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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를 보고

위로 2014. 11. 2. 23:54

* 스포일러 있을 수도 있음.

 

  데이빗 핀처의 영화를 딱 두 편을 봤다. 패닉룸과 소셜네트워크.

  두편 모두 상업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훌륭한 영화였다. 특히 패닉룸의 오프닝 시퀀스 (도시의 전경이 나오고 그 도시에 글씨가 입체적으로 둥둥 뜬 것 같이 만들었던) 는 나오자마자 여러 CF에서 따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점점 사회에 불만이 줄어들고 지금 익숙해져 있는 것과 완벽히 적응을 끝 마친 것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건 영화 감독한테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나와 함께 늙어가며 온순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예술가라면... 젊었을 적 날선 모습을 계속 유지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나는 더 큰 거 같다.

  미국의 어떤 영화평론가가 이 영화를 보고 데이빗 핀처는 아직도 천재인 것 같다 고 말했다고 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나이가 계속 들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렇게 날선 스릴러 영화를 계속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중간에 잔인한 장면이 나와서 그 장면은 하나도 안 보려고 무지 노력했지만, 소리는 계속 들려서 장면이 상상되서 아직도 좀 괴롭다. 회사가서 커터칼 볼 때 마다 생각이 날 것 같은데 이거 참 큰일이다.

  개인적으로 런닝타임 긴 영화 싫어하는데 이 영화는 2시간이 훌쩍 넘는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벙한 듯 하면서 악의 없는 개자식 바람둥이 남편 닉 던 역할에 벤 에플렉이 딱이었지만 , 에이미 던 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 이 여자 어디서 봤다 했는데 오만과 편견에서 키이라 나이틀리 언니로 나왔던 여자였다) 또 형사 역할 맡은 여자 분도 인상 깊었다. 눈매가 통찰력 있으면서 무척 신중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한국 영화 였으면 그런 역할에 절대 여자를 캐스팅 하지 않았을 것 이란 생각을 했다.

 

  에이미 던이 자기 남편이 젊은 여자랑 바람난 것을 목격할 때, 자기랑 연애할 때 했던 행동을 똑같이 바람난 여자애한테 하는 걸 보며 기가 막혀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나한테 했던 행동을 똑같이 다른 여자에게 하는 걸 보면 나같아도 피가 거꾸로 솟겠다 싶었는데 집에 와서 원작 소설가를 보니 여자였다. 그렇다. 이런 섬세한 열받는 포인트는 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지 라는 생각에 혼자 흐흐흐 하고 웃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난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 외모가 평균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산다. (내가 보기엔.)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남자한테는 내가 특별한 존재였으면 하고, 작은 것이라도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행복해 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 작고 특별한 가장 아름다운 추억 중 한 부분이었던 소중한 행동을 딴 년에게 똑같이 하다니. 내 생각엔 그 행동만 안 했어도 에이미 던이 그 정도로 미치지 않았을 것 같다. 분명히 주인공 에이미는 그 장면을 본 후 저 남편 개자식을 어떻게든 엿 먹여야겠다고 결심했을 거다.

 

 휴. 진짜... 몇 개월 전에 본 샤이닝 이후 최고로 진땀 식은땀 흘리면서 본 영화였다.  아마도 2014년 내가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