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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관련 대화와 글

일상 2015. 12. 15. 09:37

전 회사에서 내가 싫어하던 모 부장은 업무 관련해서 이상한 말 쓰는 걸 정말 좋아했다.

내가 제일 싫어했던 말은 "돈 풀어드릴께요." 이 말이었다. 이 말은 업체에 돈을 송금하겠다는 뜻이었는데, 유난히도 그 말을 자주 썼다.

또 자주 쓰던 말은 "자금 내려주셨니?" 이 말이었는데, 이 말은 사장님께서 우리가 사용하는 통장에 돈을 송금했는지 묻는 말이었다. 그 회사는 사장이 제일 큰 돈이 들어있는 통장을 갖고 있고, 가용하는 통장에 돈이 떨어지면 돈을 송금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그 요청은 내 몫이 아니었지만, 사장님한테 돈 좀 보내달라고 할 때마다 그 부장은 항상 사장에게 엄청 비굴하게 굴고, 돈을 보내줬는지 안보내줬는지 부하직원들에게 체크할 때 항상 "내려주셨니?" 라고 묻곤 했다.

내려주셨다는 말을 들을 때 마다 마치, 조선시대 왕 앞에서 엎드려서 돈을 받는 모습이 연상되서 웃겼는데, 아직도 내려주셨니? 라고 하고 있겠지. 흐흐.

몇 번 블로그에도 썼지만, 사용하는 어휘의 양도 일반 사람 대비 반도 안되는 것 같고, 기본적인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 타 회사에 보낸 메일을 보면 나까지 낯이 뜨거워지곤 했다.

그 사람은 다르다 를 틀리다고 말하는 건 아마 죽을 때까지 못고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청 꼼꼼한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이 쓴 문장과 공지글을 보면 꼼꼼함이고 뭐고 다 필요없이 사람이 참 없어보였다.

이런 걸 보면 어렸을 때 부터 책을 읽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사람의 말투와 글을 보면 1년 동안 책을 한권도 안 읽을 것이고, 하다못해 제대로 된 신문의 문장 한 줄도 안 읽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지곤 했다. 

어쩌다보니 지금 회사에서 재무 일도 겸하고 있다보니 생각이 났다. 돈을 풀어 드린다니. 푸하하하.

외근 나갈게요를 움직여 볼게요. 라고 말하던 것도 있었는데, 그 사람이 쓰던 이상한 말들을 이젠 거의 다 까먹었고 앞으로도 다 까먹고 살고 싶다.

이런걸 보면 나이 들어 사람의 품격을 결정하는 게 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바른말만 써도 사람의 품격이 확 올라가니까. 그런 의미에서도 나도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