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상궤도.

일상 2015. 3. 27. 23:26

사람은 예상치 못한 작은 사건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어제는 초등학교 시절 바로 옆집에 살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행신역에서 만났다. 대전에 살던 시절 친구를 고양에서 보게 되다니 신기했다. 나도 걔도 고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영영 가까워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걔를 만나, 밀린 근황과 고민 얘기를 했더니 거짓말같이 괴로운 감정도 미련도 사라졌다. 친구는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다. 부러웠지만 내 유년을 함께 보낸 친구라 진심으로 기뻤다.
내 블로그의 고정독자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요며칠 일련의 미친 감정기복의 글을 참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사과도 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글쓰기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정서 회복에 엄청난 도움이 되기때문에, 안쓸 순 없었다.
어렸을 때 부터 난 뭐하나 특출난 게 없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덜 떨어진 적도 없었다. 가출도 말썽도 없이 학교 다녔고,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대학들어가서, 제때 취업해서 부모님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그런 딸이었다.​ 가만 놔둬도 알아서 남들만큼은 하는.
우리 엄마는 요즘 내가 남들보다 크게 못난 분야가 있다는 것에 적응을 아직도 못하고 계신 것 같다. 나보다 더 심하게…빨리 받아들이셨으면 나도 엄마도 편할텐데.
일주일만에 몸무게가 2.5kg 이 빠졌다. 예전 다이어트할 때는 죽어라 노력해도 1kg도 안빠지더니 참 쉽게도 빠졌다.
이번달 월급의 거의 4분의 1을 투자하여 봄옷을 샀다. 내 몸에 잘맞는 새옷을 입고 전신거울에 서니 기분이 좋았다. 상쾌하게 시작하진 못했지만, 드디어 봄이다! 완전한 봄.


출퇴근 탐색전

일상 2012. 8. 2. 23:42

저저번주 주말 저번주 주말에는 앞으로 내가 다닐 회사를 출퇴근할 것인가 알아보러 혼자 길을 나섰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가장 뜨거운 시간에 돌아다니려면 물을 중간중간 마셔줘야 한다고 하기에 나는 물통에 물도 넣어서 자주자주 마셔서 탈수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나시에 반바지에 편한 신발을 입고 한번 왕복을 해봤는데 출근하는 길은 넉넉잡아서 2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자취는 전에 말한 여러가지 이유로 하기 싫고, 운전도 하기 싫고. 퇴근하는 길은 1시간 30분이면 될 거 같고.

사실 2시간까지는 안걸릴 수도 있는데 그 회사가 전철역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더욱 큰 문제는 그 버스가 거의 30분에 한대꼴이여. 택시도 하나도 안잡히는 곳이고. 일산은 도시지만 고양은 전혀 도시가 아니고 산좋고 물좋은 완전 시골 분위기였다. 그 동네 택시기사 말로는 그냥 콜택시를 부르라는데 매일 매일 콜택시 부르는 것도 곤욕일 것 같고 고민이 많지만 일단은 그냥 2시간 걸려서 출근하는 걸로 정했다. 뭐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버스오는지 알 수도 있고, 언제 오는지 알 수 있으면 기다릴 수 있어. 그리고 요 며칠 내가 대충 출근시간대 버스 오는 시간을 검색해보니 최대로 기다리면 20분기다리는데.... 흠. 뭐 전철역 안에 의자도 있던데 그때 독서하면 못기다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버스가 금방 오면 1시간 30분도 가능하니까 최악은 아니다. (지나친 합리화인가 흐흐)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 회사 출근이 9시 30분까지다. 예전 충무로까지는 8시30분까지 출근이어서 6시 50분에는 집에서 나섰다. 지금 이 회사는 버스를 20분 기다린다고 쳐서 2시간 걸려도 7시 20분 쯤에 집에서 나가면 되니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운전을 해서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3주전 토요일에 바로 운전대를 잡고 백화점에 갔었다. 옆에 동생을 태우긴 했지만 갈 때도 무사히 잘 들어가고 주차도 잘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왔는데 밤이고 비가 오니까 차선이 하나도 안보이고 차선을 못 바꿔서 모르는 길로 네비게이션 말만 들으면서 긴장하면서 운전하고 오는데 뒤에 있던 마티즈가 우리집 차를 심하게 받았다. 빨간불에 정차하고 있던 우리집 차를 그냥 와서 냅다 받은 것이다. 보니까 약간 졸음운전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선 그렇게 황당한 사고를 낼 리가 없었다. 나는 엄청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차에서 내려보니까 뒤의 마티즈는 범퍼가 완전히 다 망가지고 헤드라이터도 다 튀어나오고 거의 폐차 직전이었는데 우리차는 범퍼만 찌그러지고 말았다. 나랑 동생은 목에 좀 충격이 있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는 상태. 보험처리 해서 검사도 하고 우리집 차도 다 수리를 하고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운전 중 아무 잘못 안했는데 사고가 나고보니,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사고가 나면 얼마나 크게 사고가 날 것이며 나같은 초보가 무슨 고속도로 운전이냐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결국 그 사고 이후로 운전 왕복의 꿈을 접고 대중교통 왕복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주말동안 두번의 경로 탐색을 해보다 보니 어떤 길이 제일 빠른 건지도 알겠고, 나름대로 최선의 출퇴근 루트를 찾은 것 같다. 두번 왔다갔다 해보니 아예 못갈 동네는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가려는 회사는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교수님 소개로 들어가는 회사인데, 뭐 그렇다. 나는 소위 말하는 낙하산이다. 난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내 힘으로 알아서 살아왔다. 학연도 없고 지연도 없고 우리 집안이 유력인사도 없고 하니까. 그리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안받고 주목받지 않는 삶을 살다보니 오히려 난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더 불편하고 날 좀 가만히 내버려뒀음 좋겠다는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큰 힘으로 취업에 성공하다보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 이런 길이 내가 뚫었던 난관(?)에 비한다면 정말 쉽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취업에서는 바보같이 말도 안되는 소리 늘어놓는 1분 자기소개도 안했고, 어떻게든 날 뽑아달라고 사정하는 뉘앙스의 면접도 안해도 되니 덜 굴욕적이었다.

한편으론 그래도 2년 동안 내가 헛수고를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2년 동안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일을 제대로 안했다면 교수님도 날 그 곳에 취업시켜주지 않았을 거다. 근데 난 정말 실수하지 않으려고 엄청 열심히 노력하면서 일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취업하게 되는 거니까. 괜찮은 거 겠지? 


그래도 여러가지 마음의 결정을 굳히고 나니 맘이 편하다. 덕분에 살도 1키로 쪘다. 흑흑. 입맛도 다시 돌아오고. 이제 나 다음으로 올 후임에게 인수인계만 제대로 해주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일했던 자리가 딱 2년이 정해진 계약직이라 그런지 사람 뽑는 게 쉽지가 않다. 거의 한달째 알아보는데도 안오네. 빨리 뽑혀서 인수인계 해주고 맘편히 휴가가고 싶은데, 그래도 날 추천해주신 교수님 봐서 마지막까지 마무리 잘 짓고 새로운 직장으로 가고 싶다.



큰 결정

일상 2012. 6. 30. 21:15

저번 주 월요일에는 엄마의 생신이셨다. 요즘 우리집은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후로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그 때는 나랑 동생이 워낙 어려서 그냥 저냥 지나갔지만, 지금은 느껴진다. 우리집이 어려운 것이. 물가도 비싸고 우리집에 들어오는 돈은 적고.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경제가 나아지면 잘살 수 있는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러한 이유로 엄마의 생신 선물도 다 생략하고 우리집은 작은 아이스크림 케익 하나를 사서 초도 불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했다.


수요일에는 며칠 전 블로그에 썼던 면접본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출근하라는 내용이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고 전화를 끊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어찌되었든 정말 크나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그런데 이건 내 느낌인데 사장에게 나는 최선책이 아니었던 것 같다. 차선책 정도 됐는데 아마 최선책이 연봉을 높이 불렀거나 다른 데 간다고 했거나... 그래서 이렇게 연락도 늦고, 전화해서도 연신 "잘할 수 있겠냐" 를 물으면서 계속 의심을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사장이 제시한 연봉에 사장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충격적인 연봉. 으으. 하지만 난 그 연봉을 감수하기로 했다.

근데 잘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지? 거기서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 지를 알 수가 없으니. 솔직히 말하면 난 사장이 원하는대로 잘할 자신이 없기는 한데. 크크큭.  


사실 6월 9일에 면접을 본 후에 결과 기다리고 있는 중에 학교 교수님이 친구가 하고 있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라고 추천을 해주셨었다. 불시에 그 회사 사장님이 회사로 찾아와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 통에 얼떨결에 면접도 봐버렸는데, 다행히 그날 퇴근 후 연주회에 가기로 되어 있어서 예의 차린 옷차림으로 그 회사 사장님을 맞을 수 있었다. 

그 회사도 사장님은 참 인자하고 좋은 것 같고, 연봉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갈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수요일에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고 퇴근 후 몰래 그 회사를 다녀와봤다. 그리고 시원하게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회사는 너무도 멀었다. 난 태어나서 경기도 고양을 처음 가봣는데, 차가 있으면 행복한 회사라더니 김포공항에서 내려서 택시에서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치고 찾아가는데 점점 "아.. 여기는 어딘가" 이런 생각이 들고, 점점 골목에 골목을 지나가고 옛날 전원일기에 나올 법한 시골마을 한 가운데 멀쩡한 건물이 하나 딱 있는데 그게 바로 추천해주신 그 회사였다. 차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라 택시도 다시는 못 잡을 것 같아서 타고 갔던 택시를 타고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데 아쉽지만 이건 아니다. 하는 마음에 큰 결심을 했다. (택시비만 왕복 만오천원 나왔음)  김포공항도 처음 가봤는데 뭐 김포공항도 좋더구만.

내가 거절을 해서 교수님도 조금 입장이 난감하고 삐지신 것 같고, 나도 좀 죄송스럽고 그렇다. 나도 뭐 이럴 줄 알았나.


큰 변화는 내 앞에 있고, 지금 학교에서도 일이 최고 많을 시기라서 마음도 심란하고 인수인계 해주고 난 하루도 제대로 못 쉬고 출근하게 생겼는데 당분간은 휴가 이런 거는 먼나라 얘기겠지. 그냥 한가지 위안은 30살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기능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교수님이 추천한 회사를 갔으면 계속 교수님들과 얽힐 수 있었는데, 내가 내 갈길 찾은거라 완전히 여기와는 영원히 안녕을 고할 수 있게 된 거. 이왕 새롭게 시작하는 거 처음부터 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컸으니까.


아 그리고 또 별개로 또 큰 결심을 하나 했는데, 신용카드를 정말 필요한 상황 아니면 사용을 안하기로 했다. 우리집이 어렵기도 하고, 요즘은 체크카드도 꽤 좋은 게 많으니까. 저번달 저저번달 리볼빙 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가는 내 신용카드 결재액을 보면서 느낀 바가 좀 있어서. 체크카드를 주사용카드로 만들기 위해서 예금을 분할해지 해서 한 100만원 가량을 통장으로 옮겼는데..(6월 월급은 전액 카드결재액으로 나가버리고 잔액이 없어서 결국 예금을 분할해지했다. 흑흑) 금요일에 혜택 좋은 체크카드도 만들었다. 다음달에 카드고지서 받으면 좀 뿌듯할 것 같다. 좀 힘들겠지만 이보다 더 힘든 일도 해냈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닥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으니까. 

저번주에는 교회 결국 자느라 못갔는데 내일은 교회가서 기도도 좀 하고 와야지. 한 주 정리도 하고 다음주를 위하여 기도도 좀 하고. 난 신앙심이 깊은 편은 아닌데 그냥 교회가서 눈감고 속으로 소망하는 바를 말하다보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진짜로 다 잘될 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교회에 간다. 뭐... 또 자느라고 못갈 수도 있지만.  


아. 근데, 내가 들어갈 회사 사장이 나보고 하도 엑셀 못할 거 같다고 해서 오늘 컴퓨터학원도 등록하고 왔다. 나도 참 어지간히 불안했나보다. 오랜만에 비와서 상쾌한 인천시내를 버스타고 돌아다녔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에는 별로 외롭지도 않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