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주말을 보내고 있다. 매주 똑같이. 보통은 여행을 위해 구입한 독일과 프라하에 대한 책을 읽고, IPTV로 역시 영화를 하나씩 보고, 가끔 극장도 혼자 가고.

  항상 같이 놀아주던 친구가 주말에 일을 해야 하면서 혼자 보내고 있는데, 우리 엄마는 답답하신 모양이다. 오히려 집에만 있다보니 일기도 쓰기 싫어지고, 그래서 한동안 뜸했다. 뭐 궁금한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1. 승진

  7월 마지막 주에 워크샵을 갔다. 이번년도에는 숙소 잡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1박 아닌 당일 행사로 진행됐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행사 끝나고 술마셨을 때 너무 헛소리를 많이 해서 나중에 정신 좀 차리고 나서는 찔렸다.  헛소리 대부분이 우리 팀장 욕이었다. 문제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그랬다는 거다. 여하튼 그 워크샵날 승진을 했다.

  내가 일 시작한게 2007년 2월 부터고 중간에 백수였던 기간이 5개월이니 이제 만 7년 일했다. 남들 같으면 벌써 달았을 대리를 이제서야 달았다. 난 그냥 아무 기분도 들지 않았는데 오히려 우리 엄마아빠가 더 기분 좋아하셨다. 특히 우리 엄마가 한동안 만사에 다 우울해 하시고 짜증이 부쩍 느셨다가 내 승진 소식 들으신 후 원래 유쾌한 모습을 되찾으셨다.


2. 컴퓨터 교체

  우리집 컴퓨터는 그냥 그대로인데, 회사 컴퓨터를 교체했다. 처음 셋팅이 너무 귀찮아서 웬만하면 안 바꾸려고 했는데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컴퓨터가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여 교체했다. 덕분에 에어컨도 안 켜주는 사무실에서 땀을 뻘뻘 흘렸다. 

 

3. 다이어트

  한참 살이 쪘을 때보다는 1키로가 빠졌다. 일주일에 2번 운동하는게 목표인데, 보통은 월요일 화요일 열심히 하고 수,목,금 요일에는 운동 안한다. 운동하고 들어오면 잠도 잘오고 좋다. 근데 몸무게는 어쩜 0.1 자리까지 똑같은지. 아무래도 지금 몸무게가 내 몸에 딱 맞는 몸무게인 모양이다.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해야지 다이어트는 내 성격으로는 불가능이다.

 

4. 블루 재스민

  어제 블루 재스민을 봤다. 솔직히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떠드는 주인공들도 맘에 안들었고 우디 앨런식 코메디도 나와는 전혀 안 맞았으니까. 하지만, 블루 재스민은 명작이다. 우디 앨런 아저씨가 대단한 감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와 현재를 무리 없이 오가는 이야기 방식도 훌륭하고, 심지어 런닝타임도 1시간 40분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딱 100분이다. 시나리오도 영화를 위해 우디 앨런이 직접 쓴 시나리오다. (요즘에는 워낙 원작 있는 영화만 만드니 영화를 위한 새 시나리오는 가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듯)

  보고 나서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 나도 그 영화 속 혐오스러우면서 측은한 재스민과 다를 바 하나도 없는 여자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제부터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휴. 내가 속물이라서 이렇게 벌을 받으며 살고 있는걸까. 영화 한편에 정신이 황폐해졌다. 

 

5. 불행한 결혼

  예전에 누군가에게 청첩장을 받으면서 "축하해! 여자가 오빠 진짜 좋아하나봐." 라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얘도 나 좋아해서 결혼하는 거 아니야. 나랑 결혼안하면 자기도 서른 넘고, 또 내가 사람들 앞에 내놓기에 크게 걸리는 거 없으니까 나랑 결혼 하는거지." 였다. 진짜 씁쓸했다. 나도 결국 이런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생각하는 남자랑 결혼하는 여자도 참 딱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결혼하는 여자도 똑같이 이런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참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결혼을 한 사람이 나보다 나은 것일까. 아니면 차라리 내가 나은걸까?

  청첩장 받고 들어오는 길에는 차라리 내가 낫다 싶었는데 요즘에는 잘 모르겠다.

 

6. 우리집 앞 이단교회

  나는 나일론 신자지만, 위험한 생각이 들만큼 우울할 때는 기도를 한다. 이런 걸 보면 나에게도 신앙이 있긴 한 거 같다. 또 막연하게 가끔 내가 원하는 삶을 공상하며 언젠간 진짜 이루어 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어쩌면 신앙의 힘인 것 같고. 기도를 끝마치고 나서는 마음이 한결 가라앉고 우울한 마음도 가신다. 사람이 종교를 하나 갖는 건 인생 전체를 볼 때 절대 손해보는 건 아닌 거 같다.

  토요일에 학원갈 때 우리집 앞 엄청 큰 이단교회가 예배 드리는 시간이라 항상 그 교회로 향하는 신자들을 보게 되는데, 내가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 아니라 신기했다. 다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대체 어떤 신념이 그 사람들을 그 말도 안되는 교리에 빠지게 만들었는지 좀 궁금한데.. 만약에 그 종교로 인하여 포기하려 했던 삶을 다시 살아갈 생각을 했다면 아무리 이단이라고 할지라도 종교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거 아닐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니는 개신교회도 우리 집 앞에 있는 교회도 어쨌든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니까. 물론 그 사람들이 사기치고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단이 완전히 박멸시켜야 할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7. 친해지고 싶은 선생님

  내가 듣는 학원 선생님이 착해보이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건지 궁금하고 한마디로 친해지고 싶다. 교실이 아닌 엘리베이터에서 한번 만났는데 너무 어색하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하나도 못했다. 그 선생님과 함께 산다는 여자친구도 무지 착해보이고, 다른 수업 선생님도 표정이 다양해서 재밌었는데.... 외국인이랑 이야기하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이번에 독일 가면 외국인이랑 말할 일이 있을까?

  여자들이 쓴 여행기 보면 뭐 여행지 가서 현지 사람들이랑 말하고 친해지고 그러든데. 난 진짜 영국가서 이야기 나눈 사람들이라곤 호텔 직원, 식당 직원 이 두가지 종류의 현지인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