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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06 자유공원 산책 중에 잡념

오른팔 날개 뼈 쪽이 너무 아파서 어제는 침대 이불도 제대로 못 폈다. 한글날 한의원 근무하면 아무래도 가서 피 좀 뽑고 침 맞아야할 것 같다.
침맞기 싫어서 어제 거금 7만원주고 중국마사지도 받았는데, 역시 피뽑고 부항하는 거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구나.
어제 킬러스 콘서트 가서 실컷 재밌게 놀고 와선 오늘 오랜만에 자유공원을 좀 걸으러 나왔는데, 

갑자기 내 인생이 너무 재미 없는 거 같아서 우울해졌다. 

하루하루 신난다 하면서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냐만, 왜 나는 이렇게 어렸을 때 부터 외롭게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그랬듯 역시 사람에게는 살고 싶은 의지와 죽고 싶은 의지가 항상 있는건데, 

나 같은 경우는 사실 뭘 이루려고 사는 것도 아니고, 하루 하루 살고는 있는데 뭐 열심히 사는지는 모르겠고. 그렇다. 다들 이런건가. 

(아무리 그래도 프로이트 이론은 토나와 싫다. 저런건 처음 발견하고 학문으로 만든 걸 보면 천재는 맞지만.)

 

나는 해야하는 일만 하면서 살기 때문에 지금 죽어도 크게 여한은 없다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죽으면 우리 엄마아빠가 무지 슬퍼하겠지만, 내가 계속 살아서 뭘 이뤄야겠다 하는 그런 게 따로 없다보니.

그냥 가끔 있는 이런 공연, 여행, 친구와 차한잔, 아니면 혼자 산책 이렇게 간단한 아주 작은 사건에 의지하면서 살아내면 되는건가.

그래도 자유공원에서 양말까지 벗고 가을 바람도 맞고 하니 조금 위안이 되는구나. 

내려 가는 길에 있는 펀칭머신에 200원 넣고 한번 치고 싶은데, 오늘은 아마 그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 못하겠다. 혼자 아무거나 잘하는 줄 알았는데 길에 있는 펀칭머신을 혼자 치는 건 못하겠네. 아직 멀었다. 그 옆에 두더지도 재밌는데. 평일에 혼자 산책 나오면 적막한 거리에 그 기계에서 두더지가 "안녕하세요." 끊임없이 녹음된 인사를 말하는데, 그 소리가 울려 퍼지면 웃기면서도 뭔가 스산한 기분이 들곤 했다.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데 어쩌면 그렇게 충실히 인사를 계속 하는지. (쓰고보니 나 좀 미친 거 같네)

아주 시간이 오래 지나면 그 두더지 인사도 그리워 지는 날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