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는 친구한테 메모리카드를 통째로 받은 탓에 이번 큐슈 여행은 꽤나 풍요로운 사진들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하하. - 근데 나 이번에도 스크롤의 압박은 심할 듯 함.

난 휴가를 8월 12일 부터 냈다. 여행 다녀와서 이틀 쉬는 게 더 좋았겠지만 친구가 12일은 도저히 안된다고 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이게 나았다. 여행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라 12일 하루동안 어디어디 갈지도 정하고, 짐도 챙기고.
아침 8시 비행기라 빨리 자려고 했는데 여행 준비 때문에 그렇질 못했다. 여행 때문인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흥분하거나 그런것도 아닌데 난 뜬 눈으로 새벽 2시까지 버티다가 잠이 잠깐 들었는데 새벽에 무지막지한 천둥소리 때문에 다시 깼다. 난 태어나서 그렇게 큰 천둥소리는 처음이었다. 우리집 바로 앞에서 천둥이 친건지 거짓말 안하고 우리집 베란다 창문이 흔들리고 바닥에 까지 진동이 오는데 말 그대로 자연의 힘이었다. 아아 무력한 인간이여~~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나는 3시간 자고 공항으로 출발.
아빠가 공항까지 태워다 주셨는데 출발하는 날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와도 비행기가 못뜨는건가? 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생각해보니 안개 때문에 결항되었단 얘기는 들었어도 비때문에 결항되었단 얘기는 못 들었으니까..
최고 성수기에 여행을 예약하여 그런지 최고 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결국 면세점 쇼핑은 이번에도 많이 못했다. 지금 큐슈 여행 찾아보니 내가 갔을 때 보다 가격이 한 15만원 가량 저렴하구나.아 제길.
난 면세점은 24시간 풀가동인 줄 알았는데 이날 보니 그건 아니었다. 7시부터 문을 여는 모양이었다. 나는 여행 때 들고 다닐 뒤로 매는 가방을 하나 구입했는데 시중보다 많이 저렴하게 싸서 기분이 좋아졌다. (크흑 남들은 여행가면 면세점서 쇼핑 많이 하던데 난 오사카 여행때도 이번에도 딸랑 하나씩)

012

기내식 다 먹을만하니 내릴 때가 되어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다.(한시간 십분정도 소요) 후쿠오카공항은 국내 터미널과 국제 터미널이 나누어져 있는데 국제 터미널은 매우 한산했고, 무료셔틀버스 타고 국내 터미널 가니 복작복작했다. 우리가 갔던 시기가 딱 일본에서도 오봉휴가 시즌이고, 큐슈가 일본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는 곳이라고도 하고 그래서 그런가 저번 오사카 때와는 달리 한국여행객보다 일본 가족단위 여행객이 더 많아 보였다.

01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도 내리는 순간 공기가 다르다고 느꼈다. (사실은 그냥 다른 나라 왔다는 거 실감하고 싶어서 공기가 다르다고 나혼자 세뇌시킴) 첫번째로 느꼈던 건 "우와! 날씨 엄청 좋다! 가시거리 거의 200km!!!!" 이거였고. 그 다음은 "아이고 뜨거워" 이거였다. 습도도 높고 무엇보다 그냥 뜨거웠다. 근데 비오는 거 보다가 쨍하고 맑은 거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휴가시작! 이 생각 때문에 더 즐겁기도했고.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로 진입할 때는 꽤 시간이 오래걸리고 지하철값도 비쌌는데 후쿠오카 공항에서 후쿠오카 하카타역까지는 아주 가깝고, 가격도 250엔으로 매우 저렴해서 좋았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데 초등학교 야구부 애들이 모여 있는 걸 봤다. 귀여웠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못 찍었다.

하카타역에 도착하여 우리는 JR 북큐슈 레일패스를 받았다. 이건 650엔정도 하는 JR 패스인데, 오사카와는 달리 JR로 지역과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여행자에게 아주 강추하는 패스다. 보통 산큐패스 아니면 JR 패스 둘 중 하나를 사라고 하는데 작년 까지만 해도 큐슈 전체를 3박 4일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우리나라돈으로 약 15만원 정도 했댄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3박4일 정도면 대부분이 북쪽 규슈만 여행하기 때문에 그닥 필요는 없다.(후쿠오카에서 저기 남쪽 미야자키 가는 데만 철도로 5시간 정도)  그런데 고맙게도 올해부터 북쪽 큐슈만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북큐슈레일패스가 생겼다. 우린 새로 생긴 북큐슈 레일패스 이걸 모르고 처음에 15만원 너무 비싸다고 산큐패스 구입할 뻔!!  산큐패스는 시외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패스인데, 우리가 머물렀던 텐진역에 버스센터가 있어서 산큐패스를 샀다면 기차타러 하카타역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조금 적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가끔가다 차멀미를 심하게 하고 처음 타본 JR 은 승차감도 우왕 굳! 이고 북큐슈 레일패스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여권보여주고 패스를 교환 받는데 친구가 일본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잘 해서 별 어려움 없이 패스를 발급 받았다. 그런데 우리 옆에 있는 창구 언니(여자에게 있어 만인의 호칭 언니!!-여자들은 알겠지만 가게에서는 나보다 나이 적어도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도 허다함) 는 한국어를 무지 잘하는 언니라 그쪽에는 한국 여행객이 바글바글 했다.
도착하니 10시 정도 되었는데 유후인노모리 라는 이쁜 열차를 타겠다고 오후 2시 30분쯤 떠나는 열차 지정석을 예매 했다. 하지만 이건 지금 생각해도 아주 탁월치 못한 선택이었다. 괜히 시간낭비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여행 사진도 많은 데 결국엔 인천공항에서 하카타역가서 레일패스 받은 데 까지 마무리 짓고 나중에 또 쓰겠다. ; 사실 저번 주 일요일부터 이 포스팅 붙들고 발전을 못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