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antana 의 Supernatural 앨범 

  저번 주에 용인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서 오랜만에 산타나의 슈퍼내추럴 앨범을 들었다. 내가 한창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 초히트를 쳤던 앨범으로 나 역시 열심히 들었다. 산타나 아저씨 다른 옛날 곡도 종종 듣지만, 젊은 시절 함께 했던 앨범이라 그런지 슈퍼내추럴 만큼 자주 듣게 되진 않는다.

  실제 히트한 노래들은 다 영어 가사로 된 곡들이지만, 난 Corazon Espinado 나 Migra, Primavera 같은 곡이 훨씬 좋다. 이 앨범을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스패니쉬 전혀 모르는 나도 Migra 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부를 수 있다.

  슈퍼내추럴은 표지가 참 좋다. 맨 위에 날개달린 개성 뚜렷한 산타나 아저씨 얼굴도 좋고 가운데 있는 왕관쓴 남미풍 인어공주도 좋고, 산타나라고 써진 폰트도 표지와 꼭 어울린다. 

  왜 산타나곡은 다 스패니쉬로 부른 곡이 훨씬 좋은지 생각을 해보니, 언어라는 게 한 나라의 문화의 정수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태어나 그 언어를 평생 쓰며 그 언어로 생각하고 말하다보면 자연히 연주도 곡도 그 언어에 맞춰지기 때문인 것 같다.

  신중현의 미인을 영어로 부른다면 엄청 이상할 것이다.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의 노래도 영어로 바뀐 건 포루투갈어로 부른 버전보단 영 느낌이 별로다. 대학 때 보아의 Valenti 라는 곡을 꽤 좋아했는데, 일어로 듣다가 한국어로 된 Valenti 를 듣고 이건 뭔가 싶을 정도로 이상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살고 있는 동북아는 각 나라마다 다 그들의 언어가 있고 그래서 더 재밌다. 가깝지만 그만큼 서로 엄청나게 다르니까. 영어와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들을 보며 쟤들은 외국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했지만, 내 나라에 딱 맞는 언어를 갖고 있다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뭐 한글도 대부분은 한문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2. 인사이드아웃

  (본 지 오래됐지만) 인사이드아웃을 봤다. 난 종종 극장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라푼젤이나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 어서 보고 싶다. 하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인사이드아웃이 개봉했고 난 당연히 보러 갔다.

  보면서 울기도 했고, 이 애니메이션이 주는 심오한 메세지와 주인공이 여자애 인데다가 시골에서 도시로 전학간 모습이 내 어린 시절이랑 비슷해서 좋았다. 

  하지만 이런 극장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토이스토리3이 얼마나 대단한 애니메이션인가.. 하는 것이다. 

  라푼젤은 주인공 남녀가 너무 내 맘에 쏙 들어서, 둘이 손잡고 I see the light 부르는 데이트 하는 장면만 50번 이상 봤다. 본 횟수로 따지면 토이스토리3보다 라푼젤이 훨씬 많지만, 솔직히 토이스토리3만큼 위대한 애니메이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헤어질 때가 되어서 헤어지는 장난감과 주인을 보며 내가 극장에서 어찌나 울었는지.

  인사이드아웃은 기억을 시각화 한 게 정말 기발했고, 슬픔이 캐릭터의 표정과 말투가 너무 슬픔이스러워서 마음에 들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건 기쁨보다도 슬픔인 것 같다. 항상 즐거운 사람보단 공감능력 있고, 남의 슬픔에 진심으로 가슴아파 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인간미 있고 정이 가니까..


3. 친구의 병

  제일 친한 친구 중 한명이 암 확진을 받았다. 사실 그래서 광복절에 아산병원에 간 것이었다. 그 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알기 때문에 나까지 한동안 슬펐다. 하지만 제일 힘든 건 그 친구일 것이고, 사람이 곤경에 빠지면 옆에서 호들갑 떠는 사람보다는 평소랑 똑같이 대해주는 사람이 더 편하고 고맙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난 평소대로 대하고 있다. 

  친구네 집에 가서 금요일에 같이 밥을 먹었다. 친구가 완쾌 됐으면 좋겠다. 남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정말 당연하게 그 친구도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게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다. 예를 들면 결혼한지 5년 됐다고 말하면 당연하게 사람들은 애는 몇살이냐고 묻는 식이다. 친구가 많이 아픈 걸 옆에서 보면서 난 절대 어떤 질문이든 함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난 솔직히 아직도 내 친구의 병이 실감이 안난다. 아마 내 친구는 더 하겠지...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친구는 대학 졸업해서 정말 착실하게 일만 했다. 그런데 왜 그런 큰 병에 걸린걸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날 것 같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기도해주고 기원해주면서 옆에 있는 수 밖에는 없는 거 겠지.


4. 몇년 째 마이너스의 직장생활

  첫 회사부터 지금까지 쭉 다니는 회사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규모가 작은 게 문제라기 보단, 체계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회사가 겉 보기엔 멀쩡한데 일하면 할 수록 이를 어째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서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 바꾸려고 하면 힘드니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자 마음은 먹었지만, 가끔 한숨이 푹푹 나온다. 


5. 프리랜서들의 삶.

  지금 다니는 회사는 프리랜서들이랑 일하는 게 거의 80% 이상이다. 처음 보는 삶이다 보니 프리랜서들의 삶이 좀 흥미롭다. 프리랜서도 결국 사교성 좋고 영업력 있는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긴 하지만, 돈을 버는 방법에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일 월요일이다. 

엄마랑 한 겨울에는 우리 둘다 밤 10시에는 침대에 눕는 것을 목표로 부지런히 잘 준비를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벌써 12시네. 빨리 자야겠다.

휴. 시간이 참 빠르다. 


아까 공원가서 눈썹 위에 산모기에 물리는 바람에 눈썹 위의 이마가 엄청 크게 부풀어 올랐고 그것 때문에 얼굴 꼴이 지금 참 웃긴데 내일 아침에는 좀 가라앉겠지 설마.

 

아 그런데 새벽 전철안에서는 메이크업 하는 여자들 흔히 보는데, 요즘에는 메이크업 뿐 아니라 앞머리에 구르프 까지 말고 있는 여자들을 종종 보고 있다. 나도 메이크업은 남들 시선 의식 안하고 뚝딱 뚝딱 잘 하는데 구르프는 자신이 없다. 난 하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