (원제: Over to you)] 이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어 두번째 단편집 [당신을 닮은 사람] 이 나왔고 이 책으로 '에드거 앨런 포'상과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수상했다. [찰리와 초코릿 공장],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등 전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작가이기도 하다. 도박과 내기에 대한 집착, 속고 속이는 의뭉한 술수 등 인간사의 미묘한 국면을 차근차근 밀도 높은 이야기로 조여붙이는 그의 솜씨는 마침내 절묘한 유머와 반전을 선사한다. 2000년 '세계 책의 날' 전세계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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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생 책상 위에서 로알드 달의 책. 흠 뜬금없는 말이지만 내동생 책상밑에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포스터가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