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일본 여행 포스팅이 늦어지는 이유는 난 내 블로그의 스크롤바가 길어지는 게 싫어서 사진 크기를 포토샵에서 하나하나 줄이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저번에 네이버 블로그를 보니 슬라이드쇼 사진도 한번에 줄이는 기능이 있던데 왜 티스토리는 그런 기능 하나 지원을 안하는거냐!!! 그렇다고 사람들 우글대는 네이버 블로그로 옮기기기엔 내가 티스토리에 너무 정이 많이 들었고 말이다.
백수가 되면서 큰 목표 중 하나가 큐슈여행 도쿄여행 사진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있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항상 결심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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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구마모토에 간 날은 무척이나 더웠다. 2008년에 친구와 간 큐슈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사진이 모니터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덥고 괴로웠지만, 그냥 똑딱이로 찍었는데도 사진이 엄청 잘 나와서 더운 보람이 있다.
친구랑 간 날은 휴일이기도 했고, 구마모토 자체가 워낙 시골이어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스이젠지 공원도 오사카에서 덴노지 동물원 갔을 때랑 비슷한 느낌으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늘만을 찾아 다니고 싶었지만 그늘도 별로 없었다. 구마모토에 있을 때 만큼 양지와 음지의 차이를 느낀 적이 있었던가. 스이젠지 공원에서 오랜 시간 햇빛에 발등을 노출하니 발등이 도저히 뜨거워서 못 견딜 정도였다. 그것도 나름의 추억이지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구마모토 그렇게 더운데 벌레는 별로 못봤다. 더운 지역은 왠지 이상하고 큰 벌레들이 우글거릴 거 같은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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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볼 게 없어서 저번에 NHK 를 봤는데 거기에 일본식 정원 전문가가 나와서 도쿄의 작은 집 앞에 공간을 활용해서 정원을 꾸며주는 게 나왔다. 일본식 정원이 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 느낌은 어느 정도 알겠다. 왠지 나무들이 둥글둥글 잘려 있을 거 같고 흙보단 하얀 돌이 있어야 할 거 같고 그렇다. 나뭇잎 같은 것도 땅에 하나도 안 떨어져 있어야 할 거 같고, 빨간색이나 노란 꽃은 하나도 없을 거 같고. 대충 이런 느낌인데 맞는건가? 저번에 책에서 봤는데 그런 일본식 정원 꾸미기에 서양 사람들도 많이 심취해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런 정원 이쁜 지 잘 모르겠다. 너무 정갈한 느낌이 들어서 가까이 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인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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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쭉 도는데 스이젠지 공원은 그닥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스이젠지 공원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날씨도 날씨지만, 어떤 외국인 남자다. 나시를 잎고 쪼리를 신고 혼자 여행하는 분이었는데 살이 화상입기 1초 전 같아 보였다. 난 너무 뜨겁고 살 타는 거 싫어서 저런 날씨의 와중에도 긴팔에 모자 쓰고 돌아다녔는데 참 용감하신 분이었다. 스이젠지 공원을 보니까 얼추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그나마 구마모토의 시내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했다. 아래 사진은 스이젠지에서 찍은 사진 모음. 얼마나 맑은 날씨였는지 알 수 있는 사진들만 모아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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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여행 다녀온 사람들 보면 나처럼 스이젠지 공원 본 사람은 별로 못 본 거 같다. 흠... 지나고 나서 생각인데 스이젠지 공원은 생략해도 무방할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 나올 구마모토 성 정도만 보고 그냥 구마모토의 이국스러움만 살짝 느끼길 추천한다. 특히 나처럼 한여름에 갈 사람은 쉽게 지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이킬 수 있을 정도로 더위에 강하고 땀이 적은 편이라 그나마 괜찮게 돌아다녔던 거) 그리고 큐슈 여행 갈 때는 귀찮아도 물병을 항상 소지하고 주기적으로 마셔주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2008년 큐슈 여행 이야기. 두둥. 드디어 2010년까지 왔다. 설마 올해는 다 정리할 수 있겠지.

오늘은 우리 숙소가 있었던 후쿠오카에서 JR을 타고 구마모토역에서 내려 스이젠지를 가는 여정까지를 쓰겠다.
우선 일찍 일어나서 호텔 1층 식당에서 조식을 먹었다. 난 이제까지 갔던 호텔 조식들이 다들 참 괜찮았다. 센트럴호텔 후쿠오카도 괜찮은 편이었다. 든든하고. 8월 15일은 일본 오봉 휴가라 호텔에 사람이 꽤 많았다. 그렇다고 밥 먹는데 밀리고, 많이 기다려야 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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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오사카 도쿄보다 교통비가 매우 매우 저렴한 곳이다. 오사카는 간사이 패스가 요긴하게 쓰이지만 도쿄 같은 경우에는 정말 교통비가 내 여행 경비의 대부분일 정도로 부담이 무지 됐는데, 후쿠오카 버스는 엄청 싸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출발. 북큐슈 레일패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끼며 그 패스로 JR을 탄다. 내가 적어놓은 예전 자료를 보니 아침 9시 30분차 라고 적혀 있다. 1시간 14분 가량 달려서 후쿠오카보다 더 남쪽에 있는 구마모토에 도착.
예전에 읽은 나츠메 소세키의 "산시로" 주인공이 구마모토 출신인데, 그래도 가본 지역이라고 엄청 반가웠다. 구마모토는 기차역도 작고, 건물들도 다 아담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난 구마모토가 제일 내 취향에 맞았던 거 같다. 살기에는 도시가 좋지만, 가끔 여행가기에는 시골이 좋은 거 같은데, 또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 갔을 때도 나름 재밌었다. 일본은 시골이라고 해도 교통 등에 불편함이 전혀 없어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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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찍은 내 사진을 지금 보니, 일본 물이 나한테 안 맞는지 얼굴에는 트러블이 난데다 퉁퉁 부어 있고 눈에서는 잠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이었다.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일까. 비가와서 조금 심란했는데 가면 갈수록 비올 확률 제로에 가까운 바깥 풍경이 펼쳐져서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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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구마모토 날씨는 엄청 더웠다. 구마모토는 작은 전차로 움직였는데 보통 한국에서 에어컨을 풀로 가동을 하면, 아무리 여름이어도 난 대번에 콧물을 흘리거나 추워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디건을 꺼내 입는데 워낙 더워서 그런지 그런 느낌도 없었다.
후쿠오카 타워에 가서도 느낀 것이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안 쓰는 인력을 많이 소모 하는 것 같다. 버스 안내하는 여자의 경우도, 솔직히 버스 내 방송으로 다 대체할 수 있는 건데 사람이 서서 다 마이크로 방송하고, 후쿠오카 타워도 엘리베이터 내 방송으로 하면 될 것을 안내하는 여자가 하나하나 설명하고 엘리베이터 문 열어주고 닫아주고 다 한다. 선진국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뭐든지 세분화 하기 좋아하는 걔네들 특성 때문에 그런걸까. 모르겠다.
전차를 타고 스이젠지공원 앞 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내리자마자 뜨거워서 죽는 줄 알았다. 난 그 더운 와중에서도 긴팔 가디건을 절대 벗지 않았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참 잘한 짓이다. 아마 긴팔 안 입고 다녔으면, 살이 다 타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햇빛을 차단해주는 기능을 해서 오히려 긴팔이 더 시원한 거 같기도 하고.
자외선이 작렬하여 걸어다니는데 힘은 들었지만 덕분에 구마모토에서 찍은 사진들은 웬만한 사진은 다 잘나왔다. 흔들린 사진도 없고, 다 또렷하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인데 난 왜 휴가가기전에 머리를 안 잘랐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면서 머리를 제일 많이 길렀던 때가 저 때인데 항상 머리카락이 땀에 절어 있고 감고 말리는 데도 엄청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