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소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7.11.13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맨날 감상문만 쓰다가, 오랜만에 근황 전한다.


1. 나쁜 소식

  회사에 한명이 그만둔다. 가만보면 술을 마시면 안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술을 좋아한다. 이건 정말 진리에 가깝다. 그들은 술을 끊을 생각도 없다. 내가 못나서 이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거라 회사 탓하기도 뭐하지만, 정말 이번에 그만두는 애는 대책이 없는 것 같다. 얘는 올해 5월에 내가 블로그에도 쓴 잠실에서 결혼한 직원인데,술을 안마시고 회사 출근했을 때는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일도 꽤 잘한다. 그런데 평일에 친구들이랑 술 마신날은 어김없이 무단결근을 한다. 무단결근까지는 그렇다 치자. 더 큰 문제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도저히 회사 못나올 것 같으면 사전에 연락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닐까? 이게 상식 아닌가? 근데 거짓말을 한다. 자기 외근 갔다고. 난 알면서도 몇 번 속아줬고, 결근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말했는데 이번에 또 거짓말을 했다.

  솔직히 얘 없었으면 2016년말 2017년초 내가 엄청나게 고생을 했을거다. 그만큼 걔가 나를 많이 도와줬다. 그때 벌어진 회사 일들 다 나혼자 했다고 생각하면 어휴... 기분이 아찔할 정도니까. 그런데 술만 마시면 저러는 거다. 아마도 다음날 생각 안하고 그냥 미친듯 마시는 모양이다. 아니 나이 서른살 넘어 숙취로 출근 안하고, 거기에 외근간다고 거짓말까지 하다니... 하긴 이건 나이랑 상관 없겠지.

  이번에 그만두는 애 바로 윗사람도 근태가 엉망인데, 원래 자기 자신한테 한없이 관대한 사람들이 타인한테는 엄격한 법. 본인 근태가 그지 같아서 바로 밑에 직원이 그 모양인건 생각도 못하고, 대뜸 나한테 전화해선 당장 걔를 해고하라는거다. 푸하하하. 아니 이 회사에서 내가 4대보험이랑 인사 담당인건 맞는데, 갑자기 전화해서 해고하라니? 대체 뭘까 싶었다. 다혈질이라 그냥 나한테 화풀이 한 거겠지.

  그 둘은 결국 그렇게 서로 요단강 건너버렸고, 어린 애가 관두고 나가겠다고 한 모양이다. 한 두번 무단결근 한것도 아니고 그냥 쟤는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실 쟤가 자기 그만둔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때마다 회사에서 어르고 달래서 앉혀놨는데, 이제 나도 지쳤고... (나도 어르고 달랜 사람 중 하나) 그냥 관둘라면 관둬라.. 는 생각이다.

  쟤가 관두면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위에 말한 근태 엉망인 사람이랑 일을 많이 해야하고, 지금보다 업무량이 적어도 2배는 늘어나겠지만 쟤의 술버릇은 고쳐질 기미 전혀 안보이고, 맨날 저렇게 관둔다 관둔다 하는데 언제가 되도 관두고 말 것같다. 차라리 그만둘라면 지금 관두고 빨리 근태 괜찮은 직원 하나 뽑아서 처음부터 가르치는 게 이득인 듯하다.

  난 정말 모르겠다. 지금 회사가 작고 자기가 하는 일이 잡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이해를 하지만, 입사한지 아직 2년도 안됐는데, 아주 기본적인 근태조차 제대로 안되는 본인이 어딜간들 버틸까? 듣자하니 부인 직장이 빵빵한 모양이든데, 그거 믿고 그러는건지. 한편으로는 좀 부러웠다. 나도 직장 빵빵한 부인 있어서 사표 척척 내보고 싶네.

  하여튼 난 2017년 회사생활에 있어선 망했다. 우리 회사 같은 덴 신입 뽑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 뽑힐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쟤 일까지 다 맡아서 한다고 한들 회사에서 나중에 급여를 올려줄 것 같지도 않고. 뭐 그렇다. 착잡하구나.



2. 좋은 소식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평소 누구를 좋아하거나 혹은 사랑하거나 차였거나 찼거나 이런 얘기 블로그에 안쓰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좀 낯간지럽지만 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일부터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론 그에게 너무 빠지지 않으려고 계속 다짐에 다짐을 했다.  혼자 상상의 나래 펼치다 언제나 처럼 잘못되면 마음이 도저히 수습이 안될 것 같아서..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서로 두번 밖에 안봤는데, 어쩌다보니 이 남자랑 사귀게 됐다. 그분이 나에게 사귀자고 말했던 장면이 자꾸 머리속에서 무한반복 재생되서, 아직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된다.

 아침에 그가 보낸 메시지를 보니 꿈은 아닌 것 같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