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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9 2월 2일 토요일 -일본으로. 6

잊기 전에 그래도 일본에서 내가 뭘 했는지 정도는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도 생각보다 많이 못찍고 원래 계획했던 여행 일정도 결국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오늘 만난 내 친구 말대로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드디어 해외를 나가본 거 아닐까.
뭐 대학때는 시간이 남아 돌았는데 돈은 없었고, (여행을 위하여 돈을 벌고 싶지도 않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여행이 필요 할 만큼 괴롭지도 않았다. 그리고 난 요즘도 대학생인데 여행가는 건 별로 안 부럽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 때 여행은 돈 있고 마음 있음 갈 수 있는 거 니까.
그런데 직장인이 여행 가는 건 진짜 부러워 미친다. 돈 있고 가고 싶은 맘은 굴뚝같아도 상황이 안되면 절대 못가는 거니까 말이다.
나도 회사에서 일본 간다고 말했더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해줬다. 그 마음 내가 안다. 저번에 대리님이 추석연휴 이용해서 아일랜드 가는 거 보고 정말 부러워서 반쯤 기절할 뻔 했으니까.
내가 여행한 곳은 일본의 오사카 (大阪) 우리나라 말로 읽음 대판. 뜻 풀이를 하면 큰 비탈. 도쿄 이전에 계속 일본의 수도가 있었던 관서지방의 상징인 곳이다. 갔다와서 생각이지만 도쿄 안가고 오사카 가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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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도착하자마자 어딘가를 가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호텔을 찾느라 너무 고생해서 뭐 다른 거 할 엄두가 안났다. 우리가 묵은 비지니스 호텔은 약도가 정말 알아보기 힘들게 그려져 있었는데 나 같음 그냥 사카이스지센 에비스쵸역 1번 출구에서 오른쪽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 방향으로 육교가 있을 때 까지 쭉 걸어와 길을 건넌 다음 다음 오른쪽을 보세요. 1층에는 세븐일레븐과 Pronto 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겠다. 당최 알아볼 수도 없었던 지도 때문에 어찌나 고생을 했든지. 물론 난카이센 난바역에서 사카이스지센 에비스쵸 역을 가려면 2번이나 갈아타야 하지만 그게 훨씬 빠를 뻔 했다.

일본에 도착해서 느낀 내 첫 느낌은 경차도 많고 자판기도 많고 자전거도 많구나. 하는 거랑 사람들 키가 크다는 거랑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큰 것 같았다) 옷 입는 거나 생긴거나 우리나라랑 완전히 비슷하구나. 하는 거였다. 내 생각엔 한중일 중에서 가장 튀는 건 역시 중국사람이고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이랑 일본 사람은 엄청 비슷한 거 같았다.
그리고 일본에 있으면서 내내 느낀 점은 한마디로 '일본 철도 짱' 이였다. 진짜 철도 짱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딜가도 전철역이 있고 수많은 종류의 전철이 있어서 어디든지 철도로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교토 시내 안에서 빼고) 우리나라에도 용산역 급행 말고 서울역 특급 쾌속 등등의 열차가 있어서 내 출퇴근 시간 좀 줄어들었음 좋으련만.

비도 많이 오고 어두컴컴해지고 해서 우리가 항상 전철을 탈 난바역 주변이나 점검하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난바역은 오사카에서 우메다역과 함께 큰 도심지인데 난카이센 난바역, 미도스지센 난바역, 요쓰바시센 난바역, JR 난바역, 긴테츠 난바역 이 있었고 우리가 주로 이용할 전철선은 미도스지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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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 또 하나는 저녁 9시만 되면 도시가 조용해 진다는 거다. 9시 경의 일본 도로는 우리나라 1시 2시쯤 과 비슷할 정도로 차가 없는데 상점도 8시면 다 문 닫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벌써부터 노숙자들이 상자로 하룻밤을 지낼 자리를 마련하고 그런다. 한국은 9시부터가 시작인데 말이다.
그걸 보면서 선진국은 선진국인가 싶었던 게 어찌되었든 8시 이전에는 다 퇴근을 한다는 건데 부러웠다. 우리도 9시쯤 되니 딱히 도심에서 할 일이 없어져서 호텔 1층에 있는 세븐 일레븐에서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올라왔다.
방에 있던 온풍기 리모콘을 보니 모조리 한자라 결국엔 호텔 프론트에 있는 여자 불러다가 따뜻한 바람 나오게 하는 법을 배웠다. (알고보니 우리가 에어컨으로 켜놓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자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나를 보며, 앞으로가 조금 걱정이었지만 일본에 도착해서 일본어 한마디도 안했는데 전철 표도 끊고 저녁도 먹고 숙소도 잘 찾아온 거 보면 앞으로도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잠자리에 익숙치 않았던 탓인지 첫날밤에 난 중간 중간 계속 깨고 뒤척거렸다. 날씨를 보니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던데.. 하는 걱정도 하고, 비가 안오면 교토. 비가오면 오사카를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생각보다 별다를 것 없었던 일본에 도착한 첫날 밤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