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 되서 나랑 같이 여행을 갔던 대학 친구를 만났다.
친척언니 돌잔치가 부천역에 있다고 해서 강남에 사는 친구가 부천까지 왔는데 안만날 수 있을쏘냐.
대학교 때는 일주일에 한번씩 부평역에 갔던 거 같은데 이제 부평역 안간지는 한 1년 된 거 같고, 부평역보다 부천역을 더 자주 가게 된다. 나 다니던 대학이 인천에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대학교 친구 중에는 부천 출신이 유난히 많았다. 이젠 부평보다 그냥 부천이 더 편하다. (뭐 제일 편한 곳은 그래도 인천 구월동이지만) 부평역은 지하상가 돌아다니려면 정신 사납고, 어딜 가야 할 지 잘모르겠고 그렇다.
언제부턴가 서울=일하는 곳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에도 서울행 전철을 타면 좀 싫고 그렇다. 인천 부천이 좋다. 난.
밥을 먹고 싶다는 친구의 의견을 따라 춘천 닭갈비 집에 가서 닭갈비정식을 먹었는데 밥을 볶을 쯤에는 너무 배가 불렀다. 나이가 좀 드니까, 우리 소화기능이 쫌 떨어지는 거 같지 않냐고 친구와 이야기했다. 그 친구와 난 3학년 때 수업 들으면서 친해진 친군데, (동아리도 아니고 같은 과도 아무것도 아닌데 같이 앉아서 수업 듣다가 겁내 친해져서 지금도 진짜 친함) 고로 1학년 2학년때의 대학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러다가 대학교 학교 앞 식당에서 밥먹은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 부모님께서 인천으로 올라오기 전이라 자취를 했던 나는 어떻게든 간식값을 줄이느라고 밥을 많이 먹었다. 웬만해선 여자들은 쪽팔려서 안한다는 밥 리필도 잘해먹었다.;; 친구도 역시 그랬다고. 그러다가 그때는 밥 2그릇 먹어도 더부룩하지 않았는데 이젠 더부룩하다고 좀 신세한탄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전에 글을 썼던 부천역 illy에 다시 갔다. 그런데 거기 분위기가 좀 이상해져 있었다. 다 교보문고에서 들고 온 책을 그 안에서 읽고 있는게 아닌가. 우리는 엄청 떠들러 왔는데 아카데믹한 분위기에 좀 당황했다. 난그냥 스타벅스 가고 싶었는데 친구가 그닥 내켜하지 않아 거기로 갔건만, 그런 애매한 분위기일 줄이야.
그런데 내가 글을 썼던 (이 포스팅→
부천역 illy) 이 글의 주인공인 남자가 아직도!!! 거기서 카운터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남자가 나한테 아는 척을 했다. 거의 1년만에 갔는데. 사실 위 글의 실제 주인공이 방명록에다가 글까지 쓰고, 댓글까지 달아서 혼자 헉 하고 다시는 거기를 안갔는데, 내 예상은 틀린 것이었다. 아직도 거기서 일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설마, 내가 저 글을 쓴 주인공인거 눈치 채고 아는 척을 한걸까? 설마 설마 설마 설마. 하면서, 난 처음 보는 척을 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서도 가능하면,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 난 이제 부천역 illy에 다신 안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