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밤이다.

일상 2008. 11. 15. 00:12
이제금방까지 또 야구 블로그 가서 분노의 검색질 좀 하느라고 야식을 먹지 않았다. (분노의 검색할 때는 모니터안으로 빨려들어갈 정도로 집중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음 크크크)
아 저번에 블로그에도 썼었던 흑염소는 어제밤으로 다 끝났다. 나도 참 대단한게 웬만한 사람은 역해서 못 먹을 것 같은 흑염소를 누워서 자려고 하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단숨에 마실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먹었으니.. 이러니 늙은이 같다는 소리를 듣지.

저번주에는 또 어깨와 허리에 담이 와서 부항뜨기 침맞고 찜질하러 한의원에 갔다. 이 담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한게 집에서 아무리 스트레칭 하고 난리를 쳐도 풀리지가 않는데, 부항 한번 뜨면 그냥 담 걸린게 풀리더라. 담은 어떤 느낌이냐면 어깨에 딱딱하고 얇은 덩어리 같은게 날개뼈를 중심으로 주욱 깔려있는 느낌인데 저번주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일도 많고 그래서 점점 더 심해졌다. 이 담이 심하면 너무 결려서 기침도 못하고, 웃지도 못한다.
나는 고3 시작할 때 머리가 너무 아파서 비싼 검사를 아산병원에서 한번 받았는데 그때 의사가 큰 문제는 없으나 뇌를 너무 많이 쓰면 그 뇌를 쓰는데 필요한 힘? (힘이라고 하진 않았고 뭐라 했는데) 같은게 필요한 건데 나는 체력이 좀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근육량이 심하게 부족하다고 그랬다. 집으로 오면서 어쩐지 요즘 평소 답지 않게 내가 수학정석좀 풀어줬지. 하고 공부를 관두고 푹 쉬었다.;
한의원에서도 가지고 있는 근육에 비해 과한 운동을 하면 이렇게 담이 오는거랜다. 요즘 회사에서 나보고 힘이 장사라고. 완전 일꾼이라고. 놀리는 건지 칭찬인지 약올리는 건지 모를 말들을 막 하는데 야 이 사람들아. 니들이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난 맨날 한의원 가서 부항뜨고 침맞어. (고3 때 "근육량이 심각하게 부족함" 이 얘기 듣고도 운동안한 내 잘못도 크지만)

아 원래 오늘 아침부터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게 아니고. (또 포스팅 길어지네)

어제밤에는 별안간 대학 때 사귀었던 남자애 생각이 났다. 난 23살 새해가 되기 전 걔랑 헤어졌는데 걔가 날 아주 많이 좋아했다. (아오. 내 입으로 이런말 하려니 민망하네. 뭐 나도 도대체 왜 날 좋아했는지 이해 안가지만)
21살이었나 20살 이었나 잘은 모르겠지만 반팔 입는 날씨였다. 아마 기말고사 쯤이었나보다. 걔랑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가려고 우리 대학교 옆에 있는 공전 운동장 쪽으로 갔다. 그 길은 우리 자취집으로 가는 일종의 지름길 같은 길이었으니까.  
근데 낮에 비가 와서 그랬는지 완전 운동장이 진흙탕이었다. 그래서 난 신발도 드러워지고 하니까 그냥 후문으로 나가서 돌아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또 걔가 죽어도 그건 싫댄다. 그러더니만 걔가 그렇게 저기 걷기 싫으면 자기 등에 업히라고 하는거다. 난 됐다고 했다. 왜냐면 걔 가방도 꽤 무거웠고, 걔가 겉보기에 나 업고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갈만큼 강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근데 또 죽어도 후문으로 가긴 싫다는 거다.
결국 걔는 자기 가방은 앞으로 매고 날 업고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갔다. 근데 의외로 걔가 하나도 안 힘들어 하는거다. 엇? 의외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난 결국 그 지름길을 갔는데, 그게 내가 남자등에 업혀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 암울한 인생)

내가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났냐면 어제밤에 마지막 흑염소를 먹는데 저번주 한의원에서 잰 내 몸무게가 생갔났기 때문이다. 연애하던 21살 때와 비교하여 3키로나 늘은 내 몸무게를 보고 크게 좌절했다. 솔직히 걔가 나 운동장에서 업고 걸어갈 때는 내가 지금 키를 구축한 이래로 가장 가벼웠다!!!! 
예전의 나는 아무리 야식을 먹어도 살이 안찌고, 살이 조금 쪘어도 요즘 살을 좀 빼야겠구나 맘 먹은 것 만으로도 신기하게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젠 그게 안된다. 흑염소 마시면서 이게 다 흑염소 때문이다. 열폭해도.. 아니야. 이젠 난 21살 때 몸무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흑.

아주 잠깐동안 자기 전에 저 운동장에서 업힌 사건을 생각했는데 또 신기하게 꿈에 걔가 나왔다. 꿈의 내용은 걔를 만나서 별 거 없이 걷고 있는데 걔가 삐진 거다. 그래서 잰 또 왜 삐진겨 이러면서 난 불만 가득했는데 걔랑 같이 걷다보니 도착한 곳이 내가 대전 초등학교 때 다니던 서머나 감리교회 지하 예배당 이었다. 그때 거기 있었던 갈색 장판까지 똑같았어. 하여튼 신기한 꿈이었지.

결론은 21살 때보다 난 3키로나 쪘고, 그것 때문에 지금 배고파 죽겠는데 야식 안먹고 버티고 있다는 거? 아 배고프니 우울해진다. 자야지.

일본 여행에 다녀와서부터 몸이 여기저기 아프더니만 결국 담에 또 걸렸다. 내 친구는 담에 걸렸다 표현 안하고 담 들었다고 말하던데. 그렇게 말하는건가?
시름시름 앓기를 며칠, 장염 증세가 며칠 지속, 귀에 염증, 결막염을 거쳐 '담'에 코감기까지 단단히 들어버렸는데 거기에 목소리까지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에헤라.

저번주는 정말 악목같은 일주일 이었다. 내 생애 그렇게 일주일이 길어보긴 처음이었다.
내 생애 가장 길었던 일주일이여. 으흑.
화요일에 회사에 대형사건 하나가 뻥~! 하고 터져서 그 이후로는 수습하느라 반 죽을 뻔 했다. 다시한번 내가 일하는 부서에 회의감이 들었달까. 내 성미에 전혀 맞지 않는 일 하는 거 정말 괴롭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회사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직장 사람들한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 1위에 인간관계가 나왔다고 하니까. 나도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친해지지 못할 사람.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 친해지면 안되는 사람. 등등 여러 인간들이 회사에 많고 그것 때문에 관두고 싶다고 골백번 생각을 했지만, 내가 관두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 일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솔직히 학교 다니면서도 죽어도 안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일 중 하나가 지금 하는 일이다. 졸업 후 제대로 돈도 못벌고 계약직으로 일할 땐 정규직이면 옳타쿠나 감사합니다. 하고 가려고 맘을 먹었고 여기 회사에 붙었을 최초에는 기쁜 마음이 컸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회의감이 들고 이 직무로 경력 쌓고 또 너 이 경력으로 회사 옮길래? 라로 자문해보면 오오 Never! 다. 내가 하고 있는 직무가 싫을 뿐 아니라 몸 담고 있는 직종도 싫다. 아. 싫은 것 투성이~~ 그래도 1년도 못 버티고 나오면 어디가서 버틸만큼 버텼다 말하기 쪽팔릴 뿐 아니라, 1년도 못하고 관둔 날 용서할 수 없을 듯 하여 1년은 버텨야 하지 않겠니? 라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뭔가를 계속 고대하고 있는 상태지만 저번 루쉰 책에 대해서 쓸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포기로 기울고 있다. (안돼!!! 루쉰 선생님의 말을 생각해! 희망은 미래에 속하는 것이잖아!! 라고 맘을 다잡아도 소용없다. 흑)
그렇다고 해결책이 있느냐? 관두고 나오면 니가 뭐 할 것이 있느냐? 없단 말이다. 아아아아악. 그래 일단은 1년이 되기까지의 유예기간이 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그때가 되면 또 불현듯 어떤 결심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렇다. 뭐 고민한다고 되는 일이더냐. 하루 하루 살아가고 주말 제대로 돌아와주면 되는 거 아니냐.
크크 이제까지 쓴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이거 뭐 무슨 정신병자가 쓴 것 같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이 혼잣말 하는 거 같잖아. 이거원.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책 수습하고.

다시 내가 원래 말하고자 했던 내 몸의 증상에 대해 말해보자면.
저번 담의 증상은 '오른쪽으로 고개가 안돌아간다. 오른팔이 안 올라간다. 허리를 숙일 수 없다.' 이 정도였다. 아주 대형 담이었다고 할까. 이번 담의 증상은 딱 하나 왼쪽으로 고개가 안돌아간다. 이거 였다. 저번 담에 비한다면 아주 약한 증상이었는데 사람이 목이 제대로 안 돌아가는 거 단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오랜만에 우리동네 단골 한의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에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신다. "아.. 저기.. 목이 아파서."라고 말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단번에 "여기랑 여기 아니세요?" 라고 딱 집는데 이런 족집게 같으니라고. 정확하게 그 부분이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부항을 한 4개 뜨고, 침은 한 8방 맞고 찜질까지 마무리 짓는데.. 나이 26에 부항이나 뜨고 누워있고 내 신세가 좀 처량했다. 하지만 부항의 효과는 아주 탁월한 것이어서 한지 3일 밖에 안 지났는데 이젠 왼쪽으로 고개가 잘 돌아간다. 대신 부항 맞은 데 피멍이 크게 4개가 생겼지만.
난 침 맞는 건 하나도 안 두려운데 엎드린 자세로 꼼짝도 못하고 꽤 오랜 시간 있어야 하는 게 어찌나 좀이 쑤시던지.. 나중엔 머리가 지끈 거렸다. 3가지 코스 중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역시 찜질... 잠이 솔솔 와서 결국 잠이 들었는데 깊게 잠드려는 찰나 끝났다고 일어나라고 해서 너무 아쉬웠다.
 
계산을 하기 전에 키랑 몸무게나 재볼까 하고 쟀는데 키는 그대로 몸무게는 2키로가 빠져있었다. 오.. 역시 최고의 다이어트 비법은 '일' 이로구나 하며 계산하고 나와선 잠깐 친구를 만났다.

여기서 한가지 사건.
집에와서 저번에도 등장하신 그 분과 전화를 하는데 일주일 동안에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가 어지럽다고 말했더니 그 여세를 몰아서 2키로를 더 빼라는 거다.
그 순간 거짓말 처럼 이제까지의 감정이 싸그리 사라지면서 무서운 속도로 감정 정리가 착착 진행되며 역시 안된다.로 결론이 나버렸다.
하하하하. 역시 말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말 한마디에 당신 너무하는 거 아니야? 그것도 살 빼란 말에? 이렇게 되물어도 소용없다. 내가 기대한 말은 힘들겠다. 혹은 고생이 많았구나. 라는 말이었는데 그 여세를 몰아서 2키로를 더 빼라고? 어허허허. 어이가 없었다. 이런말은 안하려고 했지만, 2키로 더 빠진 내 몸무게는 누가 살빼라고 말할만한 절대 몸무게는 아니었단 말이다.! 그 체중계에서도 분명히 저체중이랬어!! 내가 물론 키가 다른 사람보다 작긴 하지만, 아무리 본인 기준에 내가 살이 좀 있다고 한들 아니 아파서 골골대는 사람한테 살을 빼라니! 이런 당치도 않은. 난 태어나서 누구한테 살 빼라는 말을 한번도 입에 담아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내 일생동안 충격적이었던 말 베스트 3 에 들만한 아주 엄청난 말이었다. 2키로 더 빼. 아아악.(오늘 이 아아악. 이 말 참 많이도 하네;) 다시 생각해도 충격적이다.

친한 친구랑 놀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지 벌써 한달째. 친구는 시골에 내려갔다. 우울한 마음에 친구한테 이런 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더니 역시 내 친구 답게 이구 불쌍한 것. 이라고 해주는 거다. 아.. 눈물나게 고마운 친구. 요즘 날 불쌍히 여겨주는 건 너 밖에 없어. 엉엉. 친구 올라오면 맛있는 거 잔뜩 사주기로 결심했다.

친구오기 전에 이 만신창이 몸뚱아리가 조금의 차도라도 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