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5.23 풀베개,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풀배게

나쓰메 소세키

책세상

솔직히 말하면 이 책 억지로 읽었다. 내 머리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고난이도의 책이다. 특별한 스토리도 없고, 특별한 주인공도 없고, 특별한 배경도 없고 단지 글쓴이의 생각을 줄줄 나열해 놓은 책인데 나같은 무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사 놓은지 오래되어놔서 왜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이 책을 산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저 사진 때문인가보다. (전에 유리문 안에서 에서 나왔던 이야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핵토르"일화가 생각나는 귀여우신 사진 아닌가)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 가지고 다니기 좋은 크기도 한 몫했다. 아 물론 가격도 싸다.
이 책에 나오는 나쓰메 소세키의 견해 사상에 대해 동감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책이 되겠지만, 나로서는 거의 모든 페이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나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님) 나는 책 읽을 때 앞에 부분이 별로면 영원히 읽지 못하는데 이 책은 앞부분이 특히 좋았는데, 내가 이해한 구절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음부터는 좀 쉬운 책을 읽겠다.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知)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 가는 단지 그런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만든 인간 세상이 살기 어렵다고 해도 옮겨 갈 나라는 없다. 있다고 한다면 사람답지 못한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 사람답지 못한 나라는 인간 세상보다 더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p.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소담출판사


풀베개와는 달리 아주 빠른 속도로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내가 이 소설에서 최고 좋아하는 장면은 도련님이 시코쿠의 중학교 선생으로 배정되어 교무실에 들어가서는 각 과목 선생들을 묘사하며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 뒤 부터는 각 과목 선생 이름 등은 생략하고 모두 다 별명으로만 불리는데, 이 방법은 내 친구들과 내가 자주 애용하는 방법 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가?) 생각해보면 내가 대학 때 좋아했던 남자들에 대해 말할 때도 친구들에게는 실명을 말하며 설명한 적은 거의 없다.
이 책의 주인공한테 많이 공감한 이유는 주인공도 학교를 벗어나 사회생활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치를 떨고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도련님은 후련한 복수를 하고 시코쿠를 떠나와 어렸을 때 부터 자기를 이뻐해주던 (엄마와 다름없는) 하녀와 함께 사는데 나도 여기 도련님 처럼 그런 하급 인간들처럼 되지 않고 고고해야 할텐데 조금 자신이 없다.

내가 요즘 들어 곰곰히 생각하는 게 있는데 사방에 적이 없는 사람은 사방이 적인 사람들보다 더 경계를 해야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적을 안 만들면서 친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불가능 하다는 쪽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적이 같아서 친구가 되든가 친구기 때문에 적이 같든가. 둘 중 하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우애 같은 걸 논하면 웃기겠지만 싸우는 대상이 특별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좋아하는 것이 같은 사람보다는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이 같을 경우에 훨씬 친구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역시 우정과 의리는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100배 이상으로 위대한 것이다. (크크크 새벽에 블로그 하니까 이상한 얘기 막나오네)
직장생활이라는 게 이런 면에서는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까지는 잃은 것이 더 많지만, 여기 책 주인공 처럼 나도 나중에 직장 박차고 나가면서 깨닫고 얻는 바가 많을 거라 위로해야지.

  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옳지 못한 일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악하게 굴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듯 하다. 가끔 순진하고 솔직한 사람을  보면, '샌님'이니 '쑥맥'이니 하면서 트집잡고 경멸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시간에 왜 '거짓말을 하지 말라' 라든가,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것인가? 오히려 대담하게 '거짓말하는 비법'이라든가, ' 사람을 믿지 않는 술법', 또는 ' 사람을 속이는 술책' 등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편이 세상을 위해서도 당사자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p.95

내가 번역된 책을 읽을 때 마다 궁금한 게 있었는데 항상 책에서 나오는 특히 일본어 번역체에서 나오는 " ~라든가" 라는 말 밀이다. 일본에는 특별히 많이 쓰는 말일까? 솔직히 말하면 난 평소 때 대화에서나 일기 쓸때도 "~라든가" 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유독 일본어 번역체에는 저 말이 많은 것 같다. (위에 구절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