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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9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보기. 6

그나마 공채하는 곳에 원서를 내려고 중부교육청까지 가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떼어왔다. 몇년만에 보는 생활기록부인지. 신기했다. 종이 몇장으로 내 과거를 마주대하다니.  내 생활기록부의 몇몇 기록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출결상황
- 3년 내내 개근. 흐흐흐. 고등학교 때 난 꽤 착실했다. (그리고 꽤 건강했나보다) 지각은 많이 했지만.

2. 신체발달상황
- 키는 3년 동안 0.5 cm 밖에 안자랐고, 체력급수는1학년, 2학년 3학년 각각 1급 2급 1급. 이거 누가 보면 완전 체육소녀인줄 알겠지만, 중학교 때는 4급 4급 5급 이었는데 전라북도의 체력급수 기준은 불구가 아닌이상은 2급 받을 수 있나보다. 나 50미터 9초에 뛰고, 다리 밑으로 손 내리기는 9cm (만점은 20cm 넘었음)로 반 전체에서 꼴찌에서 2등하고 윗몸일으키기는 야매로 만점 맞았는데. 아 오래달리기는 선생님이 날 다른 반 애로 착각해서 1바퀴 덜 달린 적도 있었다. 거의 걸어서 들어왔는데.. 아 나는 세상에서 오래달리기를 최고로 싫어했었지. 이때 전학와선 초등학교 때 부터 생전 못받아보던 체력장 1급을 받았다. 전학가서 얻은 소득이라면 소득이군.

3. 수상경력
- 해당사항 없음. 크크크

4. 진로지도상황
- 특기 또는 흥미는 독서, 음악감상, 독서. 1학년때 장래희망은 영화평론가 라고 써 있다. 풋. 2학년 3학년은 진짜 부끄럽지만 연구원이랜다. 우리 엄마 아빠의 진로희망은 3년 내내 공무원.

5. 특별활동상황
- 1학년 : 배드민턴반, 2학년 : 수학반, 3학년 : 현대문학반. 전혀 일관성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저기 있는 클럽활동부서는 클럽활동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허송세월 보내기로 유명한 선생님 쫓아서 들어간거다. 클럽활동 들어가선 그냥 몇시간 내내 친구랑 놀다왔음. 배드민턴반 옆에는 나보고 서브능력이 뛰어나다고 써있다. 푸하하하. 배드민턴반 가서 배드민턴 친건 아마 3번도 안될 걸.

6. 단체활동
- 난 전학가는 바람에 1학년때도 극기훈련 받고, 2학년때도 극기훈련 받아야 했는데 2학년 때는 지리산 가기 싫어서 그냥 안가고 학교에서 잡초 뽑았다. 갔다온 애들 말 들어보니 천만번 잘한 일이었다. 오전동안만 잡초 뽑고 오후에는 더워서 교실에서 비디오보고.. 캬. 천국이었지.

7. 행동발달상황
- 1학년 : 침착하며 끈기 있는 일처리를 함.
  2학년 : 언행이 바르고 신중하며 근면한 학생임.
  3학년 : 차분한 성격에 예의가 바르고 근면 성실하며 표정이 밝음.
  오~~ 언빌리버블!!!! 이런 평가가 나오다니.

8. 교과학습발달상황
- 1학년 1학기 : 미술하나만 수 맞고 다른 과목은 다 양 아니면 가의 평점. 이때 저번 블로그에도 썼지만 이모댁에서 한참 방황중이었다.
- 1학년 2학기 : 국어 성적 제일 좋음. 다행히 양하고 가는 없고 오 1학년 2학기때는 미도 없다. 1학년 2학기부터는 전라북도 학교 성적.
- 2학년 1학기 : 영어 성적 제일 좋음. 근데 난 2학년 때 부터 이과 였다는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2 성적 제일 안좋음.
- 2학년 2학기 : 우와 나 한문 전교 1등이었어!! 근데 난 요즘 신문 보면 한자 거의 못 읽는데..  고등학교 땐 하룻밤만에 한자 다 외우고 시험을 봄과 동시에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곤 했었다. 아 그때 좀 해놓을 걸. (한문 못하는 거 꽤 큰 컴플렉스임)
- 3학년 1학기 : 작문 성적 제일 좋음. 3학년 1학기 때부터는 선생들이 대학교에 수시입학시키려고 점수 막 퍼주는 바람에 평어도 제일 좋다.
- 3학년 2학기 : 역시 작문 성적 제일 좋음. 1급 2급 1급의 체력급수에도 불구하고 체육은 거의 전교 꼴찌권. (실기평가 항상 최하점 맞았고, 체육시간에도 실내 체육관에서 누워자기 일쑤였다. 뭐 더 중요한 건 지독한 몸치이기도 하고)

이번 생활기록부 때문에 날짜까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난 1999년 7월 13일에 전라북도로 이사왔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엄마가 와선 전학 절차 끝냈다고 말씀하시는 거다. 나는 애들한테 인사한마디 못하고 쉬는 시간에 짐챙겨서 교복 입은 채로 낯선 곳으로 왔다. 쉬는 시간에 사물함 정리하는 나를 보며 너 어디가냐고 묻길래. 나 전학간다고 했더니 애들은 장난치는 줄 알고 뭔 말 하냐고 하다가 내가 빌렸던 물건을 주인한테 다 되돌려주고 신발도 안신고 그냥 슬리퍼 신은 채로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니까 그때서 진짜냐고 하면서 몇몇은 고맙게도 눈물까지 글썽거려줬다. 학교를 나올 때만 해도 안 울었는데 그런 날 보고 우리 엄만 우셨다.  아빠 차를 타고선 5개월 밖에 못다녔던 학교를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다니고 싶은 학교였다. 14지망 중에 1지망에 쓴 고등학교 였다. (그때 당시 인천의 고등학교 입학 시스템은 무식하게도 인천에 있는 모든 인문계 고등학교에 대해 들어가고 싶은 순위를 적어 내야만 하는 시스템이었다) 운좋게도 1지망에 붙어서 좋아했던 학교였다. 중학교 친구들도 많았는데.. 난 중3때도 전학생이었는데 말이다. 그나마 어렵게 친해진 친구들이었는데. 그걸 다 뒤로 하고 떠나려니 미칠 것만 같았다. 난 중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흰 교복 윗도리에 초코 아이스크림을 쏟았다. 다신 입을 수 없는 교복이었다. 그렇게 얼룩덜룩 한 교복을 입고 한 눈에도 탐탁치 않았던 새 학교 교무실에 들어갔다. 나 혼자만 남색치마 교복을 입고 있었다. 난 아직도 1999년 7월 13일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 있구나.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학교에 다녔지만 난 3년 내내 결국 그 학교에 적응을 못했던 것 같다. 빌어먹을 이력서 때문에 다시한번 감회가 새로워져버렸다. (아니 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내라고 하는거냐고) 내 고등학교 시절이 머릿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쳐가는 것 같다. 제길. 안그래도 우울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