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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8 11년 된 남방과 가디건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대한민국의 남쪽이라고 할 수 있는 전라도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학교가 생겨먹은건지 모르지만 복도 쪽 창문이 이층창문이었다. 윗 쪽에 여는 창문이 하나 있고 발 쪽에 여는 창문이 하나 더 있었다. 바깥쪽 창문 열고, 윗층창문, 아래층 그러니까 내 발 바로 옆에 있는 창문을 열고 창문까지 다 열면 여름에는 환기가 씽씽 됐다.(발 쪽에 있어서 발로 창문을 여닫는 것도 가능) 하지만 문제는 그 아랫층 창문 때문에 겨울에도 교실로 바람이 씽씽 들어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문을 닫아도 그 아랫쪽 창문을 통하여 바람이 계속 들어오고 내 발은 항상 차가웠다. (내가 보낸 3번의 겨울 중 한번은 동상도 걸렸었는데..) 
털실내화를 신어도 보온이 안되고 차가운 내 발이 보냉이 될 뿐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괴로운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며 다소 더운 지금 사무실의 실내온도에 감사할 따름이다.
고등학교 때는 거의 교복만 입고 지내서 사복을 살 일이 없지만 그때 당시 라디오가든이라는 곳에서 도톰한 빨간초록 섞인 체크 남방을 세일 안할 때 좀 비싸게 주고 샀었다. 난 그 남방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고등학교시절 대학시절 내내 그 남방을 입는 철만 되면 빨아서 마르기가 무섭게 그 남방을 입었다.
추운 교실에서 교복안에 입을 니트 가디건을 사서도 무지하게 입었는데 그 니트가디건은 얇은데 모자까지 달려서 교복안에 입기 딱이었다. 그 가디건 역시 입는 철만 되면 거의 3일걸러 한번씩 입는 옷이었다. 
그 가디건은 예전 서울 회사에서도 사무실에 놓고 입는 가디건이었는데 오늘 춥다고 해서 남방이랑 가디건을 세트로 입고 그 위에 오리털잠바를 입고 가디건 모자 쓰고 오리털잠바에 달린 모자를 이중으로 쓰고 길을 걷다보니 왠지 "진정한 나" 가 된거마냥 마음이 편안하고 포근했다. 소매가 조금 닳고 가디건은 엄마가 너무 낡았으니까 입지 말라고 말릴 때도 있지만, 나는 이 옷을 시집가서 애 낳은 뒤에도 입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