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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동지

일상 2014. 12. 21. 23:17

 

  우리집에서는 매년 하는데 다른집에서는 안하는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여름에 봉선화물 들이는 거고, 두번째는 동지에 팥죽 끓여 먹는거다.

  내일이 동지라 엄마가 어김없이 팥죽을 끓이셨다.

 

  요즘 해가 4시 반이면 질 준비를 하고 5시부터 깜깜하다. 동지가 지나면 이제 조금씩 해가 길어질거고, 점점 길어지다가 봄도 오고 그러겠지.

 

  매년 가까운 회사 동료들한테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줬다. 지금 직장으로 오면서 부터는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오늘 카드를 일단 사긴 샀는데... 안그러던 애가 왜 이럴까? 싶으려나.

 

  진짜 일기에나 쓸 법한 애기를 좀 쓰자면, 올해는 엄마를 안심시켜 주는 의미에서 몇번 선을 보러 나갔다. 내가 결혼할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는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선자리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처지인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해야할 것 같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오늘도 진짜 나가기 싫은 걸 눈까지 휘날리는 날씨에 꾹 참고 갔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만 죽도록 하다 온 거 같다.

 

  대체 한국 사회에서 32살 노처녀 부모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길래 딸의 인생이 시궁창이 될 것임이 명약관화 한 상황에서도 막무가내이신 건지.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저러시는 걸 볼 때마다 정말 슬프고, 나같이 이런 방면으로 능력 없는 딸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내년 되면 더 심해지실텐데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 난 내가 결혼 못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고, 솔직히 영원히 결혼 못하다고 해도 그냥 저냥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결혼을 못하는 딸을 둔 엄마로 사는 걸 못견뎌하는 엄마 때문에 요즘에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독립을 하고 싶어도, 마땅히 집얻을 돈도, 차 굴릴 돈도 없는 내 처지를 탓해야지 뭐 누굴 탓하겠냐만... 지금 내가 가진 돈을 올인해도 경기도 고양에 있는 반지하 이상의 수준을 벗어나진 못하니깐, 죽을 맛이어도 일단은 꾹 참아야 할 것 같다.

 

  사실 요즘 저 사람이 내 남자친구였으면 어떨까? 가끔 상상하곤 하는 사람이 생기긴 생겼다. 문제는 그 남자가 나한테 전혀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거다. 아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조차 모르겠지. 크크크  

  어렸을 때라면 아마 못참고 그 남자한테 계속 계속 연락하고 어떻게든 만날 궁리를 했겠지만, 나이를 헛 먹은 건 아닌지, 뭐 나한테 관심이 없으면 어쩔 것이냐 싶고 괜히 그 남자 부담스럽게 괴롭히고 싶지 않고 그렇다. 이러다 말겠지. 뭐.

 

  아까 낮에 눈이 휘몰아쳤다. 너무 추워서 차를 끌고 나왔는데 백화점 지하에 주차를 하는 데에만 한 40분 걸린 것 같다. 다행히 그쳤지만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저번주에는 회사인 고양에서 수원까지 차를 끌고 외근을 갔는데, 수원 가면서 새삼 깨달았다. 내 운전 실력이 일취월장 했음을. 저저번주에는 인천에서 청담동까지 갔는데 청담동 건물 지하 주차장이 더럽게 좁아서 고생한 거 빼고는 무난했다. 운전을 즐기는 단계까지도 못가고, 요령있게 주차도 못하지만, 이 정도면 뭐 그럭저럭 세상 사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외근 이외에는 공무원한테 한 2주 시달렸다. 아마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면 바로 전화해서 이거저거 하라고 시킬 것 같은데, 그 생각을 하니 또 우울해져서 칭따오 맥주를 마셨다.

  내가 마시려고 사온건데, 아빠가 반절이나 드셔서 절반 밖에 못마셨다. 맥주 좋아하면서도 칭따오 맥주는 오늘 처음 먹어봤는데, 앞으로는 칭따오만 마시기로 했다. 스텔라, 기네스, 하이네켄, 밀러, 기린, 아사히, 맥스, 코로나, 필스너, 다 마셔봤지만, 오늘 칭따오 맥주가 최고였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맥주 헛마신 거 같다. 

  다음 주에 이마트가서 식스팩을 여러 개 사오리라.

 

  오늘 엄마한테 시달린 것도 우울한데 지금 또 내일 공무원한테 시달리고 미안하다고 절절매야 할 걸 생각하니 더더 우울하다. 지각하면 눈치보이니 빨리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