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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17 봄을 기다리는 자유공원 2


어제는 7호선 먹골역까지 결혼식에 다녀왔다. 인천에서부터 태릉쪽까지. 서울을 대각선으로 횡단하는 아주 먼 곳. 결혼식에 갈 때마다 아직도 먼 얘기같다. 나 이러다 정말 독신되는 거 아닌가. 

금요일에는 동생 졸업식이었다. 동생 졸업식 핑계로 연차를 하루 당당하게 써서 좋았는데. 3일의 긴 주말이 끝나고 이제 5일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고 힘이 빠진다. 동생 졸업식 때 오랜만에 우리 가족이 사진도 찍고, 모여서 얘기도 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이벤트가 아니면 정말 넷이서 외식 한번 하기가 힘들다. 졸업식 끝나고 동생 셔츠랑 타이를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동생이 취업에 성공한 대학졸업생이라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동생은 이제 회사만 잘 다니면 되는 것이다. 물론 들어가서가 더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동생이 취업을 한 덕분에 우리 가족은 즐거운 마음으로 졸업식에 임할 수 있었으니까. 

오늘 일요일은 아무런 약속이 없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만나는 친구는 어제 술을 마신다고 했기 때문에 왠지 숙취에 시달리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친구 역시 3시 쯤에 심심해 죽겠다고 카톡이 왔다) 

누워만 있자니 머리가 멍해서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옷을 챙겨입고 자유공원으로 향했다.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자유공원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자유공원, 제일 좋아하는 일은 음악 들으면서 자유공원으로 걷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 자유공원이 참 좋다. 누구랑 함께 하는 것 말고 나 혼자 걷는 것이.

자유공원에 있는 나무는 대부분 벚나무 인데 만든지 오래된 공원이라 그런지 엄청 키가 크고 그래서 참 보기 좋은데...  빨리 꽃이 보고 싶다. 

친구에게 전에도 말했지만, 내 소원 중 하나가 좋아하는 남자랑 자유공원 걷는 거다. 더 좋은 곳도 별로 가고 싶지 않고 딱 자유공원.

머리가 복잡할 때도 혼자 걷고, 외로운 느낌이 들 때도 혼자 걷고, 살을 빼야겠다고 느낄 때도 혼자 걷고, 할 일이 없을 때도 혼자 걷고, 비오는 날에도 혼자 걸었던 내 특별한 자유공원을 공유하고 싶을 정도라면 정말 좋아하는 남자여야 할 것 같다.

내려와서는 파스쿠치에 가서 요거트 스무디와 브라우니를 먹었다. 

며칠 전 부터 계속 요거트 맛이 땡기던 참이었다. 



근데 파스쿠치 생각보다 브라우니가 싸더라. 3천원. 음... 물론 저 빵 하나에 3천원이라는 것도 비싼 가격이긴 한데 5천원 넘는 조각케익 보다가 저 브라우니 보니까 싸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차가운 요거트를 먹으니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인터넷으로 봐둔 오리털잠바가 있었는데 본 매장에 가서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서 살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사기로 맘을 먹고 엄마를 불렀다. 꽤 가격이 나가는 옷이기 때문에 나혼자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워다. 한 30분 엄마를 기다리는동안 동인천 지하상가를 배회했다. 엄마에게 어떤지 봐달라고 하고 결국 3개월 할부로 구입을 했다. 내년을 위한 준비다. 지금 겨울옷 사면 엄청 싸게 살 수 있으니까. (며칠 전 산 부츠도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샀다) 

설을 맞아서 아빠 옷도 사드렸는데 아빠 옷, 내 옷. 카드값이 걱정되는 2월. 

주말마다 일기를 쓰는 이유는 시간이 남아서도 있지만, 우울해서도 있다. 정말 일요일 밤에는 깊이 우울하다. 자유공원과 동인천역을 꽤 걸었더니 피곤하고 오늘 아주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금요일에 산 치마랑 고등학교 3학년 때 산 낡은 코트를 입고 출근해야겠다.

그래도 CSI 는 보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