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단속

일상 2011. 6. 24. 11:43

   나는 운동할 때 지인 앞에서는 도저히 못 입는 후줄근한 반팔티에 인터파크에서 산 9천원 짜리 줄무뉘 고무줄 반바지를 입는다. 그 헬쓰장 내에서 내 옷차림이 제일 후줄근 한데 뭐 어때 아는 사람도 아닌데. 그리고 보통은 체육관서 입은 그 옷차림 그대로 운동화까지 신고 집으로 온다. 진짜 좋은 헬쓰장은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내가 가는 헬쓰장은 옷도 안주고 샤워시설도 무지하게 후졌다. 흡사 수용소 샤워시설 같은 샤워시설. 수영장 사람들까지 같이써서 어찌나 밀리는지 가끔 아줌마들끼리 싸움난다. (내가 먼저 줄 섰는데 왜 끼어드냐 왜이렇게 오래하냐 등등) 열라 후진 에어컨 하나 있고, 거기에 대형 선풍기 하나 있는 열악한 시설에서 운동하다보면 땀이 비오듯 흐르는데 난 그냥 땀 닦고 집에와서 샤워하면 몸이 노곤노곤하다. 그 상태로 야구보고 잠들면 딱이다. 
   그런데 엊그제는 헬쓰장에서 집까지의 그 짧은 거리 조차 도저히 못 입고 갈만큼 후즐근한 티셔츠라서 갈아입기로 결정했다. 운동을 다 하고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왠지 엄청 시원하니 기분이 좋은거다. 아까는 이것보다 안 시원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깨달았다. 내 원피스 옆의 지퍼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하게 열려 있다는 것을.
  운동 후라 더워서 속바지도 벗고 원피스 안에 정말 브래지어 팬티만 입었는데 옆구리를 통해 내 브레지어 허리 팬티까지 시원하게 공개하고 거리를 활보한 것이다. 다행히 한 5분만에 깨달았다. 체육관 앞에 아저씨들이 유난히 날 쳐다본다 싶었는데 그게 다 그 내 지퍼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아저씨들 이후로는 거리에 사람이 없었지만, 난 정말 쪽팔렸다.
  차라리 바지 지퍼 열린게 나을 뻔 했다. 옆구리 지퍼를 열고 다니다니. 친구가 롱블라우스 옆지퍼 열고 버스정류장까지 갔다는 얘기 듣고 엄청 웃었는데 나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걔는 브래지어만 공개했지만 난 팬티까지 공개했다고 아오. 저번에는 친구만나러 나가다가 정류장에서 내가 노브라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집으로 간 적도 있다. (동생 군대에 있을 때  면회 가려고 아빠차 타기 직전에 노브라임을 깨달은 적도 있었음)
   사실 내 몸매는 노브라로 티셔츠를 입어도 원피스 옆구리 지퍼를 훌렁하게 열고 다녀도 전혀 야하지 않다. 그렇다해도 난 너무 쪽팔렸다.  

허술한 모습.

일상 2008. 12. 8. 14:54

나와 인천이 인연을 맺은 역사는
초등학교 2학년 부터 4학년 1학기까지.(대전)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전북 정읍) 대학교 1학년에서 휴학한 1학기까지. (서울-고작두달) 복학하여 4학년 1학기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총 4번이다. 살아온 해로 따지면 꽤 되지만 쭉 산 것은 아니라.. 하지만 뭐 내 만 24년 동안 가장 오랜기간을 살아온 곳이기 때문에 애정을 갖기로 했다. 실제로도 애정이 생기기도 하고. 고향이 있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하겠지.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인천시 남구 관교동에 있는 관교초등학교 인데 22번 버스를 타면 항상 그 초등학교를 지나간다. 그럴 때 마다 좀 신기한 기분이 든다. 그 초등학교 앞에는 내가 매일 가던 관교문구 가 있는데 아직도 그대로 있다. 관교문구 이외에는 다른 경쟁자가 없었는데 아직도 경쟁자 없이 건재하다. 초등학교 3학년 부터 엄마가 일을 시작하셔서 나는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는 어린이 였다. 그때 당시 관교초등학교는 바로 옆에 생긴 동아아파트 때문에 애들이 하도 전학을 많이 와서 학교가 터질 지경이었는데 내가 전학갔을 때 받은 번호가 82번이니 말 다한거지. (한반에 80명이 넘었다. 세상에. 내가 2학년일 때 4학년인 언니 오빠들은 한 의자에 두명이 앉아서 수업받는단 소문까지 있었다)
학교 사정이 그렇다보니 난 오전반 오후반 을 번갈아가면서 학교에 다녔고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이번주 오후반이다. 이번주 오전반이다 말 안해줘도 곧잘 잘 챙겨서 오후반 오전반을 잘 갔다. 하지만, 타고나길 건망증이 심해서 난 가정통신문에 사인 받아오라는 건 맨날 사인 실컷받고 집에다 놓고 오거나, 잠 들기 직전까지도 엄마아빠가 안 들어오셔서 어린 맘에 내가 아빠사인 흉내내서 해야지 하고 해갔다가 선생님한테 혼나기 일쑤였다. 숙제도 실컷 다 해놓고 공책을 놓고 오거나 준비물도 마찬가지. 난 엄마가 집에 있어도 엄마한테 전화해서 가져다 달라고 안했던 것 같다. 왜그랬지. 그냥 일하는 엄마가 힘들 것 같기도 했고,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게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제도 그 관교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면서 관교문구를 보니 어렸을 때 준비물 실컷 다 사놓고 바로 돈 꺼내느라고 바닥에 내려다놓고 그냥 그대로 학교 가던 내 자신이 생각나서 웃겼다. (저런 행동을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손등에 검정색 유성 매직으로 찰흙,리코더, 실로폰, 이렇게 적어놓기도 하고 그랬지만 그래도 꼭 뭐 하나씩 잃어버리고 그랬다. 이건 중학교, 고등학교가서도 마찬가지였고. 실내화 잃어버리고 그러는건 다반사였고,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없는 살림에 졸라서 산 인형달린 실내화를 산지 일주일만에 잃어버려서 집에 안들어가고 놀이터에서 울었던 적이 있었다. 어린마음에 엄마한테 너무 죄송했기 때문에... 흐흐. 지금 생각이지만, 진짜 처음으로 인천이랑 인연을 맺었을 때 우리집은 징그럽게 가난했다.

뭐 또 우울하게 가난했던 시절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고, 며칠 전에 내가 했던 웃긴 행동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서.

난 핸드폰이 전리품이나 다름이 없는데 왜냐하면 하루에 오는 문자는 광고문자 포함하여 3통 이내이고 전화가 오는 경우는 일주일에 3통이내, 내가 전화를 핸드폰으로  거는 일은 2주일에 3번 이내 이다. 대신 핸드폰으로 야구 시즌에는 야구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그런다. 야구시즌이 끝나니 딱히 위성 DMB 가 필요가 없어져서 그걸 해지해야겠다고 홈페이지가서 TU 해지를 잘 했다. 그리고 나서 한 3일 4일 지났나?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내 핸드폰에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근데 이상하게 네이트에 접속이 안되는거다.
한 이틀 그러길래 114에 전화를 했다. 네이트 접속 안된다고.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고객님은 핸드폰을 일시정지 하셨는데요."
난 TU 해지 뿐 아니라 핸드폰 자체를 일시정지를 한 채로 약 일주일간을 지냈던거다. 뭐 원래대로 많은 사람이 연락을 하진 않았겠지만 좀 웃겼다. 흐흐흐.

또 대학 때는 여름방학동안 토익 공부를 좀 하고 8월달 토익을 봐야지. 하고 그 날 아침에 학교에 갔다. 내 성이 곽이기 때문에 난 항상 자리배치표 보면 윗부분쯤을 보면 되었는데, 그날따라 내 이름이 없는거다. 그래서 시험본부로 갔다. 접수했는데 이름이 없다고 하니까 내 이름으로 접수된 사항이 없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아니 그럴리가 없다고 저는 습관처럼 접수해놓는다고. 그렇게 따져도 소용없었다. 그래서 터덜터덜 집으로 왔는데이럴수가!!! 진짜로 내가 8월 토익을 접수를 안했더라. 크크크. 그게 졸업 앞둔 여름방학에 생긴일 이라서 어찌나 황당하든지. 뭐 신분증 안가져가서 시험도 못보고 온 건 옵션으로 한 두번 되고 한번은 우리집이랑 가까운 시험장이라 다시 집에가서 가져왔었지. 흑.

어제 밤에는 너무 우울하여 친한 고등학교 친구랑 전화를 하다가 잤는데, 술 마시고 요즘 알고 지내던 남성에게 분명히 전화를 했다고 되어 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댄다. 그 남자도 연락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이라고 했는데 나는 혹시 실수한 거 없냐고 그냥 니가 물어보라고 했는데 친구는 내 충고를 거부했다.

아침에 비가 왔는데 주말동안 추웠던 날씨가 완전히 풀렸다. 후. 오늘은 제일 싫은 월요일. 직장인들에게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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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07. 12. 5. 16:20
블로그
직장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제 블로그 할 시간이나 있으려나 싶었는데,
오히려 일하기 싫을 때 열중할 수 있는 한 가지 과업이 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파일이나 그림 등을 올리기에는 좀 번거로워서 거의 텍스트로만 꾸며지고 있지만 뭐 원래 난 그랬으니까.

심리테스트
일요일에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지금 생각나는 고사성어 두 개 대봐. 해서
목불인견, 죽마고우. 이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첫번째는 인생철학 이고 두번째는 결혼철학 이랜다.
인생철학이 목불인견 이라니. 봉두난발 이라고 하려다 말았는데.
흠 죽마고우는 그럭저럭 의미상으로는 통하지만 난 죽마고우 같은 남자랑 결혼하기 싫은데.

회사메신저
난 공채출신이 아니다. 대기업에 공채로 들어간 한 친구가 동기 없어서 진짜 심심하겠다. 진짜 힘 안나겠다. 난 동기들한테 의지하면서 산다. 동기들이랑 뒷다마 안까면 무슨 재미냐. 이런 얘기할 때마다 빈정상했다. 그래. 넌 공채출신이다. 흥! 하고 속으로만 말했다. 근데 또 할 말 없는게 내 수준에 노릴 수 있는 공채는 하나도 없기도 했다. 난 아마 1년 더 놀고 도전했어도 공채란 공채는 다 떨어졌을 게 뻔하다. 100대 1 이상의 공채 경쟁률 뚫고 입사한 사람들은 동기들하고 실컷 친하게 지내라지. 난 동기 따위 없어도 잘 산다고. 라고 생각은 하지만. 쪼끔 심심한 거나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요런 상황때문에 회사메신저에 접속해도 말할 사람도 한명도 없고 나한테 말거는 사람도 한명도 없고 뭐 그렇다. 근데 어제 한명이 말을 걸었다. 그 사람도 나처럼 중간에 입사한 9월 입사자 인데 저번에 회사 교육 때 같은 조로 편성되서 알게 된 사람이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했지만, 그냥 그 사람도 회사메신저 켜면 아무도 말 안걸었겠지. 라는 생각을 하니 묘하게 동질감 느끼면서 슬퍼졌다. 친하게 지내면 좋겠지만 남자라서 좀 불편하다. 그..그리고 사실 또 말걸면 무슨 얘기해야허나 싶어서 메신저 꺼놨다.;; 큭큭 역시 난 이런 관계에는 적응이 안되나보다. 동기 없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건망증
가끔 상대방의 답문자에 대하여 이해를 못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이제금방 내가 그 사람에게 뭐라고 문자를 보냈는지 기억이 안나기 때문이다.  어제는 "그런 마인드 아주 맘에 들어!" 라는 답문자를 받았는데 내가 뭐라고 했길래 이런 문자를 보냈나.. 한참 생각하다 결국 포기했다. 아직도 기억 안난다. 앞으로는 그냥 보낸 문자도 다 저장할까보다.

펀드수익률
펀드로 재미보는 건 재작년 혹은 작년 투자자들로 끝이 났나보다. 다들 펀드 수익률 좋다는데 나는 뒤늦게 넣어서 그런가 다 마이너스다. 심지어는 수익이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생전 듣도보도못한 펀드에 돈을 넣은것도 아니다. 나름 다 유명한 펀드다. 근데 다 심하게 마이너스다. 거기에 돈을 많이 안넣길 잘했지. 그냥 적금 예금이나 넣으련다.

명동
어제 그냥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가서 잠이나 잘 것이지 괜히 설렁탕 먹는다길래 혹해서 명동까지 갔다. 한 정거장이라 걸어가는데. 오마이갓! 진짜 추웠다. 설렁탕만 딱 먹고 곧장 집으로 가서 잠이나 잘 것이지 괜히 또 레깅스 산다는 분들을 쫓아갔다. 밀리오레에서 레깅스와 스타킹이란 스타킹은 다 펼쳐보고 안사는 옆에 분들, 왜 내가 민망한건지. 괜히 주인한테 수면양말 있냐고 물어봤다가 안사고 오기 뭐해서 사버렸다. 우리동네에서는 천원인데 명동밀리오레에서 사천원이나 했다. 언제부턴가 가게 들어가서 미안한 짓(옷 여러번 입어보기, 가게에 있는 거 다 구경하기, 이것저것 물어보기)을 하면 꼭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꼭 뭔가 하나씩을 사게 된다. 우리동네 천원짜리와 비교해도 전혀 나을 것 없는 사천원짜리 수면양말. 아 돈아까워. 그리고 들어가는 길에 세일하는 스타킹을 하나 샀다. 찐한 와인색에 무뉘 약하게 있는건데 예전부터 은근히 무채색 이외의 무뉘있는 스타킹을 사고 싶었다. 그래서 백화점 스타킹코너 갔다가 식겁하고 돌아왔다. 스타킹 하나에 3만3천원 이라니! 장난해?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제 단돈 팔천원에 꽤 유명한 브랜드의 스타킹을 구입했다. 흐흐. 그래서 수면양말로 인한 돈 아까움을 무마했다.(결국 돈 더 썼으면서 무마했다고 좋댄다)

유예기간
내년 부터 무슨 목표설정을 한 다음에 연봉에 반영하겠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으니 당연한 거였다. 난 아무래도 내년에 죽어날 것 같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힘을 내자. 라고 하기엔.. 크흑. 12월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금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 근무시간이 될 것인지.
저번에 아직 졸업을 안한 선배의 선배가 목표설정때 맨날 4~5번씩 빠꾸 당한단 말 듣고 울컥하면서 그 분 만나서 손 붙들고 함께 직장인의 울분을 토하고 싶었다. 대학생때 생각한 직장과 진짜 직장과는 역시 하늘과 땅 차이다. 모든게 겪어보면 원래와는 하늘과 땅 차이이지만. 그 하늘과 땅 차이를 알게 되는 계기가 대부분은 부정적인 면을 발견하면서 부터니 우울한 일이다.

일본사람
예전에 만화나 코메디 보면 일본사람들 흉내를 내면서 "알게스므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많이 봤는데, 엊그제 한국말 잘하는 일본 아줌마랑 이야기 하는데 그 아줌마가 "알게스므니다" 라고 발음하는 걸 똑똑히 들었다. 오오. 일본사람들을 희화화 하느라고 그렇게 표현한 게 아니라 진짜 일본 사람들은 "알게스므니다" 라고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좀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