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 from Abu Dhabi.

일상 2012. 11. 21. 00:04

 

 

회사 돈으로 항공 마일리지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그녀. 내 친구 중 최고의 능력자인 대학 친구 Y를 만났다. 나의 좁디 좁은 인간관계 에서 친밀도 최상위에 위치한 그녀. 출근해서 퇴근까지 나의 메신저 대화 80% 이상을 차지하는 그녀이다.

대학 때 친구의 집은 학교 앞 원룸, 취직 후에는 강남의 한 원룸과 사당의 거실이 있는 원룸 이었고, 작년 부터 올해 여름까지 꼬박 1년 해외 파견 근무를 마치고 온 친구의 집은 이제 방 3칸 짜리 아파트. 친한 친구가 건축가로서 경력을 쌓고 또 그에 맞춰 점점 집이 좋아지는 걸 보니 내 집도 아닌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정말 최고의 능력자 아닌가. 아무리 전세라지만, 부모님 도움 안받고 방3칸 아파트로 가다니!!!

출장에서 입국하는 날 집에 방문하여 친구에게 쪼끔 민폐 끼친 것 같기도 했지만, 교촌치킨 시켜먹고 전기장판 틀고 누워서 TV 만 보는데도 즐거웠다. 친구랑 같이 보니 TV 도 엄청 재밌었어. 평소 안보던 무한도전까지 보고.  

친구가 있었던 아랍에밀레이트는 영화 Sex and the city, Mission Impossible4 에서 나오는 곳이지만, 여행으로 올만한 곳은 아니라고 한다. 화면으로 보기엔 멋있어 보였는데.

P.S 사진은 친구가 준 두바이 자석.


부천역 illy 2

일상 2010. 2. 7. 01:03
2010년이 되서 나랑 같이 여행을 갔던 대학 친구를 만났다.
친척언니 돌잔치가 부천역에 있다고 해서 강남에 사는 친구가 부천까지 왔는데 안만날 수 있을쏘냐.
대학교 때는 일주일에 한번씩 부평역에 갔던 거 같은데 이제 부평역 안간지는 한 1년 된 거 같고, 부평역보다 부천역을 더 자주 가게 된다. 나 다니던 대학이 인천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대학교 친구 중에는 부천 출신이 유난히 많았다. 이젠 부평보다 그냥 부천이 더 편하다. (뭐 제일 편한 곳은 그래도 인천 구월동이지만) 부평역은 지하상가 돌아다니려면 정신 사납고, 어딜 가야 할 지 잘모르겠고 그렇다.
언제부턴가 서울=일하는 곳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에도 서울행 전철을 타면 좀 싫고 그렇다. 인천 부천이 좋다. 난.
밥을 먹고 싶다는 친구의 의견을 따라 춘천 닭갈비 집에 가서 닭갈비정식을 먹었는데 밥을 볶을 쯤에는 너무 배가 불렀다. 나이가 좀 드니까, 우리 소화기능이 쫌 떨어지는 거 같지 않냐고 친구와 이야기했다. 그 친구와 난 3학년 때 수업 들으면서 친해진 친군데, (동아리도 아니고 같은 과도 아무것도 아닌데 같이 앉아서 수업 듣다가 겁내 친해져서 지금도 진짜 친함) 고로 1학년 2학년때의 대학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러다가 대학교 학교 앞 식당에서 밥먹은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 부모님께서 인천으로 올라오기 전이라 자취를 했던 나는 어떻게든 간식값을 줄이느라고 밥을 많이 먹었다. 웬만해선 여자들은 쪽팔려서 안한다는 밥 리필도 잘해먹었다.;; 친구도 역시 그랬다고. 그러다가 그때는 밥 2그릇 먹어도 더부룩하지 않았는데 이젠 더부룩하다고 좀 신세한탄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전에 글을 썼던 부천역 illy에 다시 갔다. 그런데 거기 분위기가 좀 이상해져 있었다. 다 교보문고에서 들고 온 책을 그 안에서 읽고 있는게 아닌가. 우리는 엄청 떠들러 왔는데 아카데믹한 분위기에 좀 당황했다. 난그냥 스타벅스 가고 싶었는데 친구가 그닥 내켜하지 않아 거기로 갔건만, 그런 애매한 분위기일 줄이야.
그런데 내가 글을 썼던 (이 포스팅→부천역 illy) 이 글의 주인공인 남자가 아직도!!! 거기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남자가 나한테 아는 척을 했다. 거의 1년만에 갔는데. 사실 위 글의 실제 주인공이 방명록에다가 글까지 쓰고, 댓글까지 달아서 혼자 헉 하고 다시는 거기를 안갔는데, 내 예상은 틀린 것이었다. 아직도 거기서 일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설마, 내가 저 글을 쓴 주인공인거 눈치 채고 아는 척을 한걸까? 설마 설마 설마 설마. 하면서, 난 처음 보는 척을 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도 가능하면,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 난 이제 부천역 illy에 다신 안갈테다.

내 네이트온은 아주 소수 정예로 운영되고 있다. 폴더도 딱 두개로 나눴는데 원래는 한 폴더에 모든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나 대학교 1학년 때만 해도 msn 이 대세였는데, 그때는 꽤나 많은 사람이 추가되어 있었다. 저번에도 이야기 한 거 같지만 내 아이디가 저쪽 파키스탄쪽에서 돌고 있는지 어쩌는지 모르겠지만, 내 msn 아이디는 국제적이었다. 인도, 대만, 캐나다 등등. msn에는 그 나이대 검색해서 추가해주는 기능이 있는 모양인데, 외국애들이 날 추가해도 뭐 난 워낙 영어가 안되서.
원래 하려는 말은 이게 아니고.
대학교 때 과에서 친한친구는 딱 한명이었다. 대학 때 동아리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학생회 활동을 한 것도 아닌 난 심심하게 학교 다니는 애였다. 그런데 대학때도 난 무슨 조직에 소속되서 뭔가 행사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게 너무 싫었다.
직장 가면 일생이 그럴텐데 뭐하러 대학때부터 그러나 싶었기 때문이다. 방학 때도, 난 그냥 잠 실컷자고, TV보고 놀고 그러다 또 학교 시작되면 학교 집 왔다갔다 하면서 술자리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도서관도 별로 안가는 그런 애였다.
자연히 내 주변 친한 사람도 다 그런 사람 뿐이었는데, 같은 과 였던 그 친구도 나와 비슷한 생활 패턴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대학 졸업식에 간 친구인데 졸업 이후로는 연락이 뚝 끊겼다. 대학친구라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나도 바쁘고 걔도 바빴나보다.
며칠전 그런데 걔가 날 네이트온에 추가를 했고, 토요일에 그 친구를 진짜 몇년만에 만났다.
둘다 뻔한 생활만 하는 애라 그닥 할말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라 반가웠다.
별로 변하지 않은 모습.
친구는 임용고시 공부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서 지냈다고 했다. 걔가 노량진, 시립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한 이야기를 들으니 존경스러웠다.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평균이 전국평균보다 낮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힘들게 공부를 시키는 편이 아닌데도 난 고3이 참 힘들었다. 노량진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 정말로 진심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몇 안될거라 생각하지만, 만약에 가족도 없이 고시원 같은데서 자고 일어나서 공부만 하는 사람들 생각하면 안쓰럽다. 전에 동생 모의고사 성적표 받으러 잠깐 갔을 때도 너무 너무 우울한던데.
그 친구는 목표한 임용고시에는 떨어졌지만, 엄청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었다. 6개월 정도 놀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평온해보였다.
부러웠다. 많이.
이제와서 생각이지만, 나도 백수가 되는 걸 좀 두려워하지 않고 처음 선택부터 조금 신중했다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다면 지금까지 계속 백수거나, 계약직 전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걔를 보니까 그런 생각과 후회가 들었다. 이렇게 경험했으니 나중에는 덜 실수하리라 믿는 수 밖에.
친구 만나러 나가기 전에 한의원 들렀다가, 침맞으면서 생각해보니 아이라인을 왼쪽 눈에 안 그린 것 같았다. 급히 거울을 보니 아니나다를까 정말로, 안그리고 왔더라.
친구 만나기 전에 페이스샵 가서 급히 사서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