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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1 오랜만에 만난 대학 친구. 2

내 네이트온은 아주 소수 정예로 운영되고 있다. 폴더도 딱 두개로 나눴는데 원래는 한 폴더에 모든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나 대학교 1학년 때만 해도 msn 이 대세였는데, 그때는 꽤나 많은 사람이 추가되어 있었다. 저번에도 이야기 한 거 같지만 내 아이디가 저쪽 파키스탄쪽에서 돌고 있는지 어쩌는지 모르겠지만, 내 msn 아이디는 국제적이었다. 인도, 대만, 캐나다 등등. msn에는 그 나이대 검색해서 추가해주는 기능이 있는 모양인데, 외국애들이 날 추가해도 뭐 난 워낙 영어가 안되서.
원래 하려는 말은 이게 아니고.
대학교 때 과에서 친한친구는 딱 한명이었다. 대학 때 동아리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학생회 활동을 한 것도 아닌 난 심심하게 학교 다니는 애였다. 그런데 대학때도 난 무슨 조직에 소속되서 뭔가 행사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게 너무 싫었다.
직장 가면 일생이 그럴텐데 뭐하러 대학때부터 그러나 싶었기 때문이다. 방학 때도, 난 그냥 잠 실컷자고, TV보고 놀고 그러다 또 학교 시작되면 학교 집 왔다갔다 하면서 술자리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도서관도 별로 안가는 그런 애였다.
자연히 내 주변 친한 사람도 다 그런 사람 뿐이었는데, 같은 과 였던 그 친구도 나와 비슷한 생활 패턴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대학 졸업식에 간 친구인데 졸업 이후로는 연락이 뚝 끊겼다. 대학친구라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나도 바쁘고 걔도 바빴나보다.
며칠전 그런데 걔가 날 네이트온에 추가를 했고, 토요일에 그 친구를 진짜 몇년만에 만났다.
둘다 뻔한 생활만 하는 애라 그닥 할말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라 반가웠다.
별로 변하지 않은 모습.
친구는 임용고시 공부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서 지냈다고 했다. 걔가 노량진, 시립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한 이야기를 들으니 존경스러웠다.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평균이 전국평균보다 낮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힘들게 공부를 시키는 편이 아닌데도 난 고3이 참 힘들었다. 노량진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 정말로 진심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몇 안될거라 생각하지만, 만약에 가족도 없이 고시원 같은데서 자고 일어나서 공부만 하는 사람들 생각하면 안쓰럽다. 전에 동생 모의고사 성적표 받으러 잠깐 갔을 때도 너무 너무 우울한던데.
그 친구는 목표한 임용고시에는 떨어졌지만, 엄청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었다. 6개월 정도 놀았지만 어쨌든 지금은 평온해보였다.
부러웠다. 많이.
이제와서 생각이지만, 나도 백수가 되는 걸 좀 두려워하지 않고 처음 선택부터 조금 신중했다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다면 지금까지 계속 백수거나, 계약직 전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걔를 보니까 그런 생각과 후회가 들었다. 이렇게 경험했으니 나중에는 덜 실수하리라 믿는 수 밖에.
친구 만나러 나가기 전에 한의원 들렀다가, 침맞으면서 생각해보니 아이라인을 왼쪽 눈에 안 그린 것 같았다. 급히 거울을 보니 아니나다를까 정말로, 안그리고 왔더라.
친구 만나기 전에 페이스샵 가서 급히 사서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