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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1 2월 3일 일요일 - 오사카. 6

아침에 일어나 일본 뉴스를 보는데 비가 온다고 나왔다. 우리는 원래 여행 초기 힘이 있을 때 넓은 교토를 가자는 계획이었는데 도저히 우산쓰고 버스를 타기 싫어져서 가까운 오사카 주변을 보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세븐일레븐에서 399엔짜리 투명우산을 사들고 오사카의 쓰텐카쿠(通天閣)으로 향했다. 쓰텐카쿠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만화책에서 본 것 같이 익숙했다. 설마 21세기 소년은 아닌 거 같고. 일본에 하도 타워가 많아서 햇갈리는건가?
1912년에 만들었다는 쓰텐카쿠를 보면서 한일합방 하는 동안 이놈들은 이런거 짓고 앉아 있었구나 싶었다. 워낙 낡았고 뭐 그렇게 굳이 꼭 찾아서 볼만한 탑은 아니지만 오사카의 상징이라고 해서 그런가 우리가 갔을 때 다른 지역에서 온 일본관광객들이 엄청 많았다. 전망대 내부는 딱 내가 7살 때 건물 내부와 비슷하고 담배냄새가 진동하고 빌리켄이라고 하는 무슨 신이 있는데 그에 관련한 조악한 기념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근데 그 빌리캔이라는 신 아무리 생각해도 센과 치히로에 나왔던 애 같은데.. 아닌가.
쓰텐카쿠의 허름한 겉모습을 보고 우리가 왜 왔을까 했는데 전망대에 올라가서는 오늘 우리가 대략 어디 방향으로 움직여야 되나를 알게되어서 올라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허름한 거 치고는 이름이 멋지다. 통천각 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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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텐카쿠 전망대에서 아주 멀리 멀리 오사카성이 보였는데 저게 바로 오사카성인거 같다고 동생한테 말했더니 그럴리가 없다고 무슨 색이 저렇게 멋없냐고 그랬는데 오후에 가서 보니 진짜로 그게 오사카성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행 책 표지도 오사카성인데, 이건 완전히 사진발이다!! 오사카성도 나중에 나오니깐 그건 또 나중에 말하기로 하고.

쓰텐카쿠에서 내려와서 우리는 시텐노지(四天王寺)는 안가가고 텐노지공원만 가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시텐노지가 있는 줄은 여행 끝날 쯤에나 알았다. 593년에 만들어진 절이고 가장 오래된 절이라는데. 왜 나는 전혀 몰랐을까!!  어찌되었든 동물원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소풍이후로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가려고 생각하면 왜가나 싶다가도 가면 일단 가서 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텐노지 공원으로 향했다. 쓰텐카쿠에서 텐노지 공원은 바로 앞이라 걸어갈 수 있는데 그 주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도 그쪽에 한인들이 꽤 많은 것 같았는데 그 주변 허름한 민박집에 한글도 많았고 식당가를 잘 살펴보면 한국음식점도 꽤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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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일본 가서 원숭이 많이 보고 오라고 하셨는데, 예전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에서 일본 원숭이가 단골 손님이라서 그런 얘기를 하신건지. 근데 난 원숭이가 너무 싫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심리테스트를 해 주셨는데 원숭이,사자,양,말 을 데리고 간다고 가정할 때 뭘 최고 먼저 버릴꺼냐 물었을 때 난 1초도 생각치 않고 원숭이 먼저 버린다고 했다. 원숭이 너무 징그럽잖아..;;근데 이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를 나타내는 거라는데 원숭이는 배우자 랜다. 크크. 난 남편 최고 하찮게 생각하는거야 뭐야. (참고로 양은 자식, 사자는 명예, 말은 자기 자신이랜다. 난 나중에 말 타고 편히 간다고 끝까지 데려간다고 했는데) 저번에 뉴스에서 봤는데 일본 원숭이들이 여자들이 약한 걸 알고 길가는 여자들 막 머리털 잡아 뜯고 괴롭힌다고 했다. 아니 어디 감히 동물주제에!!!!
비가와도 꿋꿋하게 우산을 쓰고 동물원을 구경하는데 내 보기엔 그 동물원 안에 사람이 10명도 안되는 것 같았다. 한적하고 좋았지 뭐. 아 그리고 연인들도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을 해보니 일본 연인들의 낯뜨거운 애정행각을 한번도 목격을 못한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감정표현을 잘 안한다는데 그게 정말인건가. 끽해봐야 손잡고 다니기 이정도 였던 것 같은데.. 심지어 팔짱낀 사람도 별로 못봤잖아.

의외로 넓었던 동물원을 다보고 우리는 이제 오사카성(大阪城)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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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최대의 성이라는데 왜이렇게 작나 했는데 20% 정도 밖에 복원이 안된 거라고 한다. 오사카성 덴슈카쿠를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내려갈 때는 무조건 걸어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걸어 내려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한 인물이지만 난 일본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좋을 수도 없고 임진왜란이 딱 떠오르고 그랬다. 오사카성 덴슈카쿠는 건물 전체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박물관인데 (1931년에 오사카 시민이 재건한 것임) 속으로 '이거 꼭 걸어서 내려가게 한 거 이 박물관 보고 가란 거 같잖아!' 라면서 혼자 기분 나빴다.
저번에 고등학교 국사 문제에서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을 묘사한 글을 봤는데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들은 죽은 사람 뇌수를 먹었다. 고 되어 있던데.. 얼핏 그 성안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물건들을 보니 우리나라가 대단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또 한 번 해버렸다. (이순신 장군니임~~~: 완전 민족주의자 같네)

어린아이와 같이 순진하고 단순한 내 눈으로 (? 무식한거겠지) 우리나라 성과 비교를 해보자면 일본성은 일단 목조가 아니다. 그리고 각 성에는 덴슈카쿠가 하나씩 있는데 우리나라 성과는 달리 여러 층으로 지어져 있다. 성을 보면서 아 정말 전형적으로 일본스럽다고 느꼈는데, 가까이서 본 일본의 처마의 장식은 우리나라 성보다 훨씬 못하다. (적어도 내 생각으론 그렇다. 왠지 아기자기한 면이 부족하달까) 그리고 오사카성 공원은 그 안에 모조리 아스팔트로 길이 깔려있어서 나중에 다시 지은 게 너무 티났다.
일본 와서 성을 보고 있자니 왠지 우리나라 궁도 가보고 싶어졌는데 우리나라 역사나 건축양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니 비교도 안되고 이 성이 지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알아볼 수 없었다. 내 무식을 탓하면서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는 가이유칸(海遊館) 이라는 일본의 수족관이 있는 주오센 오사카코역으로 향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너무 비싸 못 가본 나에게는 기대되는 장소였다. (가이유칸은 2000엔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아쿠아리움이 30000원 인 것에 비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님)동물원에 수족관에 얼쑤! 오늘은 동물의 날 이로구나! 했다. 아. 그리고 육지와 바다를 통틀어 최고 좋아하는 동물을 하나 꼽으라면 당연 돌고래라 왠지 기대했더랬다.
일요일이라 일본 가족들끼리 구경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데이트 중인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수족관에 들어가서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으나 얘네들이 너무 왕성히 움직이고 수족관 내부가 어두워서 많이 못 찍었다. 우리 사진기가 후져서 그런가 하고 옆 사람들을 슬쩍 봤는데 다들 마찬가지였다.
가이유칸에는 내가 좋아하는 돌고래도 있었는데 과연 깜찍하고 귀여웠다. 또 가이유칸의 상징 4미터 정도 되는 고래상어도 있었는데 귀엽긴 귀여운데 왠지 불쌍하기도 하고 그랬다. 오사카 앞 바다에 그냥 풀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불쌍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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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면 오사카 여행 잘 한 것 같지만, 여기서부터 조금씩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첫째로는 오사카 주유패스(오사카 안에서 지하철 전철 버스를 무료로 타고 각종 기구나 시설 공짜 혹은 할인 혜택이 있음) 활용을 너무 못했다. 피곤해하지 말고 덴포잔 관람차도 타고 WTC 전망대도 갔어야 했다. 둘째로는 만약 피곤해서 다 못했으면 그냥 포기하지 뭐. 하고 포기했어야 하는데 굳이 또 오사카 주유패스를 1일권을 하나 더 구입해서 마직막날 다 공짜로 보고 말테야 하고 다짐을 해버렸다는 거. 그럴 줄 알았음 한국에서 2일권 사지 도대체 왜 1일권만 샀는지. 한 개에 2000엔이나 하는데;; 결국 1일권을 하나 더 구입했는데 마지막날 뽕뽑으려던 계획은 물 건너가고 우리는 생돈 2000엔을 날렸다.

뭐. 이제 다 지난 일 이지만 과욕을 부리면 결국 돈만 낭비할 뿐 이라는 교훈!
근데 나 처음 여행이었으니 어쩔 수 없잖아?!