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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5.23 캐롤/주토피아/곡성 단평

1. 캐롤
이 영화에서 테레즈가 캐롤을 보고 한 눈에 사랑에 빠지는 마법같은 순간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 이다.
운명 처럼 사랑에 빠지고, 많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택한 해피엔딩이라 좋았다.
영화 톤이 예쁘고, 캐롤의 패션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 영화를 보니, 난 이성애자이지만, 케이트 블란쳇 정도면 나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그 정도로 매력 폭발)
베드신도 아름다웠고, 사랑에 빠져 들뜨고 설렌 테레즈를 보며 진심으로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2. 주토피아
알다시피 애니메이션의 왕팬인 내가 안볼 수 없는 영화였다. 사회가 규정한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는 주디와 편견의 희생양 이었던 닉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감동적 이야기인데, 거기에 서스펜스 스릴러 까지 가미되어 보는 내내 재밌었다.
여우 닉의 성우가 누군지 몰라도 목소리가 어찌나 좋은지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여우한테 반해보긴 또 처음이었다. 다들 나무늘보가 웃겼다 하지만 나에게 제일 웃겼던 장면은 쥐가 대부의 말론 브란도 흉내내는 장면이었다.

3. 곡성
(스포없음)
백만년만에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봤다. 여기 저기서 곡성 관련 평론가 평이 쏟아지는데, 스포일러 포함이라 적혀 있어 읽지 못하는 게 짜증나서 결국 혼자 보고 왔다.
촬영이 헐리우드 초일류들이 만든 시카리오 못지 않게 훌륭하다. 스토리에 약간의 헛점이 있지만, 정말 독창적이고, 사운드도 잘 쓰였다.
개인적으로 곽도원씨 연기는 살짝 아쉬웠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다. 기독교를 믿는다면 훨씬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성경 중 예수님이 부활하여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나를 만져보라 하는 부분이 나오지만 나는 주인공이 고약한 시험에 들었다는 점에서 예수님이 광야에서 기도할 때 사탄이 나타나서 니가 예수면 돌을 떡으로 만들어 보라고 시험하는 장면도 떠올랐다.
어렸을 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외할머니께 들은 무서운 얘기 중 기도원에서 기도하다 예수님이 나타났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썩 물러가라 했더니 귀신이 "안속네." 하면서 낄낄 거리며 도망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영화와도 통하는 게 있는 이야기라 오랜만에 그 이야기도 생각났다.
누가 진짜 인지 영화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 2시간 넘는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감독이 어렸을 때 곡성에서 자랐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시골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인천에서 전라도로 전학가서 도서관 갔다 오는 길에 도시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고요함과 칠흑같은 어둠이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 느낌을 잘 안다. 영화 제목 곡성이 지명을 뜻하는 곡성은 아니라 하지만, 그 공간이 주는 공포, 초자연적 힘이 집결할만한 흉악한 산등성이와 범접하지 못할 대자연이 주는 공포를 훌륭한 촬영과 연출로 잘 살렸다.
막판에 무명역의 천우희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앞으로 팬이 될 듯 하다.
덧. 이게 어떻게 15세 관람가를 받은거지? 적절치 못한 등급이라 생각한다. 이건 청불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